注-이 글은 토론방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No, 3601
   이름:도드람 (88037@89302.org) (15 남 고딩)
   2003/1/17(금) 02:20 (MSIE6.0) 218.152.203.249 1024x768
  
  
   반미, 촛불, 그리고 민족
  
  반미, 촛불, 그리고 민족
  
  1. 서 - 촛불시위의 경과
  
  사고 발생
  
   2002년 6월 13일 오전 10시 45분경 경기도 양주군 광적면 56번 지방도로에서 미2사단 44공병대(캠프하우즈) 소속 미군 장갑차(운전사 워커 마크 병장.36세)가 앞서 가던 여중생 신효순(14.조양중 2년), 심미선(14.조양중 2년)양 두 명을 치어 그 자리에서 숨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군 2사단은 즉시 애도의 뜻을 표하고 6월 15일 우선 장례식비로 1인당 미화 1만 달러씩 지급하였고, 향후 추가 보상을 약속하였다.
  
  범대위 발족
  
   이 사고가 알려지자 '미군 장갑차 고 신효순, 심미선 양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약칭 범대위)'라는 짧지 않은 이름의 단체가 결성되었다. 이들은 두 여중생이 1인당 60만원의 보상밖에 받지 못했다는 내용의 글을 각 사이트의 게시판에 올리면서 대중의 참여를 유도하려 하였으나 월드컵 기간인 관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였다.
  
  촛불시위의 시작
  
   대선 정국으로 들어가면서 이 사건의 정치적 이용 가치에 주목한 '오마이뉴스' 기자 김기보(소위 앙마)는 자신이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그것을 타인의 글인 것처럼 꾸며 기사화하면서 촛불시위를 제안하였다. 이에 민주당 지지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시위는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촛불 시위의 확대와 퇴조
  
   촛불시위대는 SOFA 규정의 불평등성을 사회적 이슈로 제기하였고 이는 잠재해 있던 반미감정을 촉발시켰고 민주당 성향의 일반 시민들이 이 집회에 대거 참석하면서 그 규모는 최대에 도달하였다.
   대선 후에는 노무현 당선자의 자제 요청으로 민주당 지지자가 이 대열에서 이탈하였고, 현재에는 주말 촛불시위에 대략 수백 명 안팎의 사람들이 모이고 있으며, 2003년 1월 6일 현재 미군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미군기지 폐쇄를 위한 범국민서명운동에 49,967명이 서명한 상태이다.
  
  2. 가담 세력의 분석
  
   촛불시위에 가담한 세력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범대위, 둘째 촛불시위 최초 제안자인 앙마로 대표되는 민주당 지지세력, 셋째 상대적으로 순수하게 두 여중생을 추모하고 불평등한 한-미 관계에 울분을 느낀 민주당 지지성향의 시민 등이다. 두 번째로 지적한 민주당 지지세력이 여중생 사망 사건을 정치적 목적으로 가지고 촛불시위로 확산시켰다는 것은 그 최초 제안자인 앙마의 행적으로 보아 명백한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순수한 마음도 작용하였겠지만, 정치적 목적도 없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들의 구성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히 복잡하지만 여기서는 민주당 지지세력으로 규정해 두기로 하자.
  
   이 사건을 처음부터 주도해 온 범대위는 어떤 세력인가. 뉴스타운의 보도(http://www.newstown.co.kr/newsbuilder/service/article/mess.asp?P_Index=1127)에 따르면 범대위의 주축 멤버는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http://www.jatong.org, 이하 '자통협'으로 약칭) 소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자통협은 '미·일 외세를 비롯한 반통일 세력과의 일상적인 전선 강화를 가장 중심적인 역할로 상정하고', '국가보안법 철폐, 주한미군 철수, 평화협정 체결, 연방제 통일방안의 합의·확산' 등을 4대 정치적 과제(http://www.jatong.org/info4.htm)로 하며 '외세로부터 민족의 자주성을 지키는 것을 생명으로 여기는 단체'이다(http://www.jatong.org/info2.htm). 이외에도 이들은 F-X 사업 중단, MD 저지, 미 대사관 신축 반대, 국방비 증액 반대 등 반미 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3. '민족' 관념의 변화
  
   전술하였듯이 반미투쟁을 주된 목표로 하는 범대위와 둘째 부류들의 정치적 목적이 합치되면서 촛불시위는 확산되기 시작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민족 자주', '민족적 자존심'과 같은 구호로 대표되는 '민족'의 천명은 셋째 부류들을 흡인하면서 모든 부류를 하나로 묶는 접착제 역할과 이 시위를 더욱 확산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였다.
  
   본래 '민족'이라는 개념은 매우 정의하기 어려운 것이고, 각 국의 고유한 역사적 진행에 따라 각기 다른 규정이 가해졌다. E.J. 홉스봄에 따르면, 프랑스의 경우는 민족국가(국민국가, Nation State) 형성 시 종족이 다른 유태인이라 할지라도 프랑스에 오래 살고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하면 민족으로 취급하였다. 이에 비하여 독일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독일에서 오래 살고 독일어를 모국어로 하더라도 유태인은 외국인으로 취급하였다. 전자는 민족을 언어 공동체, 생활 공동체로 본 것이고 후자는 민족을 종족 및 혈연 공동체로 본 것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범대위가 생각하는 '민족' 개념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민족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일본, 미국 등 외세라고 여기고 있고, 북한을 민족으로 포함하고 있다. 이로 미루어 보아, 그들이 말하는 '민족'이란 혈연 공동체, 종족 공동체, 언어 공동체를 지칭하는 것이다. 그 밖의 다른 면에서, 즉 이념이나 주의, 경제, 생활 등 모든 면에서, 한국과 북한은 공유되고 있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을 '민족개념 1'이라고 칭하기로 하자.
  
   이러한 그들의 '민족' 관념은 시위 과정에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2002. 12. 23자 범대위 성명에 따르면, 그들은 시위를 막는 경찰들에 대하여 '국민의 뜻을 막으면서 미국하수인 노릇 하는 매국노적 한국경찰'이라고 규정하였다. 매국노란 나라를 팔아먹었다는 뜻이고 이는 곧 반민족이라는 의미이고 미국의 하수인은 곧 매국노이자 반민족자라는 의미이다. 한국 경찰이나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는 한국인도 엄연한 혈연 공동체, 종족 공동체, 언어 공동체의 일원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미국의 하수인', '반민족적 행위자'로 규정한 것은 '민족'이라는 관념에 다른 의미가 내포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들의 주장으로 미루어보면, 그들이 생각하는 '민족'이란 어떤 주의나 주장, 또는 이념이나 대의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집단이다. 즉 그들은 미국 시민권을 가진 동포라도 그들의 주장에 동조하면 민족으로, 반대하면 미국인으로 규정할 것임에 틀림없다고 생각된다. 즉 혈연이나 종족은 이념이나 주의, 주장 등에 비하여 '민족'을 규정하는 2차적 요소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완용과 같은 매국노는 같은 민족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민족개념 2'라고 칭하기로 하자.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범대위의 '민족' 관념은 변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위와 같았다. 민족개념 2가 본질적 규정, 민족개념 1이 보조적 규정이었던 것이다. 애초에 그들이 북한을 민족으로 여긴 것도 민족 개념2에 의거한 것이었다. 말하자면 동족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은 민족이고, 이에 반대하는 사람은 매국노, 반민족 행위자인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만약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에 동의하고 자유민주주의를 합의된 가치로 여긴다면 북한, 특히 김정일 정권은 애초에 '민족'으로 취급될 수 없다. 왜냐하면 김정일 정권은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과 자유민주주의가 추구하는 거의 모든 가치를 무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족개념2의 주의, 주장을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 헌법 정신이라고 여긴다면 동족이라 할지라도 자유민주주의에 동의하는 사람이야말로 민족이고, 이에 반대하는 사람은 반민족이 되는 것이다. 이 경우 김정일 정권은 의문의 여지없이 반민족 집단에 해당하는 것이다.
  
  4. 결
  
   민족 개념은 본래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이며 파쇼적이기까지 한 것이기 때문에 이의 폐기를 요구한다. 폐기하기 어렵다면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과 자유민주주의를 이념으로 하는 민족 개념의 확립을 차선책으로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