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솔직한 표현을 잘 하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오늘 민주당 중앙선대위 당직자 연수회에 참석, 몇 가지 진지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지역대결구도를 깨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권한을 절반으로 줄이더라도 무엇이든 양보할 생각이 있으며, 반드시 中大선거구제가 아니더라도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정치권에 정식으로 협상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권한을 절반으로 줄이더라도'란 말이 실감난다. 자신의 권한을 줄이는 것이 바로 기득권을 양보하는 개혁인데 아마도 정치인이 가장 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노무현씨가 대통령에 당선되 비결은 자신의 기득권을 던진 승부에서 여러 번 이겼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기득권까지 내던지면서 국가통합을 위해서 정면승부를 하겠다는 결의는 그래서 실감이 가는 것이다. 정치권에 협상을 제안하겠다는 것은 의석수의 과반수를 점한 한나라당에 제의하겠다는 의미이다. 지역갈등 해소 방안이 협상으로 이뤄지려면 대통령과 한나라당 사이에 선의의 경쟁 관계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을 공작 차원에서 압박하는 방식은 적대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야당의 결사항전을 불러 협상이 불가능해진다.
  
  노무현 당선자는 이 연수회에서 또 이런 말을 했다.
  '우리 모두를 망치고 있는 연고문화와 청탁문화를 청산하기 위하여 창탁에 관한 한 엄격하게 대응하겠다. 청탁을 하다가 걸리면 그동안 아무리 잘 하던 기업이나 개인도 아무 흠이 없지 않는 한 살아남지 못하게 엄청난 타격을 주도록 하겠다. 앞으로 여러분이 청탁로비를 받으면 (청탁을 한 사람에게) 패가 망신을 당할 것이다고 경고해달라. 개인이든 기업이든 조세문제까지 조사해서 살아남을 수 없도록 하겠다'
  청탁문화와 연고주의에 대한 화끈한 경고로서 실감은 있으나 좀 지나친 표현도 있다. '살아나지 못하게 타격을 주겠다'는 말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청탁한 사람을 사형에 처하겠다는 이야기가 된다. 기업의 경우에는 폐업을 시키겠다는 의미가 된다. 청탁이 아무리 나쁘더라도 폐업이나 극형을 받을 일은 아니다. 법에서 정한 벌만 받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조세문제까지 조사하겠다는 것은 세무조사를 형사상의 징벌 목적으로 쓰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데, 이것도 세무조사의 정신에 위배된다. 세무조사는 탈세 혐의를 조사해서 세금을 거두어들이자는 것이지 다른 범법행위를 징벌하는 보조수단이 아닌 것이다.
  
  대통령의 언행은 세인의 관심 대상이고 특히 공무원들에게는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노무현 당선자는 자신의 발언을 검사나 세무공무원들이 어떻게 해석하여 직무에 참고로 할 것인지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말은 한 나라의 방향과 분위기를 결정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언어는 신중하고 격이 높고 정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