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문제를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문제로 보는
  자세는 國家 도덕의 붕괴… 평화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려 한다면 결국 폭력의 노예가 된다
  (이 글은 월간조선 2003년1월호 부록 [한반도의 대전환]에 실렸던 것을 옮긴 것이다)
  북한이 군사력을 갖고 있지만 사용할 수 없도록 여건을 관리해야 한다. 남북한이 內戰 상태임을 고려할 때, 국내적으로는 고도의 국가적 道를 확립하고 유지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다. 정부와 국민이 최소한 對北 관계에 관해 一心同體가 되었을 때 북한 군사력은 있으되 쓰지 못하는 도구가 된다
  
  히틀러의 「의지」를 誤判했던 스탈린
  
  군사적 위협을 평가할 때에는 통상 상대방의 「能力(능력)」과 「意志(의지)」를 구분하여 평가하게 된다. 능력은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지만 상대방의 의지는 참으로 알아내기가 어렵다.
  제2차 세계대전 때의 일이다. 히틀러가 서쪽으로 프랑스를 공격하고 있을 때, 영국의 처칠 수상은 독일의 다음 목표가 소련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처칠은 그 정보를 스탈린에게 전해 주고 대비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스탈린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스탈린은 히틀러의 속심을 읽는 것은 자기가 한 수 위라고 믿고 있었으며, 오히려 처칠이 자기를 속이려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칠은 다시 그 정보를 보내 주었다. 그렇게 하기를 84번이나 반복했다. 그래도 스탈린은 믿지 않았다.
  1941년 6월22일, 독일군 148개 사단이 3000대 이상의 전차를 앞세우고 소련을 기습 공격했다. 소련은 실제로 방심하고 있었고, 그 결과 스탈린은 소련군 主力부대의 대부분을 상실하게 된다. 상대방의 의지를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생각했던 스탈린의 過信(과신)이 불러온 재앙이었다.
  스탈린의 엄청난 실수에도 불구하고 소련은 살아날 수 있었다. 워낙 땅이 넓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그런 실수를 한 번 하고 나면, 다시는 再起(재기)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金正日의 속심을 讀心術(독심술)로 알아내려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오직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전문적인 판단만이 그가 하고자 하는 바를 설명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의 북한군은 전차와 포병으로 기습 남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때 북한이 我軍(아군)의 공군력을 무력화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10만의 특수부대였고, 미군의 증원을 봉쇄할 수 있는 수단은 20여 척의 잠수함이었다. 그 당시 북한의 군사력은 적어도 내용 면에서 평가한다면 제2차 세계대전 초기 수준의 機動戰(기동전)을 할 수 있는 능력에 해당했다.
  
  북한군은 지난 10년간 전혀 다른 차원의 군대로 변모
  
  능력 면에서 볼 때 북한의 군사력은 지난 10년 동안 새로운 차원으로 변모했다. 북한은 처음에는 射距離(사거리) 300~500km 정도의 舊소련제 스커드 미사일을 모방 생산 하더니 1993년에는 사거리 1000km 이상 되는 「노동 1호」를 생산 배치했다. 1998년에는 사거리 1500km 이상 목표를 가격할 수 있는 대포동 미사일을 시험 발사 했다. 지금 북한은 1000기 이상의 미사일을 실전 배치해 두고 있다.
  미사일은 운반 수단이다. 따라서 북한이 그것으로 무엇을 운반하려는지가 더 중요하다. 정보 판단에 의하면 북한이 현재 비축하고 있는 화학작용제는 2000~5000t이나 된다. 화학작용제 1000t은 한반도에서 4000만 명을 살상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북한은 세균戰 능력도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게다가 북한은 최근 核을 개발해 왔다고 시인했다.
  이제 능력 면에서 북한의 군사력은 종전과는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 우리의 후방 공군 기지와 남쪽 항만은 북한의 미사일에 의한 화학제 공격의 표적이 되었다. 북한은 이미 오키나와를 포함한 모든 駐日 美軍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했다. 만약 북한이 「대포동 2호」를 완성하고, 이 미사일에 核탄두를 장착하게 될 때는, 북한의 군사력이 아시아·태평양권 전역을 위협하게 된다. 따라서 유사시 美 증원군은 이 미사일의 위협을 받으면서 이동해야 한다. 능력상으로 본 북한의 군사력은 더 이상 1980년대의 군대가 아니다.
  미사일을 방어하는 기술은 세계적으로 아직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다. 사실 우리 軍은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다. 어디든지 북한이 쏘면 맞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엄청난 戰力上의 불균형과 그 결과에 대해 우리는 너무 무감각하게 되어 버렸다는 점이다. 북한의 군사적 능력은 새로운 차원으로 변모하고 있는데, 그 위협에 대한 경계심은 오히려 무너져 버렸다. 核 문제와 미사일 문제를 미국이 맡아서 북한과 협상하는 과정에, 그 核의 위협은 우리와는 거리가 먼 문제로 묻혀 버렸다. 남북 교류의 횟수가 증가하면서 북한 정권의 본질에 대한 인식은 소멸해 버렸다. 어떤 경우에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논하는 것 자체가 낡은 冷戰的 사고방식으로 매도당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모두 북한이 기습할 수 있는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들이다. 사람들은 우리의 안보를 북한이 공격하지 않으리라는 희망(wishful thinking)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의 사태가 발생한다면 미국이 구해주리라 믿고 있다. 지금 우리의 심리적 대비태세는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남북한 관계는 기본적으로 內戰관계
  
  이 시점에서 우리는 남북관계의 본질을 다시 점검하고, 오늘의 실태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한 관계는 기본적으로 같은 민족 간에 일어나는 內戰관계이다. 熱戰(열전)이 중단되었지만 冷戰이 이어져 왔다. 어떤 정치적 수사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은 內戰과 冷戰의 틀에 머물러 있다는 현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毛澤東(모택동)과 蔣介石(장개석)의 관계처럼 종국적으로는 군사적으로 승부를 가름하게 되지만, 그 과정은 서로 비난도 하고 모략도 하며, 협상도 하고, 화해도 하고 때로는 협력도 하면서 民心을 收攬(수람:사람의 마음을 거두어 잡는 것_편집자 注)하기 위해 경쟁하는 政治 心理戰의 特性을 지니게 된다.
  內戰의 원리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전략가는 중국의 孫子(손자)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중국 대륙에서 여러 군주들이 覇權(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면서 대규모 內戰을 벌인 시기였기 때문에 그의 兵書는 內戰의 교과서다. 孫子는 이와 같은 內戰 형태의 전쟁에서 한 국가의 전쟁수행 능력은 동원된 軍事力 자체도 중요하지만, 좀더 결정적인 것은 그 국가의 「道」, 즉 「국가적 意志의 단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중국 內戰에서 蔣介石의 大軍이 毛澤東의 게릴라軍에게 패배한 배경은 道의 경쟁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다. 현대 개념으로 보면 정치 심리전에서 패배한 것이다.
  孫子는 그의 兵書에서 伐謀(벌모), 伐交(벌교), 伐兵(벌병) 그리고 攻城(공성)을 모두 戰爭의 일부로 설명하고 있다. 이 중에서, 伐兵과 攻城이 군사력을 직접 사용하는 것인데 반하여, 伐謀와 伐交는 戰·平時를 막론하고 계속해서 이루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이어온 南北 대결의 특징은 본격적인 伐兵을 준비하면서 끊임없이 伐謀하고, 伐交했던 경쟁의 연속이었다.
  孫子는 이 경쟁을 戰爭의 범주에 넣어서 생각하였다. 왜냐하면 內戰의 시각에서 볼 때는, 伐謀와 伐交 그 자체가 전쟁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內戰의 원리와 특징을 망각하면 南北관계의 本質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孫子의 시각으로 본 金正日의 지난 10년간의 행보는 모두 전쟁의 연속이었다. 1990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이어서 소련이 해체되면서 東歐圈(동구권)이 붕괴했다. 천안문 사태의 아픔을 견디면서 남보다 먼저 변화를 수용했던 중국은 이 변화를 담담하게 지켜보고 있었지만, 북한이 받은 충격은 심각했다. 이 위기를 미처 다 관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金日成이 사망하자, 밖에서는 북한이 軟착륙(soft landing)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硬착륙(hard landing)하게 되는지를 관망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격변의 파도가 지나간 후 金正日은 그의 아버지와 꼭같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는 소련이 무너지고 동구권이 자유화 노선을 선택한 변화를 제국주의 세력의 책동에 의해 공산주의 신념이 부족한 나라들이 무너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따라서 북한은 제국주의 세력의 위협에서 민족을 구하고, 세계적으로 사회주의 혁명의 승리를 보장하는 사명을 완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소위 金日成의 遺業(유업)을 완성하는 것이고, 그것이 그가 권력을 승계해야 하는 정치적 명분이었다.
  
  先軍정치의 성과와 한계
  
  국제적으로 고립된 북한은 해외자본을 유치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경제개혁은 실패했고, 때마침 흉년이 들어 식량난은 극심했다. 金正日은 이 위기를 先軍政治로 풀어 나갔다. 軍의 안정을 우선 확보하여 사회의 안정을 보장하고, 군대의 힘을 바탕으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한다는 개념이었다.
  金正日의 先軍정치는 위기에서 안정을 회복하고 체제를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이 과정에서 軍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제 軍의 간부는 군사부문에서뿐만 아니라 치안유지, 경제문제 등 정책적 의사 결정에까지 폭넓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의 군사력은 75만 명에서 120만 명 수준으로 증가했고,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무기를 구입했으며, 미사일과 核을 개발했다. 2000년 이후 金正日의 해외 활동을 가능케 한 국내 안정은 先軍정치와 軍의 역할에 힘입어 이루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軍 주도로 이루어진 정권의 안정이 북한 사회에 누적된 제도적 모순과 부패와 非능률적 관행들을 개혁하지는 못했다. 군사력과 對南사업 기능 등은 더 비대해졌고, 경제적 여건은 더욱 악화되었으며, 주민의 생활고는 극심한 지경에 이르렀다. 명색이 공산국가이면서 식량배급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주민에 대한 黨의 통제력은 약화되었고, 해외로 탈출하는 난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북한의 대량살상 무기(WMD:Weapons of Mass Destruction) 개발에 대한 국제적 압력은 시간이 갈수록 더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의 對이라크 전쟁이 끝나면, 어떤 형태로든 북한의 核문제는 수술대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金正日의 세 가지 선택
  
  先軍정치가 한계에 이르게 되었을 때 가능한 金正日의 선택은 세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선택 1>
  더 늦기 전에 군사력을 사용하여 金日成의 遺業인 赤化통일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 선택은 북한이 현재의 군사력으로 기습 공격을 감행하여 서울을 1주일 정도의 단시간 내에 고립시키고, 미군 증원을 차단한 다음, 협상을 하거나 아니면 한국군을 섬멸하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몇 가지 전제 조건이 달성되어야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그 전제조건이란 ▲남한의 국가적 道가 몰락한 지경에 이르렀을 때 ▲韓·美 동맹체제가 무너지고 남한이 국제적으로 고립되었을 때 ▲북한이 核개발을 완료하고 탄두를 소형화하여 核미사일로 美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했을 때 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북한이 지난 半세기 동안 일관되게 赤化통일을 준비해 왔다는 점과 극도로 비대해 있는 현재의 군사력을 고려할 때, 북한이 이 전략을 선택할 「能力」은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이 戰略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전제 條件의 대부분은 북한 밖에서 이루어져야 할 내용들이다. 남한의 道 문제는 북한의 노력에 따라 다소 영향을 받겠지만, 주로 남한의 지도자와 국민 의식에 따라 결정된다. 韓·美 동맹관계는 북한의 工作이 變數(변수)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국제적 안보구조상(security structure)의 문제이며, 韓·美의 이익에 관계되는 문제다. 북한의 WMD 개발 문제 역시 외부 영향을 받고 있다.
  비록 북한이 능력 면에서 전쟁을 선택할 수 있는 준비가 완료되어 있더라도, 외부적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실패할 경우 북한은 국가가 소멸하게 되는 상황을 예상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50년의 경우처럼 북한이 외부적 여건을 誤判(오판)하여 전쟁을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은 常存(상존)하고 있다.
  
  <선택 2>
  先軍정치를 계속하면서 경제개혁을 시도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은 자원 할당의 문제로 북한 內에서 軍과 민간 사이에 심각한 마찰이 예상되며, 경제개발의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경우 북한은 한국에 소규모 군사적 도발을 지속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북한 내부의 部處 利己主義에 기인하겠지만, 점증하는 한국의 영향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군부 세력의 필요에 따라 시행된다고 판단된다.
  
  <선택 3>
  북한이 金日成의 遺業달성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 방안은 북한 內에서뿐만 아니라, 남북한 간의 관계에 大변혁을 가져올 선택이며, 東北亞의 질서를 再編하게 할 만큼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그러나 북한 內에서 金日成의 遺業 달성이 金正日 정권 존립의 최대 명분이기 때문에 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체제유지上 불가능한 선택이다. 더욱이 120만 군대와 半세기 동안 준비한 군사력의 利點(이점)을 포기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이 방안은 金正日 정권이 존속하는 한 기대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하지만 역사의 큰 흐름은 북한이 이 방안을 선택하도록 끊임없이 압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북한이 말기 증상을 보인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선택 1」과 「선택 3」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다른 내용이다. 하나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길이요, 다른 하나는 평화를 찾아가는 길이다. 우리가 南北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서 전쟁을 멀리하고 평화의 길을 선택해 對北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군사적 측면의 대비 태세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북한의 가능한 세 가지 선택이 모두 군사적인 위협을 수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군사적으로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지만, 합리적인 대비는 북한의 행동에 근거를 두고 전문적인 판단에 근거하여 우선 순위를 조정하는 것이고, 가장 위험한 것은 상대방의 선언이나, 상대방에 대한 기대(wishful thinking)를 근거로 정책이나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다.
  북한이 어떤 진로를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명확한 사실은 북한이 아직도 戰力증강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1년 7월, 金正日이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요청한 것은 첨단 군사 장비였다. 특히 對空 유도탄 S-300, 전차 T-80/T-90, 그리고 전폭기, Su-27 등은 모두 高價의 장비들이다. 연간 3억~4억 달러면 2000만 북한 주민이 기본적인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텐데, 飢餓(기아)문제는 제쳐두고 그보다 몇 배의 예산을 들여 첨단 무기를 구입하려는 것은 金正日의 속셈을 설명하고도 남는다.
  한편 오늘날 국제적 戰略환경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미국과 舊소련을 兩大 頂點으로 하는 두 블록 간의 대결 구도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은 유일 超강대국으로 등장했고, 유럽연합과 중국이 浮上(부상)하기 시작했다. 9·11 테러사건 이후 강대국들은 對테러 연합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모든 나라들이 새로운 안보체계 속에서 자신의 역할과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북한도 이 변화의 영향을 외면할 수 없다. 북한이 이제 다시 무장공비를 남파하는 것은 큰 위험을 수반하게 된다. 그런 테러 형태의 도발은 더 이상 한반도內에 국한된 문제로 다루어지지 않는다. 곧바로 국제적인 응징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북한이 前進 배치해 둔 전투력을 이용하여 기습공격을 하는 것도 점점 승산이 줄어든다. 고도로 현대화되어 가고 있는 무기체계를 따라잡는 데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북한이 한반도의 무력통일을 염두에 두고 양성해 온 120만 大軍의 상태는 원래 목적대로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북한에게는 점점 더 큰 부담으로 남게 될 것이 분명하다.
  남북한 간의 대결과정이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는 징후는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 가장 믿어 왔던 이웃 중국도 북한의 무모한 행보에 더 이상 동조할 수 없는 입장이 되었다. 경제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는 군사력 강화에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다만 어떤 체제의 「말기적 현상」일 뿐 「문제가 해결」된 상태가 아니다. 사실은 지금부터 문제가 시작된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 상황을 자만하거나 안일하게 관리하려 한다면 단지 기회를 상실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이쪽이 위험한 지경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北核문제를 美·北 간 문제로 보는 것은 무책임한 일
  
  가장 시급한 것은 우리의 對北 자세와 심리적 대비 태세를 정비하는 일이다.
  첫째, 북한이 군사력을 갖고 있지만 사용할 수 없도록 여건을 관리해야 한다. 남북한이 內戰 상태임을 고려할 때, 국내적으로는 고도의 국가적 道를 확립하고 유지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다. 정부와 국민이 최소한 對北 관계에 관해 一心同體가 되었을 때 북한 군사력은 있으되 쓰지 못 하는 도구가 된다.
  對外的으로는 韓·美 동맹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얻어내는 일이 중요하다. 이것이 곧 북한이 伐謀, 伐兵하려는 기도를 사전에 봉쇄하고 더 나아가 북한이 더 이상 內戰을 할 수 없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길이 된다.
  군사적으로는 伐兵에 대비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것은 軍의 개혁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세계적으로 모든 나라들이 軍 개혁을 하고 있는데 우리의 진도는 매우 느리고 소극적이다. 국가 차원에서 軍의 大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둘째, 북한이 더 이상 군사력을 강화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核이나 미사일은 내전의 마지막 단계에 사용할 伐兵의 도구다. 우리가 이것을 방치하거나 심지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결과가 된다면, 그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북한의 核과 미사일 문제를 미국에게 맡겨 왔다. 그러는 동안에 미국은 WMD 문제에 적극적이었던 데 반해 우리는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해 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만약 우리의 국민적 의식 속에 북한의 核은 서울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東京이나 미국을 겨냥한 무기라는 인상이 不知 중에 새겨진다면, 그것은 內戰 상황에서 彼我 구분을 모호하게 만드는 혼란을 야기하게 된다.
  內戰의 마지막 단계를 관리해야 할 정부는 어떤 위협에서도 국가를 수호할 확고한 의지를 견지해야 하고,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싸워서 이길 결의와 각오를 분명히 해야 한다.
  지금 金大中 정부가 취하고 있는 북한의 核개발에 관한 정책은, 核개발을 저지하는 효과에서뿐 아니라, 국가적 道의 차원에서도 매우 취약하다. 북한은 核개발을 저지하는 데 남한이 동참한다면 전쟁으로 간주한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이 문제는 미국이 주도적으로 처리하고 있으니 불필요하게 개입해 일부러 전쟁을 불러올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主權을 지키는 정부로서 참으로 무책임한 발상이다.
  더욱이 북한이 전쟁을 위협하기 때문에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 정부가 앞장서기를 주저했다는 인상을 받는다면, 국제 사회에서 온갖 위협을 극복하면서 독립과 主權을 지켜 나가려는 국민정신에 심대한 상처를 주게 된다. 이것이 곧 국가적 道를 훼손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소극적 자세는 동맹국인 미국의 입장에서도 오해할 소지가 남는다. 그것이 때로는 북한의 伐交 전략을 돕는 결과가 된다는 것도 유의해야 할 문제이다.
  
  도발에는 응징을, 개혁과 협조에는 보상을
  
  다음은 군사적 목적에 轉用(전용)될 수 있는 기술·물자, 특히 자금을 통제해야 하는 과제이다. 先軍정치를 계속하고 있는 북한은 주민이 굶고 있어도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우리는 그 정책을 당장 막을 수는 없다 하더라도, 지원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우리의 첨단 기술과 자금이 북한의 軍需산업에 전용될 가능성은 철저히 봉쇄해야 한다.
  이것에 더하여 우리는 외부로부터 先進 무기 기술이 북한에 유입되는 것도 차단해야 한다. 북한에 첨단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 선진국은 한정되어 있다. 우리 외교는 이들에게 협조를 얻어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한반도의 안정이 이들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셋째, 對北 정책과 전략의 기본은 「도발에는 응징을, 개혁과 협조에는 보상」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정부는 외교와 군사기능 간의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한몸이 되어 적극적으로 북한 문제에 개입하고, 나아가 북한이 평화의 길을 걷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것이 곧 內戰을 종식하는 戰略이다.
  평화는 소중하다. 그러나 평화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려 한다면 결국 폭력의 노예가 된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려면 우선 언제든지 싸워서 이길 준비와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야만 싸우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북한의 군사력을 무력화하는 날, 지구상 마지막 冷戰이 막을 내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