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느 모임에서 50대 후반, 60대 초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50대 후반의 한 박사분은 집안이 부자이고 대기업체의 임원을 지낸 사람인데 여중생 교통사고를 '살인사건'이라고 부르면서 미군이 사망자 가족한테 몇십만 원밖에 보상하지 않았다고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분은 자영업자인데 아주 보수적인 정치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분은 여중생 가족에게 미군이 약2억원씩의 보상을 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설명했더니 모두 놀라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언론이 반미 시위를 추켜주는 식의 보도를 하다가보니 핵심적인 사실관계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데다가 김대중 정부도 오해를 방치했으며 이회창씨도 반미 시위를 말리는 입장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군이 민사상의 책임을 지고 보상했다는 사실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는 기성세대마저도 잘못된 정보의 희생자가 되어 반미 경향을 띠게 되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친북좌파의 선동에 보수층도 영향을 받았고 이것이 이번 선거에서 크게 작용했으며 당락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증명하는 한 사례입니다.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에게 제대로 정보를 전달하고 설명했더라면 오해에서 비롯된 반미감정을 상당히 누그러뜨릴 수 있었을 터인데 아무도 그런 교육자 역할을 하지 않고 젊은이들이 주도한 운동에 영합하니 진실조차 묻혀버린 것입니다.
  
  정부, 언론, 야당이 제 역할을 했다면 오해에서 비롯된 미군에 대한 감정은 상당 부분 순화되었을 것이고 반미운동의 확산을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한국 사회의 핵심 요소들이 좌편향되어 있는데다가 정권마저 좌파적이니 미국에 불리한 기사는 크게 실리고 미국에 유리한 기사는 죽어버리는 패턴이 정착되었습니다.
  선동을 깰 수 있는 것은 정직과 사실입니다. 선동은 사실을 왜곡, 과장, 조작하는 것입니다. 교통사고를 살인사건이라고 왜곡한 것이나 미군이 민사상으로 책임 진 사실은 삭제해버리는 숫법입니다. 선동이 먹히는 사회는 사실이 제대로 유통되지 않는 사회입니다. 선동이 먹히는 사람들은 사실과 허위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이들입니다. 감정적인 사람, 컴플렉스가 있는 사람, 증오심을 숨기고 있는 사람, 선입견이 강한 사람들, 음모적 시각을 가진 이들이 선동의 밥입니다. 선동이 잘 먹히는 사회는 사람들의 마음이 투명하지 못하고 삐뚤어져 있으며 뒤틀려 있습니다. 여기에 기여하는 것이 언론의 선동적 보도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20, 30대가 세상을 뒤집었다고 높게 평가하는 이야기가 무성한데 한편으로는 선동과 조작과 과장에 속아넘어간 투표행태가 있었음을 직시하여야 할 것입니다. 선동에 의해 집단적으로 감정적 결정을 한 결과에 대한 책임은 결국 국민들 전체가 나눠지게 될 것입니다. 선동을 막을 수 있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방치, 방관, 이용한 사람들의 책임은 선동가보다 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