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1일 시작된 네티즌들의 수개표 요구 시위가 연 3일째 계속됐다. 23일 이 날도 네티즌들은 한나라당사 앞에 집결, 시위는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전자개표의 오류를 지적하는 네티즌과 시민들이 제 16대 대통령 수개표추진범국민운동 준비위원회를 결성 12월 26일 광화문 열린마당 앞에 총 집결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네티즌과 시민들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 해단식 플랜카드를 내리라고 요구하며 '한나라당이 전자개표 의혹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해단식을 가지는 것은 선거에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항의한 뒤 '노무현 당선자가 국민적 의혹을 가지고 국정을 이끌어 간다는 것은 국민적 불행이므로 노 당선자가 앞장서서 수개표를 받아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사회를 맡은 한나라당의 최연희 부사무총장은 '오늘 해단식은 없다'고 밝힌 뒤 '나도 쓰라린 아픔을 참을 길이 없다. 그러나 여러분들도 신중하게 대처하길 바란다'고 말해 해단식이 무기연기되었음을 알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한나라당은 늘 이런 식으로 미지근했다. 늘 이런 식이라면 한나라당은 집권할 자격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티즌과 시민들은 '아직 수개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는 끝나지 않았다'며 '한나라당의 안일한 자세가 오늘날의 불행을 가져왔다'며 '한나라당의 고위 당직자는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즉석에서 '수개표추진범국민운동 준비위원회'를 결성 우선 이영수씨를 위원장으로 선임하고 12월 26일 1시에 광화문 열린마당 앞에 총집결하기로 결정했다. 이영수 위원장은 '수개표 요구는 유권자의 당연한 권리다'라고 말하며 '선관위는 즉각 수개표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전에 열린 한나라당 지구당 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안상수 부정정선거 감시단장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기계상의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제보가 급증하고 있다'며 긴급하게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선거 5일전 이와 같은 전자개표 방식이 조작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종래와 같이 수개표 방식에 의할 것을 당론으로 결정했지만 중앙선관위에서 기일이 촉박하여 선거종사원을 모집할 수 없다고 거부하였다'고 밝혔다.
  
  또한 안 위원장은 '선관위 선거사무원과 개표참관원들이 전자개표 조작을 막기 위해 개표 초기에 실시토록 한 '100매 사전 테스트'는 244개 개표소 중 107개소가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고, 별도의 계수기를 이용한 득표수 재계산은 41개소에서 실시했다고 하나 (추가로 정밀 확인이 필요함), 대부분 검증 작업이 소흘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며 '선관위가 지방선관위에서 위와 같은 합의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의심되는 몇 가지 사례를 각 지구당 위원장에게 말하며 각 지구당별로 개표현장에서의 각종 문제점을 추가로 상세하게 파악,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기계오류 등 문제사례
  ① 혼표 2건 확인
  - 기호 1번표가 기호 2번표 투표지 적재함에서 발견된 개표소 2곳 ( 지역 각 2매, 10매 단위)
  ② 부재자투표 개표 중 오분류 발견
  - 시 구청 개표소 번 개표기에서 부재자투표 개표 중 오분류 표가 다수 발견되어 타개표기를 사용해 개표를 마침
  ③ 투표자수, 투표용지수 불일치 1건 확인
  - 전자개표기로 분류된 투표용지 2,251매, 투표행위자수 2,150명이나, 투표 관리대장을 통해 확인한 투표자수는 2,321명으로 나타남
  
  의심되는 몇 가지 사례
  ① 중앙선관위 컴퓨터 모니터링 중 지역에서 1번과 2번 후보의 득표율이 각각 44.0%-44.2%, 51.0%-51.2%로 2시간 동안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는 이상 현상 감지
  ② 포천지구당 등 상당수 지구당에서 발표된 투표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
  ③ 그 동안 '이 후보는 절대 안된다'는 여권 중요인사의 반복언급
  ④ 출구 여론조사가 발표 시점에 번복되었다는 의혹
  ⑤ 전자개표 조작 가능성에 대한 많은 지적
  
  자리에 참석한 이원복 위원장은 '미분류표를 집계하면 이것 또한 여론조사치로 볼 수 있다'고 말한 뒤 '우리 지역구 미분류 표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노무현 후보에게 0.8% 정도 뒤지는 것으로 나왔는데 전체적 미분류표 집계는 9% 뒤지는 것으로 나와 무척 당황했다'고 말했다.
  
  개표 바로잡지 못한다면 공명선서의 의미가 퇴색
  
  또한 임진출 의원은 이번 수개표 요구에 한나라당이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하며 '수개표 뒤에 한나라당이 상처가 날까봐 두려워하는데 너무나 답답하다. 나는 부정선거의 피해자로 4전 5기의 국회의원이다. 국민적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이번 일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이는 공명선서의 의미가 퇴색될 뿐만 아니라 당의 앞길에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공명선거를 위해서라도 이번 수개표 요구는 꼭 관철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도 네티즌과 시민들이 몰려와 항의하는 등 큰 소란이 벌어졌다. 한 여성 시민은 '당신들은 많이 배우고 잘난 사람들이라 우리 서민들의 마음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며 '부패한 정권을 내 손으로 심판하고 싶었는데 전자개표기가 내 권리를 빼앗아 갔다. 너무나 억울하다'며 울먹였다.
  
  한편 젊은 네티즌들이 중심이 된 '주권 찾기 시민연대' 회원들은 12월 25일 3시에 서울역에 모여 수개표 요구를 위한 시위를 하기로 결정해 전자개표의 오류를 둘러싸고 시민들과 네티즌들의 시위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의 남경필 대변인은 '전자개표의 신뢰성문제 뿐만 아니라 차후의 모든 선거에서도 제기 될 수 있는 문제라며 특히 선거가 시작되기 전 선관위에 공식 요구하고 약속 받았던 전자개표 후 수개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만큼 어떤 형대로든 검증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혜식 기자 king@independen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