사람을 잡아먹는 사람을 위한 변명
  
  *며칠 전 한 탈북자 Y씨를 만났다. 북한군의 장교로 근무하다가 작년에 탈출하여 처자를
  데리고 한국에 왔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북한의 사회 안전부 감옥에 있을 때(1998년) 만
  났던 두 범죄자에 대하여 이야기해주었다. 한 30대 여자는 세살박이 딸을 잡아먹은 죄로
  붙들려왔었다.
  그녀는 세살박이 딸과 다섯 살짜리 딸을 데리고 살고 있었다. 남편은 식량을 구한다고 집을
  나간 뒤에 행방불명이 되었다. 식량이 떨어지자 세 모녀는 죽을 날만 기다리는데 세살박이
  딸이 배고프다고 울면서 어머니의 가슴을 파고드는 것이 가장 괴로웠다고 한다.
  이 여인은 도둑질을 할 줄도 모르고 강도질을 할 줄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북한에서 배고픔
  을 겪은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배가 고플수록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정신이 혼미해지
  면서 幻影이 보인다. Y씨에 따르면 이 여인은 갑자기 강아지가 한 마리 옆에 누워 있는 것
  을 보았다고 한다. 웬 먹을 것이냐고 생각한 그녀는 솥을 데워 물을 끊인 뒤 강아지를 솥에
  집어넣고 발버둥치는 동물 위에 두껑을 덮었다. 이것을 본 다섯살 딸은 집 바깥으로 달아났
  다. 이 여인이 끓는 물에 집어넣은 것은 배고프다고 보채던 세살짜리 딸이었던 것이다.
  이 여인은 삶은 딸을 들어내 소금도 없이 뜯어먹었다. 옆집사람들이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들어와 보니 끔찍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Y씨가 감방에서 보았다는 또 다른 人肉 사건. 24세의 김씨는 농장원이었다. 부모와 두 동
  생이 있었다. 부모는 배당된 식량(강냉이)으로써는 도저히 다섯 식구가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하자 斷食으로써 자살을 선택했다. 부모를 산비탈에 묻던 날 세 형제는 우리도 같이 죽
  겠다고 파놓은 무덤속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이 세 형제들 역시 도둑질도, 강도질도 못하는
  순덕이들이었다. 들어누워 죽을 날만 기다리다가 큰 형이 이런 생각에 도달했다고 한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면 한 사람이라도 살아야 하지 않겠나>
  야수로 돌변한 큰 형은 도끼를 들고 들어와 누워있던 두 동생의 머리통을 박살내 죽였다.
  두 동생의 머리는 잘라서 아궁이에 쳐넣었다. 그리고는 인육을 삶아먹었다. 배가 부르니 제
  정신이 들었다. 이 청년은 멀리 있는 누나 집으로 달아났다가 쫓아온 사회안전부원들에게
  붙들렸다.
  북한정권은 이런 人肉사건의 범인을 공개처형하지 않고 감옥 지하실로 데리고 가서 총살시
  켜버린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전해준 Y씨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그런 처지에 빠지면 과연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처음부터 그런 범죄자로 태어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
  들의 배를 고프게 한 사람이 진짜 범인이지요. 김정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