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동지회에서 만든 '탈북자들'이란 월간지 2003년 1월호를 읽었습니다. 몇 대목을 인용해봅니다.
  
  <탈북동포들이 다 그렇듯이 나도 남한에서의 생활이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심리적 불안감이었습니다. 북한에 두고 온 처자식들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 미안함이 엉키어 마음 편히 생활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밤잠을 설치며 새벽녘에야 겨우 새우 잠이 들곤 했지만 악몽에 시달리기 일쑤였습니다. 아이들의 뛰노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흐르곤 했지요. 건강도 점점 나빠지자 삶의 의욕도 없어지고 뭔가 이루겠다는 희망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내가 동경하던 환경을 찾아왔는데 과거에 얽매여 이렇게 살아서야 되겠는가 라고 끊임없이 자신을 추스리곤 했지만 마음이 안정되지 않으니 뭔가를 새로이 시도한다는 것이 너무 어려웠습니다(중략).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선을 보고) 결혼한 것이 나의 남한사회 정착에 중요한 열쇠가 된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쓴 사람은 북한군 상좌 출신 탈북자 최주활씨입니다. 이 잡지엔 이런 시도 있었습니다.
  
  <찬 겨울, 바람이 불 때마다
  마른 가지 투성이의 키 낮은 아카시아
  마구 흔들린다
  
  고향마을의 길이 끝나는 곳에서
  야윈 황소가 지쳐 쓰러진 겨울 들판에서
  생각의 나무는 늘 아프다
  
  언제 새 순 돋고
  봄물 오르려나
  파란 잎 떨치며 하늘을 우러를 거냐
  
  가시나무 흔들리는 고향의 겨울은
  왜 지금껏 추운 것이냐>
  
  이 시를 쓴 김성민씨도 북한군 장교 출신 탈북자입니다.
  
  <나의 옛집엔
  처마 밑에
  동거살이 하던
  제비가 있었나니
  
  추풍에 낙엽이 질 때면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던
  유년 시절의 친구
  
  그래서
  눈물에 글썽하여
  엄마께 물으면
  다정히 말씀하셨지
  
  '겨울이 다가오니
  강남으로 피난갔단다
  너무 걱정 마라
  봄이 되면 또 올텐데'
  ....
  
  오늘은 내가 떠나왔다
  삶에 닥쳐온
  엄동설한을 피해
  그 보금자리 버리고 왔나니
  
  하지만 나도야
  그 땅에 봄이 오면 찾아가리
  
  이 몸을 불태워서라도
  통일의
  봄바람을 일구어
  휘몰아쳐갈테야>
  
  이 글은 김대호씨가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