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정부의 탈북자 대책 일대 전환 필요하다
  글본문 Radio Free Asia 11월15일자 논평 기사 [이동복]:
  남한정부의 탈북자 대책 일대 전환 필요하다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의 문제가 최근 새로운 국제적 우려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달 26일 중국 공안은 베이징 근교 퉁저우의 민가에서 62명의 탈북자들과 이들의 서울행을 도와주던 2명의 한국인과 함께 체포했습니다. 지난 9일 중국 외교부의 장치웨 대변인은 문제의 62명의 탈북자들을 민가에서 체포한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거부했지만 일반론의 차원에서 밀입국자로 확인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국제법과 국내법, 그리고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처리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때 장 대변인이 ‘국제법’과 ‘인도주의’를 언급했기 때문에 문제의 62명의 체포된 탈북자들을 일정시간이 경과한 후 관례에 따라 남한으로 보내겠다는 것이 중국의 입장이 아니냐는 낙관적 기대를 불러 일으켰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것은 지나친 낙관이었습니다. 그 뒤 외신은 중국이 이들 62명을 전원 북한으로 강제송환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알려 왔습니다. 외신은 중국이 이들보다 하루 앞서 베이징의 주중 한국대사관 영사부로 뛰어 들어가는 과정에서 중국공안에 체포된 8명의 탈북자들도 함께 북송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으로부터의 12일자 외신은 새로운 사실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들 70명의 탈북자들이 아직 북으로 송환된 것은 아니며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지금 중국의 지린성 투먼 수용소에 수감된 상태로 북송에 필요한 절차와 수속을 밟고 있는 중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남한 정부는 물론 국제사회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이 자명해졌습니다. 즉각 유엔을 비롯한 외교 경로를 총동원해서 중국정부를 설득함으로써 이들이 자유의사에 반하여 북한으로 송환되는 것은 막아야 하는 일이 생긴 것입니다.
  
  그러나 이쯤에서 우리는 보다 근원적인 차원에서 탈북자 문제를 생각해 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 것은 국제사회는 물론 남한 정부도 탈북자 문제를 가지고 중국정부하고만 신경전을 벌일 것이 아니라 이 문제를 가지고 북한과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탈북자 문제의 근원은 북한 안에 이들이 북한을 버리고 중국으로 밀입국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정치적ㆍ경제적 상황이 존재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한 정치적ㆍ경제적 상황을 해결함으로써 북한동포들이 탈북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이 문제의 근원적 해결방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를 위하여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일은 남한정부가 남북대화 석상에서 북한측과 탈북자 문제를 가지고 정공법으로 직접 대화를 하는 것입니다. 지금 남한정부는 김정일의 북한당국이 싫어하는 일은 일체 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이 같은 입장 때문에 북한측과의 대화 석상에서는 탈북자 문제를 일체 거론하지 않고 오직 중국에 나와 있는 탈북자들 가운데 남한으로 오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들을 남한으로 데려 오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것은 올바른 정책이 아닙니다. 남한정부는 당연히 우선적으로 재중 탈북자들의 문제를 남북대화 석상에서 북한측에 제기하고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북한당국이 탈북자 발생 근절을 위한 대책을 강구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동포의 입장에서 탈북자 문제 해결에 남한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북한이 남한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일이 있는 지의 여부와 만약 있다면 어떠한 도움이 필요한 것인지를 북한측에게 물어야 할 것입니다.
  
  이와 아울러 이미 발생해 있는 재중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적어도 대한민국 헌법상으로는 이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니만큼 이들 가운데 원하는 일부를 남한으로 데려 오는 데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자국민 보호라는 차원에서 전체 재중 탈북자들이 기왕 나와 있는 중국에서도 보다 안전하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조건과 환경을 마련해 주는 문제를 가지고 적극 중국정부와 대화를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마침 미국의 북한인권법이 공포ㆍ발효된 시점에서 탈북자 문제에 대한 남한정부의 정책에 일대 전환이 요구된다 하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