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설득당하다
  
  이 보고서는 年100만 톤의 粗鋼 생산능력을 갖춘 종합제철 공장을 1972년까지 완공하고
  완공후 최단시간내에 이를 200만 톤 규모로 확장한 다음 최종적으로는 연산 500만 톤 규모
  의 대단위 제철소로 만든다는 계획을 내어놓았다. 한국의 기술인력에 의해 만들어지고 한국
  의 시각에서 검토된 당당한 自主案이었다.
  정부는 이 案을 채택한 다음 이 계획서를 근거로 삼아 일본을 상대로 입체적인 설득 공작
  을 전개하였다. 1969년8월6일 朴泰俊 사장과 鄭文道 기획원 차관보를 중심으로 한 실무
  교섭단이 일본으로 건너갔다. 朴 사장은 일본의 철강업계와 政界 인사들 설득에 나섰고 鄭
  文道 차관보와 梁潤世 투자 진흥관은 일본 大藏省을 맡았다. 일본 정부측은 두 가지 이유를
  들어 難色을 표명했다.
  일본은 청구권 자금을 주로 한국의 농업개발에 10년간 균등하게 투자하기로 했었는데 이
  를 제철소 건립으로 轉用하고 早期 인출하면 야당으로부터 공격을 받게 될 뿐 아니라 유사
  한 형태의 배상을 앞두고 있는 필리핀도 조기 배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뒤에 수상이 된 오히라(大平正芳) 대장상이 강력하게 반대했다. 朴泰俊 사장은 일본 보수
  정계 실력자들의 정신적 師父인 야스오카(安江正篤)의 소개로 오히라 장관을 여러 번 만나
  한국의 특수 사정을 설명했다고 한다.
  『일본도 청일전쟁 후 軍備의 기초를 확립하고자 12만 톤 규모의 야하다 제철소를 건설할
  때 채산성을 문제삼지 않은 일이 있었지 않은가. 한국도 지금 휴전선이 있는 전쟁상태로서
  북한의 군비 확장에 대비하여 自主國防力 건설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채산성을 도외
  시할 수도 있다. 일본은 1인당 국민소득이 50 - 60 달러일 때 제철소를 시작했는데, 한국
  은 지금 200 달러에 육박하므로 못할 것도 없다』
  8월16일 朴泰俊은 기무라(木村俊夫) 관방副장관을 찾아갔다. 기무라는 『외무, 대장, 통
  산성 등 관계 부처가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으며, 오는 26일부터 열리는 한일 각료회담까
  지는 우리 정부의 의견이 통일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사토 수상은 한국 정부의
  제안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으며, 朴대통령에게 그러한 수상의 뜻을 전해주길 바란다.
  다만 양국 각료회담 개회 전에는 이러한 뜻이 공개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朴泰俊 사장이1964년 1월 韓日 국교 정상화를 위한 막후 교섭의 목적으로 渡日하여 8개
  월간 체류하면서 일본의 政·財界 중진들과 폭넓은 접촉을 가진 경험이 이때 결정적인 도움
  이 되었다고 한다(浦鐵 社史에서 인용).
  한편 실무 교섭단이 渡日하기 전 金鶴烈 부총리는 한일 각료회담에서 일본측을 설득할 수
  있는 자료로서 일본 철강회사들로부터 협조 약속 각서를 받아줄 것을 요청했었다. 朴泰俊
  사장은 야하다, 후지, 日本鋼管 3社 사장들로부터 「100만 톤 사업계획을 검토한 결과 일
  응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하나 계속해서 검토할 일」이란 요지의 각서를 받는 데 성공했다.
  朴사장이 8월25일 일본에 온 金 부총리에게 각서를 전달하자 부총리는 「一應 타당성이
  있다」의 「一應」을 빼고 새로 받아줄 것을 부탁했다. 朴泰俊은 다시 관계자들을 일일이
  만나 설득한 끝에 「一應」을 뺀 각서를 새로 받아냈다. 일본 정부는 8월22일 閣議를 소
  집하고 26일 개막되는 한일 각료회담에서 한국의 종합제철 건설에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
  다.
  각료회담에서 한국은 조세협정 체결 안건에서 양보하고 일본은 종합제철 건설에 협력하는
  식으로 합의를 보았다. 이로써 종합제철 사업은 궤도에 오르게 되었다.
  吳源哲씨는 이런 후일담을 소개했다.
  <1980년에 맥마마라 세계은행 총재가 이 은행의 金瀅基 이사에게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고 한다. 『포항제철 건설계획(KISA안)에 우리가 반대한 것에 대해서 미안하게 생각한다.
  브라질의 제철소 건설에 대해서는 세계은행이 자금을 제공했는데 부실기업이 되었다. 어떻
  게 한국에서는 성공했는지 그 비밀을 알고싶다』. 이에 대한 답변을 필자에게 하라고 한다
  면 다음과 같이 했을 것이다. 『KISA 안대로 추진했더라면 포항제철도 부실이 되었을 것이
  다. KISA안에 세계은행이 반대한 것은 당연했으며, 반대해준 데 대해 한국 국민으로서 오
  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포항제철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事前에 엔지니어링 작업을
  치밀하게 한 데 있다』>
  朴泰俊 사장이 일본 강철업계를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은 그 한 달 전에 만들어진 자주적 건
  설계획서가 충실한 덕분이었다. 朴正熙 대통령의 지시 - 『우리 일을 남에게 맡겨 하지 말
  고 우리의 입장에서 우리의 시각으로 우리 것을 만들어라』는 말이야말로 큰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주체적 태도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