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夢憲의 예언 검증-북한의 개방 혹은 북한의 붕괴
  
  북한 로동신문은 2000년 1월18일 '계급적 원쑤들과는 무자비하게 투쟁하여야 한다'는 題下의 논설을 실었다. 이 논설은 '혁명선배들이 피로써 쟁취한 사회주의가 제국주의자들과 반동들에게 계급적 원칙을 양보한 탓에 총 한 방 쏴보지 못하고 무너지는 비참한 결과가 초래되었다'면서 이렇게 경고했다.
  
  '누가 죽고 누가 사느냐 하는 치열한 계급투쟁에서 한 걸음의 양보와 후퇴는 열 걸음, 백 걸음의 양보와 후퇴를 가져왔으며 종당에는 원쑤들에게 사회주의 전취물을 빼앗기는 비극을 낳았다. 계급투쟁의 기초에는 사상의 대결이 놓여 있다. 사회주의 사회의 내부에 사회주의 사상이 아닌 잡사상을 끌어들이는 행위는 사회주의에 대한 배신이며 인민에 대한 배반이다. 온갖 자본주의적 잡사상들과 썩어빠진 부르주아적 생활양식이 내부에 스며들지 못하게 모기장을 든든히 쳐야 한다.
  
  초계급적인 인권과 인도주의를 부르짖는 잡소리에 절대로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인권이니, 인도주의니 하는 따위의 잡소리들을 늘어놓는 것은 혁명적 인민들의 계급적 각성을 무디게 하고 주체성과 민족성을 거세 말살하기 위하여 계급의 원쑤들이 쓰는 숫법의 하나이다. 계급적 원쑤들이 바라는 것은 인민 위에 군림하여 인민의 등을 치면서 특권적 지위를 누려보자는 것이다. 이것이 계급적 원쑤들이 부르짖는 인권의 본질이다.'
  
  鄭夢憲 현대 그룹 회장은 지난 5월24일 북한 고성항 부두 준공식을 마치고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북한은 앞으로 5년 이내에 중국 수준으로 개방될 것으로 보인다. 남한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북한에서 사업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
  
  북한노동당의 기관지 로동신문의 논설과 鄭夢憲회장의 예상 사이엔 너무나 넓은 간격이 있다. 로동신문은 자본주의적인 잡사상, 인권-인도주의란 잡사상과 무자비하게 투쟁하자면서 모기장을 든든히 쳐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자본주의와 인권 개념이 없는 개방은 있을 수 없으며 그런 체제에서 남한 기업인이 자유롭게 사업할 수도 없다.
  
  더구나 북한이 5년만에 현재의 중국, 20년간 착실하게 개혁-개방의 길을 걸어온 중국 수준까지 간다니. 이런 추월이 가능하려면 한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金正日이 권좌에서 밀려나는 것이다. 그를 대체한 정권이 鄧小平 같은 개혁-개방로선을 중국보다도 4배나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다. 지금의 중국은 권력의 집중을 유지하는 것 이외에는 자본주의적인 시장논리를 거의 받아들이고 있다. 북한이 이렇게 되면 노동당 정권과 함께 그 체제는 무너진다. 그렇다면 鄭夢憲 회장은 金正日의 퇴진과 북한체제의 붕괴를 그런 말로 예언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