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대선에서 결정될 여러 가지 중 하나는 국가보안법 폐지 여부다.
  
  김정은 정권을 추종하는 從北(종북)세력이 당당하게 여의도를 활보하는 상황에서 보안법마저 사라지면, 대한민국 좌경화는 막을 수 없다. “김일성 만세”를 외치는 자들이 사상의 자유를 앞세워 국회를 흔들고 광장을 메울 것이다.
  
  從北세력은 적극적 赤化(적화) 의지를 가진 반면 從北세력에 대한 유일한 항체는 보안법이다. 보안법 폐지는 김정은 정권의 기사회생은 물론 한국이 赤化의 수렁에 빠져드는 것을 뜻한다. 몸집 큰 한국이 쉽사리 망하진 않겠지만, 잘해봐야 나라의 명맥만 유지하는 南美式(남미식) 몰락을 겪게 된다. 체제전복 깽판과 체제유지의 탄성이 충돌하는 희망 없는 삼류국가, 사실상(de facto)의 赤化이다.
  
  지금 드러난 대권 후보 가운데 문재인, 김두관은 공개적으로 보안법 폐지를 주장해왔다. 안철수의 속내는 안개 속처럼 침침하지만, 보안법 폐지에 앞장서 온 박원순 시장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대충의 사상적 얼개를 추측할 수 있다.
  
  문재인은 자신의 책 ‘운명’에서 노무현 정권 당시 보안법 폐지를 하지 못한 것을 여러 페이지에 걸쳐 아쉬워한다. 그의 말이다.
  
  “더 뼈아팠던 것이 국가보안법이다. 국보법 폐지를 위해 노력하지 않은 건 결코 아니다. 우리로선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대통령까지도 직접 나서서 모든 노력을 다했다. 여당은 대통령의 ‘국보법 폐지’ 발언 직후에야 부랴부랴 구체적인 작업에 나섰다. 이후 과정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p328)”
  
  문재인은 “나도 국민의 정부 때 국가보안법을 폐지 안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제대로 노력도 안 하는 것으로 알고 비판했다. 그런 비판이 그야말로 무색해졌다. 국보법 폐지를 못한 것이 그 시기에 진보·개혁진영의 전체적인 역량부족을 보여주는 상징처럼 여겨진다(p329)”며 국보법 폐지 실패(?)에 대한 역량부족을 안타까워했다.
  
  김두관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남북공조와 민족공조를 생각해서도 국보법은 빨리 폐지돼야 한다(2005년 1월30일 오마이뉴스 인터뷰)”고 말했었다. 그는 경남지사 선거 기간인 2012년 5월28일 창원KBS 방송토론에서도 보안법 폐지 여부를 묻는 이달곤의 질문에 대해 “저는 보안법 폐지에 동의한다”고 주장했다.
  
  북한동족 해방과 구원, 자유통일을 통한 일류국가의 국가적 사명을 앞둔 대한민국이 赤化냐 아니냐 하는 20세기적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은 참담한 일이다. 12월 대선은 이 모든 수구적·퇴보적·전근대적 反국가주의자들을 정리하는 터닝포인트가 돼야 한다. 그것이 역사의 숨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