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던 反核평화 기도회에 참여했던 어른들 가운데 눈물이 났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이 어론들은 기도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는 친지,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동참하자고 권유한 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시청 앞에 나왔다가 우선 10대, 20대 젊은이들이 많은 데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젊은이들이 反美 시위에만 갈 줄 알았는데 반미반대 기도회에 나왔으니 안심도 되고 고맙기도 하더랍니다.
  
  이 어른들은 또 인파가 많은 데 놀랐다는 것입니다. 그동안의 우파 시위를 보면 수백명 단위가 보통이고 수천명이면 굉장히 큰 규모인데, 그것도 대부분이 노인들인데, 이날 광장을 꽉 메운 인파는 5만-10만명으로 추산되었습니다. 아, 우리가 외롭지 않구나 하는 든든함을 공유하게 된 것이 이날 기도회의 가장 큰 성과인 모양입니다.
  
  선거 전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A라는 50대 주부 한 분이 50대 친구 주부한테 전화를 걸었습니다.
  '내일 꼭 투표해야 한다'
  '투표하라고? 기름값 드는데 뭣하러 가지?. 우리는 골프 약속이 있어'
  주부 A씨는 화가 나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투표 결과가 발표된 다음날, 12월20일에 A씨는 친구분에게 또 전화를 걸었습니다.
  '너, 양심의 가책 안 받나?'
  '양심의 가책 좋아하시네. 이회창이가 두 표 차로 떨어졌으면 양심의 가책 받지. 그런데 50만 표 차로 졌잖아?'
  
  A씨는 이 이야기를 듣고는 그만 기절해버렸다고 합니다. 최근까지 병원에서 치료중이었습니다. A씨가 특히 화가 난 것은, 친구분 남편은 독립유공자 아들이라고 해서 국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는데, 어떻게 나라 일에 이렇게 손님처럼 무관심할 수 있느냐는 울분이었습니다.
  
  투표 이후 기성세대 가운데는 밥맛이 없다, 멍하다, 잠이 오지 않는다, 자꾸 악몽이 보인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분들이 지난 11일에 시청광장에 나가 보고 용기를 얻고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선거나 시위가 중요한 것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몸으로 확인해본다는 데 있습니다. 그런 확인을 통해서 용기나 애국심이 전염되어나가는 것입니다.
  오는 1월19일을 기다리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기독교 신도들뿐이 아닌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에 무임승차하려는 사람들이 아니라, 손님처럼 대접만 받고 가려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을 역사 흐름의 한복판에 내던져 조국과 함께 애환을 함께 해보려는 진정한 애국시민들이 그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