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본 恒産과 恒心:부자나라일수록 청렴하다.
  
  동양 문화권에서 많이 쓰는 '恒産이 있어야 恒心이 생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일정한 재산이 있어야 안정된 마음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일정한 재산을 가진 계층을 중산층이라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민주화의 일반원리는 중산층이 강해야 민주화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물질적인 충족이 이루어진 다음에 정신적인 자유를 갈구하게 되며 이런 심리상태가 민주화에 대한 支持로 구체화될 때 권위주의 정부는 지탱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1960년 4월 학생혁명 때는 불가능했던 민주화가 1987년6월 대시위 때는 가능해진 이유도 중산층이 두꺼우져 우리 사회의 중추세력으로서 기능하게 된 점과 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중산층(샐러리맨, 소상인 등)이 학생편을 들면 권위주의 정권이 흔들리고 (釜馬사태와 6월 대시위) 중산층이 군인편을 들든지 중립을 지키면 군부 쿠데타가 성공합니다(5·16혁명과 5·17계엄확대 때).
  
  부패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생활수준이 향상되면 공직자의 부패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공무원들이 월급만으로 충분히 생활하게 될 때 비로소 명예를 지킬 수 있다는 뜻이지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前職 대통령의 비자금이나 선거자금 실태를 보면 부패가 더 만연하는 것 같지만 일선 공직자 사회에서는 소득 향상과 함께 부정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세계 부패지수, 또는 청렴도 지수를 보면 깨끗한 나라 랭킹과 1인당 국민소득 랭킹은 비슷한 분포를 보여줍니다. 즉 살 사는 나라일수록 공직자가 깨끗하다는 이야기이지요. 이 원리를 적용한다면 가난한 나라일수록 부패하다는 이야기가 성립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곳 북한이 부패천국이 되어 金正日을 빼고는 전부 썩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한때 우리나라에선 북한이 가난하지만 깨끗하다(공직자도 환경도)고 믿는 순진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생각은 인간심리의 오묘한 작동원리를 모른 까닭이겠지요. 잘 사는 나라일수록 깨끗하다면 우리는 이런 결론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돈을 많이 벌어 국민소득을 향상시키는 것이 가장 근원적인 부패추방 행동이다. 이런 적극적인 생각을 저는 淸富사상이라 부릅니다.
  
  반면에 조선조 시대 우리 선비들이 취했던 자세는 淸貧사상이었습니다. 가난하게 사는 것이 깨끗하게 사는 것이란 생각을 가진 그들은 돈을 버는 행위를 경멸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물건을 만들고 파는 工商계급은 賤視되었습니다. 이런 소극적인 사고방식에 사로잡히면 경제생활을 태만히 하게 되고 이런 사회에선 기업인이 배출되지 않습니다. 돈벌이를 죄악시하는 사회는 결국 가장 부패한 사회로 전락합니다.
  朝鮮朝 말기 관직을 사고팔았던 사람들이 바로 그런 위선적인 淸貧사상의 포로였던 선비출신들이었습니다.
  
  제가 설명한 위의 원리를 수치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매년 공개되는 국가별 청렴도 랭킹입니다. 국제 투명성 기구(Trasparency International)가 최근에 발표한1999년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랭킹에 따르면 가장 청렴한 나라는 덴마크(1인당 국민소득 랭킹 6위)이고 2위는 핀란드(1인당 국민소득 20위: 이하 같음, 1998년 통계 기준), 3위는 뉴질랜드(36위)와 스웨덴(14위), 5위는 캐나다(26위)와 아이슬랜드(11위), 7위는 싱가포르(9위), 8위는 네덜란드(17위), 9위는 노르웨이(4위)와 스위스(3위), 11위는 룩셈부르그(1인당 국민소득1위), 12위는 호주(23위), 13위는 영국(22위), 14위는 독일(13위), 15위는 홍콩(21위)과 아일랜드(27위), 17위는 오스트리아(12위), 18위는 미국(10위), 19위는 칠레(66위), 20위는 이스라엘(32위)이었습니다. 50위 이하의 중진국과 후진국 가운데서 칠레만이 유일하게 20위 안에 올랐습니다.
  
  칠레의 경우 지도층이 독일 이민들이고 피노체트 장군의 강권 통치 시절 부패추방을 과감하게 한 것이 이런 異變과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이 부패인식 지수는 기업인들과 국가별 위험도 분석가들, 그리고 일반인들이 느끼는 부패지수를 10(가장 깨끗)에서 0(매우 부패)까지의 범위 안에서 측정한 것입니다. 덴마크의 지수는 만점인 10으로서 가장 청렴한 것으로 나타났고 우리나라는 지수가 3.8로 리투아니아와 함께 51위였습니다. 우리나라의 1998년 1인당 국민소득 순서도 51위였으니 우리나라는 경제성장 정도에 어울리는 부패도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청렴도 랭킹이 우리나라보다 떨어지는 나라(53-99위권) 가운데서 1인당 국민소득이 50위에서 1위 사이의 선진국은 단 한 나라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1인당 국민소득을 불린다고 해서 자연히 부패추방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좋은 일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다만, 경험적으로 보아서 돈을 많이 버는 국가일수록 국민들은 정신적인 여유, 즉 恒心이 생겨 부정부패에 유혹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國富를 증진시키는 역할을 하는 기업인, 정치인, 과학자들, 기술자들, 노동자들은 그런 職能을 통해서 부패를 추방하는 역할도 간접적으로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부패추방은 구호로써만 되는 것도, 단속만으로 되는 것도 아닙니다. 以熱治熱입니다. 돈을 많이 벌고 그것을 깨끗하게, 보람되게 쓰는 淸富정신 속에서 보다 적극적인 자본주의 윤리가 구현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