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발 선 보수층
  
  오늘(12월18일) 서울 광화문 근방 음식점에는 손님들이 붐볐다. 내일 투표일이 공휴일인
  이유도 있을 것이고 선거 前夜에다가 送年會 약속도 겹쳐서인 것 같다. 會食 자리마다 선거
  이야기로 꽃이 피었습다. 기자가 참석한 모임에서도 始終 선거 이야기였다. 모두가 선거 추
  이를 궁금해하면서 『내일 어떻게 될 것인가』하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빨리 식사를 끝
  내고 집으로 가라! 그리고 전화를 돌려라. 그러면 당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라고
  답해주었다.
  요사이 내가 만나는 나이 든 사람들의 눈에는 핏발이 서 있는 것 같다. 걱정의 핵심은 盧
  武鉉 후보가 당선되면 체제위기가 온다는 것이다. 「나라가 망한다」느니「나라가 넘어간
  다」는 말들이 예사로 튀어나온다. 그들은 이번 선거를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존망이 걸린
  싸움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이는 보수층의 다수가, 李會昌 후보가 당초에 걸었던 부패 청산
  정도의 문제의식이 아니라 좌우 대결, 즉 赤化냐 체제 유지냐식으로 이번 선거의 의미를 인
  식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金正日이 핵개발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받아 盧武鉉 후
  보가 전쟁이냐, 평화냐고 비수를 들이댄 것은 보수층의 위기의식을 증폭시켰다. 한나라당
  朴槿惠 의원이 어제 적절하게 지적한대로 『戰犯(김정일)에게 군자금을 대주겠다는 사람이
  전쟁론자』임은 명백하다. 盧武鉉 후보는 對北 현금 지원 등 金正日의 공갈에 강력하게 대
  응하려는 자세를 전쟁불사론자로 규정하여 비난을 퍼부었다. 대한민국의 유력한 대통령 후
  보가 金正日에게 엄정한 자세를 취하려는 사람들을, 전쟁을 부추기는 세력으로 매도하는 초
  유의 사태가 전개된 것이다.
  선거 초반부터 한국 사회를 뒤흔든 反美·親北 선동이 11일의 북한 미사일 수출선 나포 사
  건과 12일의 金正日 핵공갈을 계기로 하여 보수층의 위기감을 자극하였다. 다수 보수층이
  이즈음부터 李會昌 지지 운동을 자발적으로 하기 시작했었다. 이때부터 反美운동과 北核 문
  제를 중심으로 한 체제문제가 선거의 가장 큰 잇슈가 되었다. 이런 左右 대결을 李會昌 후
  보는 피하고싶었으나, 선거판은 한국사회 내부의 이념 대결 구도와 국제사회의 美北 대결
  구도의 영향을 받아 막판에 좌우 정면 대결로 치달은 것이다. 이는 필자가 여러 번 주장했
  지만 바람직한 것이다. 이번 선거는 그렇게 되어야 하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구도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