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준
안녕하십니까. 처음 인사드립니다. 저는 黃晟準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여러분과 자주 뵙기를 희망합니다. 저는 91년부터 2001년까지 러시아에 거주하다가 올해 초에 귀국했습니다. 제 개인적 신상에 대해서는 차츰 이야기 하기로 하고, 작년 아프칸 사태에 대해 잠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저는 작년(2001년) 11월 아프칸에서 종군기자로 일했습니다. 구소련 독립국가인 타지키스탄을 거쳐, 육로 아프칸 국경을 넘은 다음, 북부동맹군과 함께 전선을 따라 이동, 해발 5,000m 힌두쿠시 산맥을 당나귀를 타고 건너서 수도 카불市에 들어갔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黃晟準 기자, 아프간 戰線에서 살아오다', 월간조선 2001년호 1월호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때아니게 아프간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지금 한국에 아프간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만연돼 있으며, 이것이 교묘하게 왜곡되어 反美 선전물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 돌아와 몇몇 친구들을 만나 보니, '미국의 무차별 폭격으로 황폐화된 아프간', '죄라고는 아프간에 태어난 것 밖에 없는 불쌍한 아프간 인민들을 무차별 학살한 미국' 등등을 운운하며, 미국을 성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니 몇몇 인터넷 사이트에서의 아프간 묘사는 그야말로 황당하다 못해 악의적인 것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1.아프간에는 '무차별 폭격'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경악할 정도의 '고도 정밀 폭격'이었습니다. 수도 카불의 경우, 단 한 건의 오폭도 없었습니다. 정확하게 탈레반 본부 건물과 탈레반군 주둔 진지만이 공습당했을 뿐입니다. 너무나 정밀해서 저희 외국 특파원들은 전율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탈레반 본부의 경우, 마치 폭파공법을 사용한 듯, 본부 건물만 폭파됐을 뿐, 인근 건물은 창문 정도가 흔들렸을 뿐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습니다. 물론 지방에서 오폭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소위 '결혼식장 오폭'이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지요. 하객들이 결혼 축포를 공중에 사격하는 것을 오인, 미군기가 폭격한 사건입니다. 물론 불행한 사건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대서특필됐습니다.(이것이 일상적인 사건이었다면, 외신기자들은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너무 예외적인 오폭인 바람에 대서특필이 됐습니다.)
2.아프간 전쟁은 미국에 의해 시작된 것이 아니라, 미국에 의해 종결됐습니다.
아프간의 황폐한 모습을 보고, 이것이 미군 폭격 때문이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는 정말로 오해입니다. 아프간은 수십년간 내전 상태에 있었습니다. 작년 미국이 개입할 때도 아프간은 내전 상태였습니다. 아프간의 파괴된 건물의 99%는 미국 개입 이전에 발생한 것입니다. 종족간의 피어른 복수전의 악무한적 되풀이, 이것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지독하면 탈레반 조차도 자신의 동포들이 아닌 미군에게 항복하고자 했는가 하는 점에서 잘 드러납니다. 전쟁에 지친 대다수의 아프간 민중들은 미국에 의한 이번 종전을 대환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3.탈레반은 아프간 민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었으며, 탈레반은 국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결집체였다.
북부동맹군이 내세운 주요 슬러건 중의 하나가 '反외세'였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요? 탈레반 포로 가운데 외국인 비율은 약 40%였습니다. 심지어 미국인 탈레반도 있었습니다. 미군은 사실상 지상전을 치루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공격이 개시되자 마자, 탈레반은 북부동맹군을 비롯한 여타 '反탈레반軍'에게 급속히 붕괴됐습니다. 저는 미군을 비롯한 서방 평화유지군을 해방군으로 맞이하는 아프간 민중의 모습을 여러번 목도했습니다.
4.탈레반은 결코 이슬람의 대표주자가 아닙니다. 기독교에 많은 종파가 있는 것처럼, 이슬람에도 무수히 많은 종파가 있습니다. 탈레반 운동은 그야말로 현대문명을 포기하고 9세기로 돌아가자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음악과 춤이 금지됐습니다. 대학은 폐쇄됐습니다. 부르카의 문제만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저는 페미니즘 입장에서 부르카를 비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르카 문제는 아프간 여성들의 생존권을 위협한 문제였습니다. 탈레반은 모든 여성을 직장에서 내쫒았습니다. 수백만의 전쟁 미망인이 있는 곳에서 여성들에게 일을 못하게 한다는 것은 죽으라는 소리였습니다. 그리고 부르카는 약 미화 20달러에 해당됩니다. 한국인의 기준에서 미화 20달러는 별로 비싼 것이 아닌 지 몰라도 아프간 보통사람에게는 한달 생존비에 해당됩니다. 이에 전쟁 미망인 여러 명이 부르카 한 벌을 가지고 돌려 입으면서 우물물을 뜨러 다닌 것이 탈레반 치하의 현실이었습니다. 근대화의 맛을 본 카불의 지식층은 터키식 이슬람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5.일부 좌익 지식인들은 탈레반과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을 마치 '민족 자주 진영'인 것처럼 묘사하면서 이들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우리는 민족자주를 위해 '反美聯北'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세계화' 시대입니다. 저는 우리 대한민국은 탈레반化 혹은 사담 후세인식의 이라크化를 시키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결사반대합니다.(이러한 시도는 한반도의 '주체사상화'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세계화'의 시대입니다. 이 속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어떻게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는가를 모색해야 합니다. 혹시 영국이나 독일을 미국의 식민지로 여기시는 분이 계시는지요? 영국이나 독일이 미국의 식민지이기에 친미노선을 걷고 있으며, 또 미군을 주둔시키며, 더 나아가 아프간에 파병했습니까. 일부 극단적 민족주의자들의 논리대로라면, 영국와 독일은 미국의 식민지입니다. 좋습니다. 만약 영국을 미국의 식민지로 간주하고, 과거 탈레반 정권과 현재의 사담 후세인을 자주 국가로 간주한다면, 저는 식민지人으로 남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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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20일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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