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으면 동정하고,
  2인자가 되면 충청표는 떠난다』
  
  金杏 오픈 소사이어티 대표
  
  ●충청권 유권자들은 李仁濟보다 李會昌에 더 우호적. 金鍾泌씨는 충청권의 覇者가 아니다. 캐스팅 보트를 쥐기에는 득표력이 너무나 미미하다
  
  10·25 재보선에서 나타난 민심-在京 충청권의 脫자민련 가속화
  
  金鍾泌 자민련 총재는 11월12일, 『좋은 사람이 있으면 조력하겠지만, 현재 한나라당과 민주당에는 없다』고 말해 「킹메이커로서의 역할」을 다시금 시사했다.
  과연 그는 차기 大選에서도 킹메이커로 성공해 자신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NO』다.
  지난 10월25일 서울 동대문 乙과 구로 乙 再補選의 한나라당 완승에는 충청 출신 유권자들의 「脫자민련 현상」도 적지 않게 기여했다. 구로 乙에서 자민련 후보의 득표율은 1.3%(725표)로 6명의 후보 중 5위에 그쳤다. 6위인 무소속 후보를 간신히 제친 것이다. 노동당 후보(2.6%)와 사회당 후보(2.7%) 등 급진 정당 후보들에게도 뒤지는 수모를 감수해야 했다.
  충청권 출신 유권자들의 한나라당行은 벌써부터 진행되어 오고 있었다. 月刊朝鮮과 여론조사기관인 오픈소사이어티(주)가 10월30일 실시한 在京 충청 출신 유권자들의 兩李 대결 지지도 조사 결과를 보자. 차기 大選에서의 지지도를 물었더니 李會昌 후보 55.5%, 李仁濟 후보 25.9%로 나타나 李총재가 李 前 최고위원을 두 배 이상 따돌리고 있었다.
  DJP 공동정권이 붕괴되면서 충청권의 覇者는 누가 될 것인가. 일단 兩李 대결구도에서 살펴보자. 지난 9월5일 月刊朝鮮과 오픈소사이어티(주)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李會昌 후보 45.2%, 李仁濟 후보 31.3%로 李총재가 李 前 최고위원을 13.9% 포인트 앞지르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런 추세는 그 두 달 후인 11월12일 실시된 연합뉴스(TN소프레스 조사)의 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충청권에서의 兩李 지지율은 李총재 38.2%, 李仁濟 34.3%로 李총재가 3.9% 포인트 정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충청권의 판세에 金鍾泌 변수가 작용한다고 가정해 보자. 金鍾泌 총재가 자민련 후보로 독자출마해서 한나라당 李會昌, 민주당 李仁濟, 자민련 金鍾泌의 3자 대결구도로 차기 대선이 치러지는 경우를 상정해 충청권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李會昌 39.7%, 李仁濟 29.3%, 金鍾泌 18.2%로 金鍾泌 총재는 李仁濟한테도 뒤지는 3위로 밀려나고 있었다. 이제 JP는 더 이상 충청권의 覇者가 아닌 것이다(月刊朝鮮+오픈소사이어티 9월5일 조사). 더구나 3者 대결시 李총재와 李 前 최고위원 간의 지지율 차는 兩者 대결구도時의 3.9% 포인트보다도 세 배 가량이나 많은 10.4% 포인트로 격차가 더 벌어진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JP의 독자출마나 또는 그의 지원을 업은 후보의 출마는 李會昌 후보보다는 李仁濟 후보에게 더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가 없다. 李총재 입장에서 보자면 JP의 출마를 굳이 막을 이유가 없다. 또한 李 前 최고위원의 입장에서 보면 JP가 출마하지 않는 것이 표의 분산을 막기 위해 더욱 바람직하긴 하지만, 그가 출마하지 않는다고 해서 李 前 최고가 李총재를 이길 수 있는 판세는 아닌 것이다. 결국 JP는 그의 출마 또는 不출마를 카드로 내세워 어느 한쪽이라도 위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이다.
  
  캐스팅 보트를 쥐기에는 너무도 미미한 JP의 득표력
  
  金鍾泌 총재가 자민련 후보로 독자 출마할 경우 그의 파괴력은 어느 정도나 될까. 전국적 지지율은 약 6.2%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月刊朝鮮 10월호, 약 160만표). 이 정도의 득표력이 위력을 발휘하려면 兩李 간 지지율 차가 7% 이내로 들어와야 한다. 그것도 JP의 득표력 전부가 지는 쪽 후보에게 간다는 전제에서다.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兩李간 지지율 격차가 10% 포인트 이상 벌어진 지 벌써 몇 달째다. 月刊朝鮮과 오픈소사이어티(주)의 11월8일 조사에서의 兩李 지지율은 李會昌 후보 39.1%, 李仁濟 후보 26.0%로 약 13% 포인트의 격차가 나고 있다.
  11월12일 발표한 연합뉴스의 조사에서도 兩李 간 지지율은 李會昌 후보 40.5%, 李仁濟 후보 29.7%로 지지율 차가 10.8%포인트로 나타났다. 이 정도의 지지율 격차라면 굳이 JP의 도움없이도 李 총재의 승리 가능성은 매우 높다. 혹시 李仁濟 前 최고위원이 민주당의 대권주자가 될 경우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JP와의 정치적 흥정을 시도한다면 몰라도. 그러나 李 前 최고위원의 경우, 설사 진다하더라도 死卽生(사즉생)의 심정으로 「젊고 새로운 이미지」를 치고 나오는 것이 JP에게 구걸하는 것보다 더 승산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의 견해다.
  왜 아직도 많은 언론은 JP의 행보에 관심을 갖는가. 그가 지난 大選에서 보여 준 위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大選 때 金大中 후보와 李會昌 후보 간의 전국 표차는 39만557표였다. 그런데 절묘하게도 金大中 후보는 충청권에서만 李會昌 후보에게 40만8319표를 이겼다. 결국 DJ의 승리에는 충청권에서의 승리가 결정적이었고, 이는 순전히 DJP의 위력 때문이었다. JP가 없었다면 현재의 DJ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부인하기 어렵다.
  
  JP의 캐스팅 보트는 薄氷 판세에서만 유효하다
  
  그러나 JP의 캐스팅 보트는 박빙의 판세에서만 유효하다. 즉, 후보 간 격차가 많아야 7% 이상 벌어지지 말아야 한다.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난 大選 때 金大中 후보가 李會昌 후보를 이기는 데는 李仁濟 변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다. 李仁濟 후보가 영남표를 분산시키고, 여기에 충청표가 보태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누가 영남표를 분산시킬 수 있을 것인가. 李仁濟 前 최고위원만 나서면 되살아나는 「李仁濟 학습론」은 누가 극복할 것인가. 영남표가 뭉쳐 있는 한, 영호남 양당의 지역 대결구도의 선거판세에서 JP에게 허락되는 공간은 너무도 좁다.
  지난 10년 간의 주요 선거를 보면, 충청권의 표심은 JP의 정치적 위상에 따라 상당한 변화를 보여 왔다. 즉, JP가 집권당의 2人者 위치에서 선거를 치를 때와 독자야당으로서의 세력을 구축했을 때와는 판세가 판이하게 달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新군부에게 버림받은 JP는 1988년 13代 총선에서 공화당을 창당해 충청권을 휩쓸면서 헌정사상 최초로 與小野大(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어 냄과 동시에 화려한 정계복귀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는 盧泰遇+金永三+金鍾泌이라는 3黨 合黨으로 치른 선거에서는 충청권에서의 패배를 맞보아야 했다. 1992년 14代 총선 당시 3당이 합당한 민자당은 충청권에서 그 이전의 공화당의 의석수보다 적은 의석수를 차지하여 사실상의 패배를 하고 말았다. 전체 26개 지역구 중에서 절반인 13개 지역에서만 승리했을 뿐이다. 1992년 大選에서도 JP의 지원을 받은 YS는 충청권에서 약 83만 표(36.2%)를 얻어 DJ의 약 62만 표(27.2%)보다 겨우 20만 표 정도를 앞섰을 뿐이다. 결국 與黨의 2人者였던 JP가 YS의 승리를 위해 별로 한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YS로부터 또 다시 버림받는 신세가 된 JP는 1996년 15代 총선에서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한다. 당시 선거에서 충청권 28개 지역구 중 24개 지역에서 승리를 거머쥔 것이다. 대전·충남에서는 20개 지역 중 단 한 지역만 제외하곤 무려 19개 지역에서 자민련의 승리를 맛보았다. 그 여세를 몰아 1997년 大選에서는 DJP 공조로 인해 DJ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2000년 16代 총선에서는 자민련의 생존을 위해 DJP 공동정부를 일시적으로 파기했지만 위장 이혼임을 알아 챈 충청권 유권자들로부터 심한 냉대를 받았다. 24개 지역 중 절반도 못 되는 11개 지역에서 간신히 살아남았을 뿐이다. 20석의 원내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했다.
  이런 선거 결과는 충청권유권자들이 JP가 버림받았을 때만 구해줬음을 웅변해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