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島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이다. 이 두 조항은 대한민국의 심장과 腦髓(뇌수)이다. 대한민국의 민족사적인 정통성과 통일의지는 이 두 조항에 의해서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 全域으로 규정함으로써 북한정권을 「북한지역을 强占한 불법집단」으로 단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은 이런 불법집단을 거세하고 이 불법집단에 의하여 점거된 국토와 주민들을 회복하는 통일을 지향한다. 그 통일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즉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식의 생활양식이 보장되는 방향이라야 한다. 이 두 조항에 근거하여 우리는 북한을 反국가단체로 규정한 국가보안법으로써 이 불법단체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의 체제를 보호할 수 있게 되었으며 북한주민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하여 탈북자들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23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이 헌법 3조를 개정하여 「대한민국의 영토를 휴전선 이남으로 한다」로 고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물론 이런 주장은 대세를 이루지 못하고 時機尙早로 정리되었다고 하니 다행이다. 보수세력을 대변한다는 한나라당에서도 이 정도의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요사이 金大中-金正日의 평양회담 무드를 감안하더라도 충격적인 일이다. 헌법 3조를 그런 식으로 개정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심장과 뇌수를 도려내는 것과 같다.
  
  대한민국의 영토를 남한지역으로 한정한다는 것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겠다는 뜻이고 이는 통일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아 헌법 제4조를 무력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을 국가로 인정한다면 남북한 양측은 대사를 교환해야 한다. 예컨대 북한에서 쿠데타나 내란사태가 발생하고 한 세력이 남한측을 향해서 지원을 호소하며 그 지원은 통일로 이어질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손발이 묶일 것이다. 남한이 북한사태에 개입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內政에 간섭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주변 국가들도 그런 점을 들어 남한에 의한 통일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는 민족자결주의를 주장하여 그런 간섭을배제하고 통일로 나갈 수가 있겠지만 많은 代價를 지불해야 가능할 것이다.
  
  이처럼 제3조의 영토조항을 개정한다는 것은 곧바로 분단고착, 또는 통일포기로 연결될수 있다는 점에서 경솔히 거론할 성질이 아니다. 동서독의 경우, 국력이 열세였던 동독은서독으로부터 주권국가로 인정받아 분단고착, 통일포기의 길을 걸으려 했고 서독은 통일 때가지 동독과 활발한 교류를 하면서도 그들을 주권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동서독 기본조약에 따라 서독정부는 동베를린에 파견한 상주대표부를 외무부 소속이 아니라 총리실 소속으로 두어 국가간의 관계가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다. 동독은 본에 파견한 常駐대표부를 외무부 소속으로 하여 양측의 관계를 국가간의 관계로 보이려고 애썼다. 서독은 또 동독당국과 여러 수준의 회담을 계속했으나 국가원수끼리의 頂上회담은 한번도 하지 않았다. 이것도 동독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決意를 보인 것이었다.
  
  이에 반해 동독은 1974년의 헌법개정에서 통일을 지향한다는 조항을 아예 삭제하여 스스로 분단고착-통일포기를 명문화했다. 동독의 외무장관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오늘날 독일땅에는 두 개의 국가, 두 개의 민족이 존재한다. 즉, 사회주의적 민족과 자본주의적 민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런 동독의 애처로운 노력은 서독에 흡수통일당하지 않겠다는 궁여지책이기도 했다.
  
  서독은 통일의지를 견지하면서 그 의지를 정책으로 뒷받침하고 실천했다. 예컨대 동독을 탈출한 사람들을 모두 독일국적자로 규정하여 받아들였다. 1950-89년 사이 490만 명의 동독인을 서독이 수용했다. 서독 기본법 116조는 「1937년 12월31일 현재 독일제국 영토하의 독일국적 소유자와 그 배우자 및 卑屬(비속)은 독일국적을 갖는다」고 규정함으로써 전체 독일민족의 정통성을 법적으로 승계하고 있음을 명백히 했던 것이다. 서독은 동독과 함께 유엔에도 가입하고 평화적인 교류를 통해서 동독의 실체를 인정했으나 민족사의 정통성을 동독에게 넘겨주지도 않고 또 국가로 인정해주지도 않고 그런 불인정을 통해서 통일의지의 불씨를 살려 갔던 것이다.
  
  서독이 동독을 흡수통일할 수 있게 한 3대 요인은 우월한 경제력, 월등한 군사력, 그리고통일의지의 견지와 동독의 국가 불인정 같은 원칙의 固守였다. 북한에 대해서 우월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진 대한민국이 오히려 동독의 길을 선택하여 북한을 국가로 인정, 통일의지를 포기하고 민족사적 정통성을 북한에 넘겨주어버린다면 서독처럼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통일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우리가 헌법의 영토조항을 개정하여 먼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북한은 남한을 美帝의 식민지라면서 남한정부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이 일방적으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면 한반도에선 북한만이 유일한 국가로 공인받는 꼴이 된다.
  
  1991년에 남북한간에 맺은 기본합의서도 前文에서 남북한 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규정했다. 우리는 통일 때까지 이 前文의 규정대로 북한과의 관계를 설정함으로써 통일의 명분과 법적 근거를 지켜가야 하는 숙명을 지고 있다.
  
  따라서 영토조항을 개정한다는 것은 평화정착을 명분으로 내건 통일포기이며 「1민족 1국가」의 자랑스런 민족사적 전통을 훼손시키는 일이요 대한민국의 심장과 뇌수를 떼내는 자살적 수술인 것이다. 모든 생산수단과 배급망을 독점한 북한사회주의 정권은 1995년 이후 주민들에 대한 식량배급을 사실상 포기하여 수백만이 굶어죽도록 방치했다. 배급을 포기한 사회주의체제는 국민보호를 포기한 것이고 이것 하나만으로써도 북한은 국가의 자격이 없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