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든 黨이든 나라든 반대와 도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반대와 도전이 없었던 경우보다 더 나아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全斗煥 전 대통령이다. 1980년대의 민주화 운동이란 거대한 도전이 있었기에 그는 직선제를 받는 6.29민주화 선언을 하였다. 그런 도전이 없었더라면 그는 자신이 지명한 사람에게 정권을 넘겨주고 청와대를 떠났을 것이다. 그 다음 어떻게 되었을까. 십중 팔구 차기 대통령한테 배신당했던지 4.19 같은 시민혁명으로 들어선 민주정부에 의해 단죄당했을 것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백담사 은둔과 2년 남짓한 옥살이를 하기는 했지만 비교적 평온하게 여생을 보내고 있는 것은 그가 7년 단임 약속을 지켰고 6.29 선언을 통해서 민주화 요구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그가 지명한 노태우 후보를 직선에서 당선시킨 점도 정치적 성공이었다. 말하자면 전두환 전 대통령은 민주화 운동의 도전으로 해서 당초 설정한 코스와 다른 행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정권을 잡았을 때보다 나은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퇴임후 그가 겪은 시련도 그의 인감됨을 더욱 깊게 만들어주었을 것이다. 그런 시련이 없었더라면 그는 인생의 그늘을 보지 못하고 양지만 달려온 반쪽인간으로 끝났을 것이다.
  노무현 후보의 당선 이후 한국 사회의 전망도 그런 점에서 낙관할 수 있는 면이 있다. 노무현 당선은 지지세력의 성향으로 미뤄 좌파의 집권, 우파의 좌절이라고 할 수 있다. 김대중 정권은 좌파성이 있었으나 본질적으로는 호남 지지에 기초를 두고 있었는데 노무현 후보는 젊은, 좌파 에너지를 동원하여 당선되었으므로 세력의 좌파성이 김대중 정권보다 강하다고 봐야 한다.
  그만큼 우파의 위기의식도 심해졌다. 우선 좌파는 이제 도전자 반대자 입장에서 정권을 만들어낸 입장으로 바뀌게 되었다. 국가운영의 주체가 된 입장에서 보다 신중해지고 책임있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 반대일 수가 있다. 권력을 남용하여 반대자, 즉 우파세력을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 좌파안에서 노선 투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예컨대 한국의 좌파는 친북좌파, 反北좌파로 나뉘어지는데 나라의 주인된 입장에서 김정일 정권의 정통성과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는 反北좌파가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말하자면 좌파의 우회전인 것이다.
  이에 대응하는 우파도 달라질 것이다. 많은 우파 요인들은 이번 선거 패인을 교육에서의 패배로 인정하고 있다. 자녀 교육의 주도권을 좌파 조직에 맡겼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反美, 親北化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반성이다. 우파가 교육기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이념무장을 한 다음에 젊은이들에 대한 자유민주주의 교육을 강화하고 좌파와 이론투쟁을 본격화해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집권 좌파의 공세에 밀려 더 약화될 수도 있다.
  가능성이 높은 쪽(또는 필자의 희망적 관측)으로 좌우가 변화할 경우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 시대에 책임 있는 反北 좌파, 행동하는 우파로 한국의 정치지형이 나뉘어지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는 한국의 정치를 안정시키고 활력이 넘치게 할 것이다. 왜냐 하면 反北좌파와 행동우파는 적대 관계가 아니라 좋은 라이벌 관계가 되기 때문이다. 반북 좌파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합법성을 확신하기 때문에 북한정권의 인권탄압, 탈북자 문제, 핵개발에 대해서 엄정한 태도를 취할 것이다. 행동 우파는 이념무장이 잘 되어 있으므로 부패하거나 권력에 기생하려 하지 않고 전투적이되 반북좌파를 동반자로 볼 것이다. 좌우파가 대한민국이란 큰 울타리안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것이다.
  좌파의 자극은 우파의 이론무장과 행동과 교육기능을 강화시켜줄 것이고 우파의 자극은 좌파의 신중성, 책임성, 국제성을 강화시켜 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좌우가 철학적 기반이 다른 정책을 놓고 싸우되 이는 대한민국과 국민들이 잘 되도록 하는 경쟁이 될 것이다.
  물론 이념, 특히 좌파 이념이란 것은 인격에 녹아 있는 것이므로 단시간에 변하지는 않는다. 외부의 자극이 변화를 강요할 때만이 전향과 전환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좌우파가 대한민국이란 공동체를 깨지 않는 범위내에서 정책, 이념대결을 치열하게 하는 것이 좋다. 그 과정에서 서로를 변화시킬 것이니까.
  다만, 집권좌파가 권력을 남용하여 우파의 뒤통수를 치는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고 우파는 반대를 위한 반대로써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자세를 버린다는 전제가 있어야 대한민국을 위한 경쟁적 좌우합작이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