西尾幹二 교수에 대한 답변
  
  秀吉의 조선침략이 일본 근대의식의 최대 표현이었다면···
  -이는 일본의 근대화가 주변국들의 희생을 딛고 이뤄졌음을 고백한 것이다-
  
  趙甲濟 月刊朝鮮 編緝長
  
  西尾幹二 교수께서 저에 대한 질문으로 쓴 글(현대 코리아 2월호)을 잘 읽었습니다. 그 질
  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게 끝내고 교수께서 내세우고 있는 독특한 歷史觀에 대해서 저도 몇
  마디 덧붙일까 합니다.
  1. 일본의 역사와 한국의 역사가 전개되는 상황에서, 대륙에 붙은 半島와 섬이란, 두 나라
  의 지리적 차이가 兩國의 운명에 결정적인 차별성을 만들었다는 저의 주장에 대해서 西尾幹
  二 교수께서는 일본 국민들의 운명 극복 노력과 투지를 너무 무시한 것이 아니냐고 질문하
  였습니다. 저는 일본 민족의 운명 개척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동시에 그 운명 개
  척의 노력이 이성적으로 통제되지 않아 주변 국가, 즉 한국과 중국에 피해를 끼친 점에 대
  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합니다. 하나 덧붙인다면 세계 최대 최강의 문명국가와 陸續되어 있
  으면서도 민족통일국가를 지켜내고 민족의 자존심과 正體性을 유지하기 위하여 苦鬪해온 한
  국인들의 운명 극복 노력에 대해서도 相應한 평가를 부탁합니다.
  중국으로부터 밀려오는 漢族 문화, 北方 유라시아 草原에서 몰려오는 말발굽 소리, 일본과
  서양 등 해양으로부터 밀려올라오는 태풍에 짓밟히고 쓸려가면서도 민족의 魂을 지켜내면서
  민족국가를 이어온 한국인의 운명 개척 노력이 적어도 민족의 存亡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던
  일본인의 노력에 비해서 결코 못하지 않았으리란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교수께서는 三國時代-統一新羅-高麗-朝鮮-大韓民國으로 이어져온 약2천년의 역사 가운데
  朝鮮 후기의 낙후성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15세기 이후 일본의 근대성을 강조하는
  비교法을 쓰고 있는데 「韓民族史의 로마」인 新羅 황금기에 대해서도 연구를 깊게 해보시
  면 오늘날의 生動하는 대한민국(민족사의 제2황금기)의 의미를 더 정확하게 파악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부탁드립니다.
  
  2. 교수께서는 「근대 일본의 한국에 대한 영향력 가운데 정신적이고 문화적인 요인이 적
  지 않았는데 이를 무시하면 역사의 공평한 판단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제가
  작년 가을 NK회 세미나에서 「중국의 한국에 대한 영향력은 정신적, 문화적이었고 한국측
  에서 보면 자발적이었던 데 반해 일본의 영향력은 강제적이고 물리적이었다」는 분석에 대
  한 反論이었습니다.
   정신적, 문화적이란 말뜻에는 價値가 들어 있습니다. 도덕적으로 이미 높은 평가가 들어
  있습니다. 근대 일본이 한국에 미친 영향은 경제적, 강제적, 제도적, 군사적이었던 것이 主
  이고 한국인들을 정신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감동시킬 만한 부분은 작았습니다. 일본이 식민
  통치 기간중 한국에 근대 기업, 교육, 관료 제도를 가르쳐주었고 도로, 鐵路, 공장, 댐을
  지은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런 제도와 인프라가 광복후 한국이 국민국가를 만들어가
  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일본인들은 이런 점을 들어서 한국인들이 일
  본에 대해서 감사해야 할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감사할 마음이 없습
  니다. 식민통치하에서 이뤄진 모든 건설과 교육이 결국은 일본의 國益과 식민통치의 편의와
  永續을 위한 것이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힘센 사람이 약한 사람을 노예로 만들어놓고 자
  신이 즐기기 위해서 그 노예에게 음악을 가르쳐주고는 『너에게 정신적, 문화적 영향을 끼
  친 나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고 요구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겠습니까. 그 노예가 해방되
  어 어엿한 주인으로 변신한 후에 마음속으로 『그때 나에게 음악을 가르쳐준 그분이 그래도
  고맙다』라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고백을 공개적으로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인간의
  自我를 포기하라는 이야기입니다.
  교수께서는 「國民의 歷史」에서 淸日戰爭에 대해서 이렇게 썼습니다.
  <일본은 반도로부터 淸國의 세력을 一掃하여 조선을 독립국으로 만들기 위해 전쟁을 결의
  하고 군사력을 증강시켰다>
  교수께서는 진정으로 이렇게 믿으십니까. 일본이란 나라가 그때 弱小國의 독립을 위하여
  젊은 自國民들의 피를 흘릴 만큼 正義롭고 여유가 있었습니까. 인류 역사상 외국의 독립을
  위하여 자선사업하듯이 젊은 군인들을 死地로 보낸 나라가 과연 한 나라라도 있었습니까.
  교수께서 「일본은 조선을 凊의 영향권에서 독립시킨 다음 일본의 통제하에 두려고 전쟁을
  결의하였다」고 솔직히 쓸 수 없다면 한국인에게 「일본의 정신적, 문화적 영향을 인정하
  라」고 요구할 자격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國民의 歷史」에서 교수께서는 또 이런 표현을 하셨더군요.
  <日韓倂合은 국제법상의 강제는 아니다. 他國으로부터 맹비난을 받은 히틀러의 체코 및 오
  스트리아 병합, 소련의 발트 3국 병합과는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위의 문장을 읽으면서 西尾幹二 교수께서는 「日韓병합은 서구열강의 아프리카 병합과 같
  았다」고 이야기하고싶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한국처럼 오랜 세월 동
  안 민족통일 국가를 이어오면서 독자적인 문화와 전통을 固守해온 국가와 민족을 군사력으
  로 점령한 다음 그 정체성과 魂과 自主性을 빼앗아간 日帝의 한국 植民化에 대해서 「국제
  법상의 강제는 아니었다」는 말로써 변명하려 든다면 이는 법률가의 작은 잣대로써 거대한
  덩어리로서의 역사를 평가하려는 어리석음이 아닐까요. 자존심을 아는 한 민족이 자존심이
  강한 다른 민족을 강제 지배한 행위에 대해서 「우리의 國益을 위해서」「우리가 살기 위해
  서」란 고백 이외에 무엇이 설득력이 있겠습니까. 체코와 발트 3국의 병합은 他國의 맹비
  난을 받았기 때문에 국제법상의 강제이고 自國民(조선)의 맹비난과 저항을 불러일으킨 韓日
  합병은 국제법상의 강제가 아니란 말입니까. 교수께서는 自國의 운명에 대한 自國民의 자율
  적 선택권을 인정하지 않습니까. 그때 일본이 합병한 조선이 아프리카의 부족국가였습니까.
  
  3. 저는 「국민의 歷史」에 나타난 西尾幹二 교수의 壬辰倭亂에 대한 생각을 읽고서 솔직
  히 失笑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秀吉은 왜 朝鮮에 출병했던가」란 제목의 19장
  은 교수의 역사에 대한 생각을 이해하게 하는 좋은 자료라고 믿습니다. 이렇게 썼더군요.
  <信長·秀吉시대는 武威에 의한 국내통일을 달성하고 다음에 외국 諸國에 대한 지배와 패권
  으로 나아가는 것이 그 당시 세계적 규모로써 솟구쳐 올랐던 「근대」의식의 당연한 자기
  표현이었다>(376 페이지)
  <秀吉은 왜 朝鮮에 출병했던가. 이미 답은 다 나와 있다. 조선을 경유하여 중국을 누르고
  북경에 天皇을 두되 자신은 寧波에서 天皇보다도 높은 지위에서 동아시아 全域을 내려다보
  는 帝國을 만든다는 장대한 구상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출병했던 것이다. 이것이 일본
  인의 近代의식의 최초, 최대의 자기 표현이었다>(376 페이지)
  <스페인에 대항할 수 있는 동아시아 대제국을 세우려 했다고 생각한다면 그 전술의 愚劣과
  합리성의 결여는 새삼 말할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動機 그 자체는 한 점 의심할 여지가 없
  는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380 페이지)
  <즉 왜 秀吉이 실패했던가, 왜 그 정도의 리얼리스트가 對外的으로는 그렇게 정세판단을
  잘못했던가, 결과를 보고 동기를 찾는 식의 논의가 되면 이 이야기는 순식간에 의미를 상실
  하게 되는 것이다>(380 페이지)
  교수께서는 豊臣秀吉이 스페인의 필립 2세와 일종의 라이벌 의식을 갖고서 동양 3국을 통
  일하여 대제국을 건설하려는 야망을 갖고 있었다고 단정하고 있습니다. 그 근거로 제시하는
  자료는 너무 사소하고 단편적입니다. 그런 야망은 기본적으로 秀吉의 妄想 속에 있었으니
  더 확실한 근거를 요구하지는 않겠습니다.
  秀吉에게 전혀 적대적 태도를 보이지 않았던 朝鮮에 대해서 아무런 예고도 없이, 또 진지
  한 외교 교섭도 거치지 않고 大軍을 보내 7년간 地獄圖를 연출한 것이 일본 近代의식의 최
  초이자 최대의 표현이었다니? 교수께서 말하는 近代의식이란 것은 강한 나라가 외국을 군사
  적으로 지배하려는 국가적 에너지의 분출로 이해됩니다. 제국주의적 침략을 近代의식으로
  포장한 것입니다. 그런 弱肉强食의 국제질서를 교수께서 미화하고 있음은 전후 文脈에서 확
  연히 드러날 뿐 아니라 「국민의 역사」전체를 흐르는 基調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秀吉의 망상을 야망이라 포장하여, 그것도 근거가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필립 2세와
  의 경쟁의식으로 格上시킨 다음 「결과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動機를 이해하여야 한다」면서
  秀吉의 실패한 한반도 침략을 「근대의식의 표현」이라고 美化하는 억지는 「국민의 역사」
  全篇을 흐르는 論調의 斷面입니다.
  근대의식의 핵심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理性과 人本主義에 있을 것입니다. 秀吉의 망상으로
  해서 수많은 인명피해를 본 조선, 일본, 중국(明)의 民衆에 대한 교수의 인도적 고려는 전
  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한 몽상가의 妄想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戰場에서 죽어갔던 인명의
  數는 秀吉에게 「근대의식의 최초, 최대 표현」이란 월계관을 씌워주기 전에 반드시 참고했
  어야 할 요소였습니다. 저는 교수께서 그런 고려나 고민을 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秀吉은 망상가였지 戰略家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朝鮮정부와 그 민족의 가치관과 국가의지
  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전쟁을 벌였습니다. 金日成이 미군의 참전을 예상하
  지 않고 6.25남침 전쟁을 벌였던 것처럼 秀吉도 明이 朝鮮에 구원군을 보낼 것이라 예상하
  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朝鮮 해군에 대한 과소평가, 朝鮮 민중의 저항의지에 대한 초보적 무시 등등 군사정보 수
  집에서의 이런 실수는 秀吉이 섬나라에서나 통용되는 전술가였지 대륙을 상대로 한 전쟁 지
  도능력이 결여된 2류 將帥였음을 보여줍니다. 몽골 기마군단이 12-13세기에 實證한 치밀한
  정보수집과 심리전, 이에 기초한 집중과 선택의 機動에 비교하면 攻城戰에 기초한 秀吉式
  섬나라 戰法으로는 군사적 약체국가 朝鮮도 점령할 수가 없을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군사적 근대의식은 정보와 작전의 유기적 통합인데 秀吉은 이런 데서도 자격 미달이었습니
  다. 더구나 秀吉은 조선 사정을 잘 아는 對馬島主 宗義調를 부하로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를 정보전과 외교전에 충분히 이용하지 못하고 기습 침략전부터 벌이는 無道를 저질렀습니
  다. 일종의 진주만 기습이었습니다. 기습하는 쪽에겐 初戰의 성공이 보장되지만 기습당한
  쪽의 분노를 잘 통제하지 못하면 逆轉敗 당하기 십상입니다.
  16세기의 秀吉과 20세기의 일본 군부는 敵情 판단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기습의 효과를
  過信하고 기습의 代價를 과소평가했던 것입니다. 理性的 판단과 인간심리에 대한 깊은 통찰
  이 결여된 점에서 豊臣秀吉의 임진왜란과 일본군부의 진주만 기습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런 무모함은 근대적 과학정신과는 반대편에 있습니다.
  교수의 論調에서 느껴지는 국가 武力에 대한 무조건적 찬미, 설사 그 武力이 망상에 기초
  했다고 하더라도 스케일이 크다면 의미가 있다는 식의 무모함은 他國에 대한 침략을 미화하
  는 단계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교수는 「국민의 역사」에서 入江隆則씨의 「秀吉은 왜 조선에 출병했던가」란 책의 문장
  을 인용하면서 「매우 신선한 지적이며 우리들에게 무언가 깊게 생각하게 하는 모티브를 품
  고 있다」고 썼습니다.
  그 문장이란 것이,「秀吉의 조선 출병」으로 明나라가 망했고, 淸日戰爭에 일본이 이긴 것
  이 凊의 亡國을 불렀으며, 中日戰爭으로써 蔣介石의 中華民國이 망하도록 했다는 내용입니
  다. 이런 사례를 든 入江隆則은 이렇게 썼습니다.
  <일본의 개입이 세 중국 정권을 연속하여 붕괴시킨 것은 秀吉 이전에는 없었던 일이다. 역
  사상 일본은 중국의 영향을 오래 받아왔으나 그 逆은 없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지
  적하여 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西尾幹二 교수는 入江隆則씨의 문장을 빌어 이렇게 말하고싶은 것입니까.
  「일본은 중국으로부터 정신적, 문화적 영향을 받기만 한 것이 아니라 秀吉 이후엔 중국에
  대해서 군사적 영향을 주어 세 政權을 잇따라 망하게 했다. 이 얼마나 대단한 위업인가. 秀
  吉의 대야망으로부터 시작된 일이니」(382 페이지)
  일본의 중국에 대한 그런 행위는 恩惠를 怨讐로 갚은 것이고 교수의 論調는 그런 背恩忘德
  을 칭송하는 것이라는 평가에 이르도록 하는 내용이 아닙니까.
  德間書店에서 펴낸 「일본의 戰史 朝鮮의 役」(舊참모본부 編纂) 槪說에는 桑田忠親씨의
  이런 표현이 있기에 소개합니다.
  <맨처음 그토록 强氣였던 太閣 秀吉도 인도나 明은커녕 朝鮮半島조차 완전 점령하지 못하
  고 再出兵의 도중 伏見城에서 죽고 말았다. 유언으로써 在朝鮮 장병의 철수 귀국을 명령했
  다고 하는데, 출병의 책임자로서 당연한 의무였을 것이다. 죽기 직전 臨終의 病床에서 秀吉
  의 두뇌는 정상으로 돌아왔던 모양이다. 그가 얕은 잠 속에서 꾼 꿈은, 필시, 반도의 曠野
  를 轉轉하는 장병들과 그들의 귀환을 애타게 기다리는 妻子의 위를 맴돌았을 것이다. 이렇
  게 하여 太閣秀吉의 삼국통일의 대계획은 글자 그대로 그림의 떡으로 돌아갔다. 秀吉은 물
  론 당시의 세계정세에 대하여 극히 막연한 지식밖에 갖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무식에 가까
  웠다고 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秀吉이 진정으로 동양 삼국을 통일하려고 했었더라면 조선과 明을 분리시켜 각개 격파를
  하든지 조선을 友軍으로 돌려놓아야 했습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면 전쟁을 벌이지 않았어야
  했습니다. 秀吉보다 900년 앞서 삼국을 통일했던 新羅 지도부는 秀吉과는 비교도 할 수 없
  는 「근대의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金春秋(太宗武烈王), 金庾信, 文武王으로 대표되는 통
  일 지휘부는 唐과 연합하여 백제, 日本, 고구려를 제압한 뒤 新羅를 식민지로 만들려는 唐
  과 결전하여 한반도를 한민족의 활동공간으로 확보했습니다. 이 정도의 국제감각과 자주국
  방 의지가 있었기에 한반도의 7천만 명은 지금 중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으로 살고 있는 것
  입니다.
  
  4. 한민족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세번의 전쟁이 있었습니다. 13세기에 수십년간 계속되었
  던 몽골군의 고려 침략, 7년간의 임진왜란, 3년간의 한국전쟁이 그것입니다. 한국전쟁의
  根源을 따라올라가면 日帝에 의한 한국 合倂과 이어집니다. 韓日 合倂이 없었고 한국이 독
  립국가로 존재했더라면 日帝 식민지 점령·관리 차원의 美蘇의 한반도 분할 점령과 그 뒤의
  남북 分斷은 없었을 것이고 한국전쟁도 없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본은 한반도 분단과
  한국전쟁에 대해서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한민족이 겪었던 3대 戰亂
  가운데 일본에 의해 촉발된 것이 하나, 일본에도 다소간의 간접 책임이 있는 것이 하나 있
  다는 史實만 알아도 秀吉의 조선침략을 근대의식의 표현이라고는 부르지는 못할 것입니다.
  조선인의 인명희생에 대해서 어떤 고려나 同情도 보이지 않았던 西尾幹二 교수께서는 「국
  민의 역사」에서 미국에 의한 原爆 투하에 대해서는 인간적인 감정을 토로합니다.
  <일본인을 모르모트로 삼은 미국의 실험은 실로 나치스의 범죄와 같은 「人道에 대한 죄」
  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으로서 보통의 「전쟁범죄」라고도 말할 수 없다. 나에게 말을 하라
  고 한다면 16세기말 이래의 「西力東漸」에 단 1國으로서 성채가 되어 결사의 反轉을 연출
  했던 日本이란 국가를 그들은 절대로 허용하려 하지 않았다>
  조선인들은 壬辰倭亂 때 이보다 더한 저주를 秀吉에게 보냈을 것입니다. 이제 西尾幹二 교
  수께서도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秀吉이 최대치를 표현했다는 일본의 근대의식은 한국인에
  게는 최대의 참화를 불러왔다는 것을. 교수께서는 이제 일본의 근대의식을 검증해야 할 것
  입니다. 이성과 보편성과 인본주의의 잣대로써. 일본의 근대화란 것이, 주변국가들을 戰亂
  속으로 밀어넣은 代價로 쟁취한 피묻은 金字塔이 아닌지를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1945년 이후 한국은 분단, 전쟁, 쿠데타, 민중봉기, 암살로 얼룩진 疾風怒濤의 시대를 거
  치면서 祖國근대화와 민족통일국가의 건설이란 대명제를 위하여 前進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들은 朱子學의 포로가 되었던 朝鮮朝가 잊어버렸던 해양정신, 기업가 정신, 尙武정신, 자주
  정신을 되찾아가 가고 있습니다. 躍動하는 한국은 朝鮮이 아니라 新羅와 더 닮은 나라가 되
  었습니다. 한국인들은 조국 근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貴國처럼 주변국들을 戰火 속으로 몰고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노력으로, 우리의 고민과 희생으로 근대화를 하려고 피, 땀,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 1965년 韓日 국교정상화 이후 일본의 기술과 자본이 들어와 우리
  의 근대화를 도운 것은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日帝 시대에 교육을 받
  았던 朴正熙 같은 人材들이 근대화에 필요한 지도력, 애국심, 희생정신, 公人의식을 제공했
  다는 점입니다.
  저는 朴正熙야말로 東洋三國의 합작품이란 표현을 씁니다. 중국의 漢字·유교문화, 한국인
  의 魂, 日帝 때 배운 지도자의 소양과 국가관, 이런 것들이 합쳐져서 實事求是의 지도자상
  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朴正熙는 일본 武士문화의 장점을 배워 조국 근대화에
  활용했다는 점에서 교수께서 듣고싶어하시는 「일본으로부터의 정신적, 문화적 영향」의 한
  예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朴正熙에게 「그런 정신을 가르쳐준 日帝에 감사하라」
  고 말하지는 마십시오. 秀吉의 경우에서 보듯이 결과보다 動機를 가치평가에서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수께서는 잘 아시겠지만 日帝가 朴正熙에게 한국의 근대화를 하라고 군사기술을
  가르친 것은 아니니까요.
  
  5. 「국민의 歷史」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우리들이 조선반도로부터의 渡來人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論語」를 전해준 王仁이나
  聖德太子의 恩師가 된 僧慧慈 등으로 대표되는 지식인이나 예술가로서 明治期의 고용 외국
  인과 같은 역할이었다>
  고대국가 일본을 만든 주역집단이 한반도를 거쳐서 건너간 북방유목민족출신의 騎馬戰士들
  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明治期의 고용 외국인 정도가 아니라 고대 일본의 집권층이 도래
  인이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미국 대륙을 개척한 主役들이 영국에서 집단으로 건너간 사람
  들이었다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닙니까. 서기 7세기 전의 동아시아는 이동의 시대였습니다.
  이 力動의 시대를 고대국가 완성후의 정착 시대 감각으로 분석하면서 애국심이나 차별성을
  강조(또는 은폐)하는 것은 事實의 정치적 왜곡일 것입니다.
  미국은 영국 渡來人이 만든 나라였지만 영국보다도 더 선진된 문명을 만들었습니다. 일본
  도 그런 경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만 한반도와의 관계에 대한 개방적이고 사실적인 直視가
  없이는 스스로 만든 좁은 視野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며칠 전 서울에 와 있던 崔書勉(전 동경문화원장)씨를 만났습니다. 崔씨는 『왜 한국 사람
  들은 천황의 訪韓을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天皇이 고백했듯이 天皇家야말로 가장 성공한 在日同胞가 아닌가. 성공해서 월드컵에 맞
  추어 고향 방문을 하겠다는데 왜 막느냐 말이야. 환영해야지』
  한바탕 웃고나니 韓日 관계가 새로운 차원에서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한국의 모든 불
  행과 그 책임을 일본이나 朴正熙식 군사문화에 轉嫁하려는 한국인의 자세에 분노하는 사람
  입니다. 동시에 16세기 이후 일본의 우월성을 증명해보이려고 朝鮮朝를 경멸하는 일본 지
  식인들의 論調에 절망합니다. 韓日 양국의 이 극단적인 視覺은 서로를 격동시켜 대부분의
  양국민들이 가진 건전한 생각을 흔들고 오염시키며 때로는 침묵시키고 있습니다. 韓日 兩國
  의 兩極 관계를 적대적 상호 의존관계라고 부를까요. 西尾幹二 교수의 論調가 이런 악순환
  에 기름을 붓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事實은 국경을 넘을 수 있지만 史
  觀은 국경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바탕에서 미래에는 그 史觀까지도 서로가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다 같이 노력합시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