注)나치체제에 항거한 독일 대학생들의 수기 <백장미의 수기>에 나오는 詩다. 나
  라가 어지러울 때마다 이 詩가 생각난다.
  
  어두운 동굴에서
  도적 하나가 기어 나온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돈지갑 찾으려다
  더 값비싼 것을 찾는다.
  헛된 싸움,
  미망의 자식들,
  찢어진 깃발들,
  어리석은 백성들을 볼 것이다.
  
  어디를 가든 그는 본다,
  가난에 시달리는 시대의 공허를,
  그리하여 그는 뻔뻔스럽게 활보할 수 있다.
  도적은 예언자가 된다.
  쓰레기 더미 위에
  더러운 발을 올려놓고
  멍청한 세계를 향해
  달콤한 인사를 속삭인다.
  
  구름에 감싸이듯
  비열함으로 에워싸여,
  한 거짓말장이 민중 앞에 선다.
  곧 그의 권력은 거대하게 커져간다.
  누구나 할 것 없이
  기회를 엿본다.
  그의 선거에 몸바친
  대중의 도움을 받아서.
  
  신의 사자가
  다섯 개의 땅을 나누어주었듯
  이들은 그의 공약을 나누어 갖는다.
  공약은 점점 주위를 더럽힌다.
  처음에는 개만이 거짓말을 했으나
  이제 모두가 거짓말을 한다.
  그리하여 폭풍처럼
  그들의 재능을 마음껏 부풀린다.
  
  싹은 힘차게 위로 솟아오르고,
  땅은 변했다.
  민중은 치욕 속에서 살고,
  비열은 큰 소리로 웃는다.
  이제야 깨닫는다,
  처음에 무엇이 꾸며졌는가를.
  선은 사라지고
  악이 우뚝 서게 되었구나.
  
  언제인가 이 위기
  얼음처럼 녹아 없어지면
  사람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듯
  그 일에 대하여 이야기하리라.
  아이들은 들판에
  허수아비 세우리라.
  슬픔에서 즐거움을 불태우고
  새벽을 밝히는 빛을 맞이하기 위하여.
  
  - 고트프리트 켈러 ; 독일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