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에 발매된 月刊朝鮮 1월호에는 盧泰愚 전 대통령이 지난 11월20일 중국의 江澤民 국가주석과 나눈 대화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江주석은 '김정일이 핵개발을 인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어투로 보아서 김정일의 핵개발을 개탄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江주석은 '우리는 한반도의 非核化를 원한다. 한반도의 안정에 좋지 않은 핵개발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盧泰愚 전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북한을 달래다가 안될 때 경제제재를 결의할 터인데 그렇게 되면 중국도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북한의 핵개발은 1991년에 남북한이 약속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에 위반되기 때문에 江주석에게 이야기해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김정일의 핵개발 선언은 미국과 맺은 제네바 협정을 위반한 것은 물론이고 우리와 한 약속을 깬 것이므로 우리 정부가 이 점을 지적해야 하는데 김대중 정부는 남의 나라 문제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나와 한 약속을 깼다, 그냥 있을 수 없다고 하는 원초적 분노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알아서 하겠지 하는 방관자적 자세만 보입니다.
  북한의 핵개발은 한국의 안전과 직결되는데 자신의 안전문제를 남의 일처럼 다루는 대통령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이것이 바로 노예근성입니다. 자신의 운명을 적과 친구의 수중에 맡기는 일이 아닙니까. 대통령부터 이런 무책임한 태도로 나오니 자녀 교육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이것은 국민정신의 타락을 불러올 것입니다.
  12월23일자 타임(주간)에도 비슷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Family Feud-China's patience for North Korea's diplomatic brinkmanship has worn thin'(가족내 분규-북한의 벼랑끝 외교전술에 대해 중국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미국은 중국 정부에 대해 북한정권이 핵개발을 중단하도록 영향력을 발휘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이를 놓고 15개 부서의 실무자들이 대책회의를 했다고 합니다. 이 자리에서 몇몇 관리들은 북한에 주고 있는 기름과 식량 원조의 중단뿐 아니라 국경을 개방하여 탈북자가 많이 생기게 하는 압박 방안까지 제시했다고 합니다. 한 참석자는 '나도(그런 말을 듣고) 멍할 정도였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들어서 북경 당국에선 김정일이 기피인물임을 암시하는 이야기를 흘리기도 했습니다. 북경당국은 미국 상원의원 샘 브라운백이 북한과의 접경지대를 방문하여 탈북자 실태를 조사하도록 허용했습니다. 이런 조치도 북경당국이 북한에 보내는 경고란 것입니다. 지난 10월 江澤民 주석이 텍사스에서 부시 대통령과 만났을 때 부시는 물었다고 합니다.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는 정말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입니까'
  江주석은 몸을 앞으로 수그리더니 영어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Honestly, I don't know.'(정직하게 이야기한다면 나도 모르겠어요)
  이 김정일이 오늘 핵개발 시설인 영변의 5메가와트짜리 원자로에 설치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봉인과 감시카메라를 제거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막가는 행동을 시작한 셈입니다. 내년 중반기쯤 국제사회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통해 북한정권에 대한 경제제제를 결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 한국 정부는 무엇을 할 것인가. 민족문제라면서, 또는 미국과 북한이 싸우면 우리는 말린다는 입장에서 對北경제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하여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소외되고 고립되는 길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對北경제제재에 가담함으로써 김정일 정권과 한국내 그 추종세력으로부터 협박과 도전을 받을 것인가. 이때가 새 정권으로서도 한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중국이 對北경제제재에 동참해버리면 김정일 정권은 버티지 못하고 굴복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심장부로부터 들려오는 암시는 의미심장합니다. 우리의 차기 정권이 국제사회와 손잡으면 김정일을 완벽하게 포위하여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그 연장선상에서 한반도의 평화 체제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 정부가 김정일에게 비상 탈출로를 내어주려고 한다면 그렇게 되지도 않을 뿐 아니라 한미동맹관계가 어렵게 되고 국제적인 고립을 자초하게 될 것입니다. 중국의 태도 변화를 예의 관찰하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