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먹물 먹은 사람들처럼 머리는 좋은 것 같은데 잘 속는 이들도 드물 것이다. 수년 전까지도 6.25를 북침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런 글을 써서 먹고사는 사람이 있었으니 말이다. 더구나 자신이 만든 북침설도 아니고 외국의 고약한 선동가들이 만든 것을 수입해서 장단을 맞추었다. 6.25를 체험한 부모님에게 물어보면 1초만에 알 수 있는 일을 가지고 복잡하게 논문을 써가면서 엉뚱한 주장을 한 것도 놀라운데 거기에 동조하는 이들이 생겼으니 참으로 한국은 사기꾼의 천국이다.
  
  김정일이 악의 축이 아니라 악마 그 자체란 것도 찬물 마시고 1분만 생각하면 결론이 날 일인데도 어른들 가운데 10%는 김정일이 착하다고 생각하고 30%는 善인지, 惡인지를 모르겠다고 말한다. 어린 아이도 돌만 지나면 기저귀를 차지 않고도 대소변을 가리는데 고등교육열이 세계 최고라는 나라에서 명색이 식자층이란 사람들이 대소변 가리는 정도의 善惡분별을 할 수 없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지식이 아무리 많아도 主見이 없으면 분별이 안된다. 그런 지식은 아무리 많아도 난지도의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다.
  요사이 젊은이들이, 특히 학생층에서 선동과 조작에 잘 넘어가는 이유는 여럿 있겠지만 漢字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한 원인일 것이다. 한국어 낱말의 약70%는 漢字에 語源을 두고 있다. 철학, 과학, 기술, 법률 등 전문분야의 용어와 개념어는 거의 전부가 한자어이다.
  
  이들 단어는 漢字로 표기해야 정확한 의미가 전달된다. 과학교사가 칠판에 '상온'이라고 써놓고 학생들에게 뜻을 물으면 '높은 온도'라고 대답하는 학생들이 더 많다고 한다. 상온은 常溫, 즉 자연 그대로의 온도를 의미하는데 上溫이라고 이해했기 때문이다.
  
  '우미가'라고 쓴 간판을 단 음식점이 있다. 우미가의 뜻은 무엇일까. 알 수가 없다. 뜻이 전달되지 않는 것은 말이 아니라 소리일 뿐이다. 짐작컨대 優味家, 즉 맛좋은 집이란 한자어를 한글로 표기한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역사서, 법률서, 철학서를 漢字 표기를 하지 않고 한글전용으로 만들었다면 질권, 항소, 상고, 피고, 준비서면, 이조정랑, 사서, 사고, 즉자, 대자라고 표기한 글을 놓고 암호풀이를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한글전용을 하면 개념어가 정확하게 이해되지 않아 문장 내용도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대충, 느낌으로, 짐작으로 알게 된다. 정확무비해야 할 전문서가 느낌, 대충, 짐작으로 이해된다면, 그런 현상이 사회의 일반 풍조가 된다면 아무리 인터넷의 보급으로 정보화 사회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정확한 정보보다는 대충, 짐작으로, 느낌으로 어렴풋이 암호풀이처럼 떠돌아다니는 뜬 소문 사회가 되어버린다. 이런 풍토에서는 악랄한 집단이 조직적으로 거짓과 과장을 퍼뜨려 다수 사람들을 속이기 쉽다. 사람들이 정보를 정확히 확인하는 훈련이 어릴 때부터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수십년간 축적된 한글전용에 의한 폐해는 거짓, 선동, 과장, 왜곡이 판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한 것이다.
  한글전용이 우리 사회의 문화수준을 하향평준화 시킬 것이라고 걱정했던 오지호 화백의 예언이 생각난다. 북한의 언론, 출판, 창작물, 성명서 등 언어생활에서 나타나는 저질성과 그들의 한글전용은 분명히 상관관계가 있다.
  
  황장엽 선생이 일찍이 갈파한대로 무산자 계급의 독재는 무식자의 독재이고 그러다가 보니까 저질, 선동, 폭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의 좌파 득세도 비슷한 결과를 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