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주춤했던 한파가 다시 시작되면서, 19일 아침 최저기온은 -16도로 내려갔다. 추위가 다가오면서 체감온도는 영하 22도까지 떨어졌고, 제주 산간에는 대설경보가 내렸다.
  
  탈북민들은 남한의 겨울 날씨는 북한의 초봄 날씨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의 겨울은 지역별 차이는 있으나, 평균 영하 20도이다. 특히 백두산과 인접한 삼지연과 대홍단 지방은 1월 평균 영하 30도를 오르내린다.
  
  기온 차로 보면 북한보다 남한이 훨씬 덥다. 그런데 남한정착 탈북민들은 북한보다 남한에서 맞는 겨울이 더 추운 것 같다고 전했다. 위도상으로 보면 북한 기온이 더 낮은데도 반대의 증언을 한 것이다.
  
  2015년 7월 남한에 정착한 삼지연 출신 장 씨는 "작년에 남한의 겨울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남한은 북한보다 온도가 높으니까 덜 추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이 생각나서 오히려 더 춥게 느껴졌다"고 했다.
  
  "보일러가 팽팽 돌아가서 따뜻한 방에 앉아 따뜻한 밥을 먹어도, 마음이 추워서 그런지 몸까지 으슬으슬 추웠다"면서 "고향에 가족이 남아있는 탈북민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라고 했다. 외롭게 겨울을 보내는 탈북민의 겨울은 유난히도 더 춥다는 증언이다.
  
  2014년 탈북한 만포 출신 이 씨도 남한의 겨울이 더 춥다고 했다. 그런데 이 씨가 증언한 이유는 색다르다. 그는 "실제로는 남한이 더 따뜻하지만, 남한에서는 옷차림이 얇다나니 더 춥게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북한에서는 두꺼운 동복(패딩)을 입고 겨울 수건도 머리 위에까지 꽁꽁 싸고 다니다 나니 쌩쌩 부는 바람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남한에서는 멋을 부린다고 얇게 입고 다니다 보니 더 춥게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남한 여성들이 한겨울에도 얇은 스타킹을 신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보고 있는 내가 더 추울 정도였다"면서 정착 초기에는 북한에서 하던 방식대로 머리에 겨울 수건도 쓰고 솜옷을 몇 개씩 껴입었다고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여성들이 겨울에도 얇은 스타킹을 신고 다니는 모습이 매력 있게 보여서 따라 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씨는 "북한에서 이런 옷차림은 상상할 수 없다. 북한 주민들은 아름다운 옷차림보다도 당장 추위에서 보호하기 위한 따뜻한 옷을 입는 것이 더 우선된다."면서 "북한에서는 한겨울이 되면 솜옷을 있는 대로 꺼내어, 몇 개고 상관없이 껴입는다. 바지 다리 부분이 퉁퉁하게 될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한 여성들이 입는 식으로 얇은 스타킹을 북한에서 입는 것이 불가능한 또 다른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남한에서는 어디든지 난방이 잘 되어있어서 추위를 쉽게 피할 수 있지만, 북한은 실내와 실외 온도 차이가 크게 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남한 여성은 스타킹 등 얇은 옷을 입고 길을 걷다가 추우면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추위를 피하면 되고, 출근해서도 히터가 잘 나오는 곳에서 일하지 않는가. 북한은 실외 온도가 실내 온도와 같을 정도로 난방이 되지 않고 또 장사하는 여성들이 많다나니 아예 옷을 두껍게 입어 추위를 대비한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북한에서는 난방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남한에서는 난방이 당연히 되다나니 추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조금만 추워도 춥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