注-이 글은 토론방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허병철 (sungdomedia@kebi.com) (34 남 학생)
  
  
  조갑제님의 힘있는 논리에 일단 박수를
  
  저는 이번 대선과정을 거치면서, 그렇게 '악명높은 조갑제'라는 사람이 누구인가 궁금해서 이 사이트를 찾았다가, 거의 한달째 이 사이트의 글을 읽어오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도 또래의 많은 대학생들이 그러했듯이, 의식화 교육을 경험했으며 약간은 좌경화된 시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조갑제님(저보다 꽤 연장자이시죠, 우리나라말에는 기본적으로 연장자에게는 존대말이라는 것을 쓰도록 되어있는데, 어느사인가 노무혀이, 이회차이 이렇게 되어 버렸죠. 저는 먼저 인터넷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인 존대말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게시판마다 도배가 되어있는 반말과 욕설들, 제아무리 명분이 있고, 논리가 있고 역사와 민족을 위한 글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쓰레기같은 글들이 단 한명에게라도 감동을 줄 수 있을까요?)에게 먼저 그 당당한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제가 조갑제씨의 의견에 찬성을 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군요.
  
  평소 조선일보를 지켜보면서 '왜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할까' 어색해 하던 부분도 많았던게 사실입니다. 분명히 이회창씨를 지지하면서도 선거법상 공개적으로 특정후보를 지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은연중에 그런 행간의 의미를 담으려고 하다보니 언제나 기사나 논설이 부자연스러웠던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도 하루빨리 신문이든 방송이든 자신의 이념과 사상에 적합한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갑제님의 글에서는 분명한 어조가 있어서 일단 시원합니다. 전쟁도 필요하면 무조건 피하는 것만이 상책이 아니라는 글, 반미시위는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는 글, 등등. 아무나 하는 이야기는 아니죠.
  
  저는 오랜 세월의 경험을 가진 것도 아니고, 깊이있게 학문을 연구한 학자도 아니기 때문에 이런 이슈들에 대해서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이젠 진지한 토론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이런 생각을 가져 봅니다. '저 놈은 도대체 말이 통하지 않는 악질 반동 지주 자손놈이야, 저놈은 전라도 깽깽이야, 저놈은 빨갱이야,...' 오랜동안 같은 땅에 살면서도 도대체 이야기가 시작될 수가 없었습니다. 일단 먼저 때려죽여야 할 적이었기 때문이지요.
  
  이제 21세기도 3년이나 지나서 2003년입니다. 먼저 남북간 동서간 계층간 갈라진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몇십년을 내려오면서도 이런 이슈들이 여전히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무튼 이런 이슈들이 현재의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지한 토론이 아닐까요? 단지 자신의 지적 욕구를 과시하는 것이나, 자신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들 속에서 최선의 길을 찾기 위한 노력,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몇년전, '국민과의 대화'라는 프로그램이 기억이 나는군요. 당시까지 대통령이라면 일반국민이 감히 상대할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많은 국민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니, 기대가 컸었습니다. 처음의 의도와는 다르게 인위적으로 짜여진 극본, 잘 만들어진 국정홍보영화 이상의 느낌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새로이 출범하게 될 노무현정부에 다시 기대를 걸어봅니다. 일단 지금까지의 '자칭'서민의 삶을 살아왔다고 주장하는 대통령들에 비해서 서민에 가까운 삶을 살아온 대통령이었기 때문에,궁궐에 들어앉아 국민의 소리에 귀가 먹어버리는 대통령이 되지 않도록 간절히 기대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소수의 엘리트와 함께 국가를 끌고 가기로 마음먹는 순간, 다수의 국민들과는 담을 쌓기를 선택한다는 것을 아시기를 바란다는 거죠. 런 진실된 대화가 인터넷에서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를 존중하는 기본적인 예의를 갖춘다는 조건만 갖춘다면 말이죠.
  
  마지막으로 조갑제님의 글을 보면서, 저의 의견을 몇가지 적어보겠습니다.
  현재의 북핵위기와 관련해서, 조갑제님은 너무 위험한 생각을 갖고 계신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저의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조갑제님은 하루빨리 미국을 통해서 북한의 핵시설을 공격하고, 이를 계기로 김정일 정권을 축출할 수 있기를 바라고 계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에 따르는 1%라도 있을 수 있는 전면전의 위험, 수십년에 걸쳐 준비되어온 가공할 만한 남북한 군사력과 그에 따르는 한반도의 폐허, 이런 상황속에서 전쟁을 결심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게 될까요? 걸프전과 같이 몇십명의 미군 사상자만 내고, 골치덩이 이락을 군사적으로 굴복시킨 예가,한반도에서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시겠죠?
  
  한가지 더, 무엇이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반미'와 '기득권에의 저항'을 선택하게 했는지, 보수기득권 계층은 절실하게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강남에서는 이번 선거에서도 이회창씨에게 80-90%의 표가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제발 변화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겠지요. IMF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을때에조차, 높은 이자율로 뜻하지 않게 손쉽게 부의 증식을 하게 된 사람들은 '이대로'라는 구호를 외쳤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부의 균등한 분배'라는 것이 역사상-물론 공산주의 국가를 포함해서-이루어진 적이 없고, 실제로 가능한지, 혹은 바람직한 이상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까지 기득권 계층에서 보여준 모습과 행동들로서는 젊은이들을 감동시킬 수 있기는 힘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개개인으로 볼 때는 열심히 일하고 아껴가며 이 모든 것을 이루었다고 하겠지만 그들은 강변하겠지만, 경제적인 면에서 너무나 이기적인 모습들과 도저히 찾기 어려운 도덕적 우월성, 그리고, 국가나 민족을 위한 의무에 있어서 앞장서는 '노블레스 노블레제'정신의 부재...
  
  그들이 기존의 질서에 대해 'no'라고 이야기할 때, 그들의 'no'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철없는 아이들의 치기로 간주해 버릴때, 새로운 벽과 새로운 위기는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분명한 논조의 도전적인 글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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