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갈의 진짜는 가짜이다.
  
  지난 9월 말 저는 月刊朝鮮 여행단과 함께 프랑스 보르도 지방과 스페인 및 안도라를 여행했습니다. 대서양으로 난 프랑스 북쪽 해안에는 비아리츠라는 해안 도시가 있습니다. 대서양이 파도의 흰 산맥을 줄줄이 만들면서 해안과 만나 부서지는 곳입니다. 이 도시의 해안을 낮과 밤에 걸쳐 두번 걸어보았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해안길을 화려하지 않게, 그러나 아주 소담한 산책길처럼 꾸며놓았습니다. 해안길은 수평으로 蛇行하기도 하고 수직으로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했습니다. 군데군데 작은 전망대와 공원을 만들어놓아 산책객들이 바닷바람과 月光에 물들면서 때로는 일광에 몸을 태우면서 낭만에 빠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밤에 나가보았더니 낮에 걸었던 때의 분위기와 또 달랐습니다. 밀려오는 파도를 향해 照明을 해놓아 꿈결 같은 환상적 분위기를 만들어놓았습니다. 미국에서 건물 꼭대기에 올린 성조기를 밤에 조명하여 놓은 것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지만 파도를 조명해놓은 것은 참으로 멋진 낭만적 아이디어였습니다. 조명에 드는 전기값이 얼마이겠습니까. 따뜻한 감성과 낭만이 억만금을 들인 것보다도 더 멋진 관광명소를 만든 셈입니다. 풍부한 감성과 낭만에 기초한 산책로와 파도조명은 기본적으로 돈의 産物이 아니라 아이디어의 産物입니다.
  이날 밤 호텔 로비에 모여 앉은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이야기 꽃이 피었습니다. 60代 신사가 한 분 있었는데 공무원 출신인 이분은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아온 경력 답게 이야기거리가 아주 많았습니다.. 이분이 1960년대, 70년대의 살아온 이야기를 할 때 동석자들은 배꼽을 잡으면서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웃었습니다.
  『당시에는 밤에 술을 마시고 귀가하면서 중앙청 담벼락에 소변을 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공무원이 와서 단속을 하려고 하면 「임마 난 xx야」하고 공갈을 칩니다. 그렇게 해놓으면 경찰관이 내가 방뇨하는 것을 보다가 자신도 담에 붙어 방뇨하려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여보시오, XX님이 소변 보시는데 감히, 다른 데로 가보세요」라고 쫓아주기도 했습니다. 통행금지 시간이 지났을 때는 파출소에 붙잡혀 가기 전에 먼저 파출소로 호기당당하게 들어가서 「나 XX인데 백차 한 대 내줄 수 없나. 집에 가야겠는데」라고 큰소리 치는 겁니다. 어차피 그 시대는 공갈에 공갈로 맞서는 시대가 아니었습니까. 공갈의 진짜는 가짜 아닙니까』
  이 분의 마지막 말에 모두들 웃었습니다. 듣고보니 기가 막힌 이야기더군요. 공갈은 원래가 가짜인데 그 가짜를 상대로 진짜, 즉 진실이나 논리를 들이대면서 합리적으로 설득하려고 하는 것은 헛일이라는 뜻이겠지요. 공갈의 진짜는 가짜이므로 가짜에는 공갈로 대하는 것이 맞다는 뜻이지요.
  1972년의 7.4 공동성명 이후 남북 대화가 진행될 때 우리 대표단에 끼였던 한 현역 장교가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평양에 가서도 북한측 안내자(감시원 겸임)의 말을 듣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북측 감시자가 이렇게 공갈을 놓더랍니다.
  『당신 계속 내 말 안들으면 이후락 부장한테 이르겠어요』
  이 말을 받아 이 장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후락? 그 놈이 누군데?』
  한국 제2의 권력자를 그렇게 부르는 장교에 대해서 북측 감시자는 놀라자빠졌을 것입니다. 속으로는 『아, 이 사람은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부리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어쨌든 그 뒤로 대접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공갈의 진짜는 가짜다」란 말 속에는 萬古의 진리가 들어있습니다. 金正日이 핵개발로 공갈을 치고 있는 것도 가짜입니다. 金正日이 핵무기를 쓰는 순간이, 金正日이 장거리포로 서울을 때리는 순간이 그의 최후가 될 것이란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것이 金正日입니다. 사치와 호사 그리고 쾌락에 빠진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그 자가 그런 자살적 공격을 왜 합니까. 不老長生 약을 찾아다니고 있는 金正日이 40억 달러로 추정되는 스위스 은행 비자금을 두고 자살하겠습니까. 곰발바닥 요리를 즐기고 수단 수박과 파리의 아이스크림을 매일 空輸하여 먹고 있는 金正日과 그 측근들은 또 프랑스의 최고급 꼬냑을 개인으로서는 가장 많이 수입하고 최고급 벤츠도 많이 사들여 타고다닙니다. 이런 인간들은 공갈을 칠 수는 있지만 절대로 자살공격을 하지는 못합니다. 자살공격은 나름대로 신념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지요. 김정일은 그런 인간도 못됩니다. 북한정권의 도발에 대해서 엄정한 자세를 취하려는 애국세력에 대해서『그렇다면 전쟁하자는 말인가』라고 헛소리를 하는 친북좌익세력이나 위선자들에게는 한 생활인의 슬기 『공갈의 진짜는 가짜이다』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金正日이 공갈을 치면 우리는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우리는 너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있어. 매일 매시간 매분 매초에. 크루즈 미사일 한 방이면 너는 끝이야. 너의 운명은 내 손가락에 달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