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공직사회의 관료적 분위기 쇄신을 위해 '시민 옴부즈만'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도 지난 12일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회 구석구석 개혁을 위해 앞으로 `시민 옴부즈만'을 활성화하려 한다'고 말해 '시민옴부즈만'을 통해 공직사회 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사실 옴부즈만이라는 말은 많은 사람들에게 상당히 귀에 익은 말이다.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법학이나 행정학 전공자들만이 간혹 접해봤을 '옴부즈만'이라는 말이 일반인들에게까지 친숙해진 것은 주로 신문이나 방송에서 '옴부즈만'코너를 마련하면서부터 일 것이다. 이 경우 옴부즈만이란 '기사나 방송 내용의 잘잘못을 감시하고 시정하는 者'라는 의미로 흔히 이해되고 있다. 근래에 와서는 몇몇 지방자치단체나 대학,시민단체 등에서도 '시민옴부즈만'이나,'명예옴부즈만' 등을 도입하고 있다.
  
  옴부즈만 제도는 1809년 스웨덴 헌법에서 '司法옴부즈만'제도를 규정한 데서 비롯되었다. '옴부즈만'이란 스웨덴語로 '대리자','대표자'라는 의미이지만, 흔히 '民情官','護民官','행정감찰관' 등으로 번역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언론,대학,시민단체, 지방자체단체 등에서 다투어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하고는 있지만, 과연 옴부즈만 제도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옴부즈만 제도가 언론이나 시민단체 등의 自淨노력,혹은 지방자치단체의 展示 행정의 일환으로 도입되었을 때에는 옴부즈만 제도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공직사회의 관료적 분위기를 쇄신하고 개혁을 촉진하며, 관료 사회를 '감시'하기 위해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하겠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현재 노무현 당선자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시민옴부즈만'제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민옴부즈만'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선임되고, 어떤 권한을 갖게 될 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그 명칭으로 보나, 그동안 노무현 당선자가 '국민참여정치'를 강조하면서 시민이나 네티즌들로부터 각료후보자 추천까지 받고 있는 것을 상기하면,'시민옴부즈만'이라는 것도 대강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아마 시민옴부즈만은 노무현 당선자와 색깔을 같이하는 시민단체나 네티즌들로부터 충원되기가 쉬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노무현 당선자의 '개혁'정책에 걸림돌이 되는 관료사회와 이른바 보수언론의 反개혁적 행태를 감시하는 첨병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될 경우, 그것은 명칭이야 어떻든 간에 진정한 의미에서의 '옴부즈만'이 아니다. 왜냐하면 '옴부즈만'이라는 것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그 생명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옴부즈만제도의 元祖인 스웨덴의 경우를 보면, 옴부즈만은 上下 양원의원 48명으로 구성되는 선거인단에 의해 선출된다. 옴부즈만은 비록 의회에 의해 선출되지만, 의회로부터 독립적인 위치에서 활동하며, 정치적 중립성도 보장된다. 옴부즈만은 매년 의회위원회의 감사를 받는다. 옴부즈만의 행위가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의회위원회는 의회에 옴부즈만의 해임을 건의할 수 있지만, 실제로 임기만료 전 옴부즈만이 해임된 경우는 전혀 없다고 한다. 옴부즈만이 행정부로부터 독립되어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옴부즈만은 無所不爲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옴부즈만은 정부각료와 대법원장을 제외한 모든 공무원의 非違에 관한 조사 ·판단 ·건의의 권한을 가지며, 시민으로부터 직접 제소를 받을 수 있다. 또 신문이나 기타 자료 ·정보에 의하여 스스로 인지한 문제를 직권으로 조사할 수도 있다.
  옴부즈만은 조사, 판단, 건의의 권한은 있지만, 재판이나 행정조치를 직접 취할 권한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에서는 옴부즈만 제도가 200년 가까이 이어져왔고, 대부분의 歐美선진국으로 확산된 것은, 옴부즈만이 직무상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엄히 고수하면서 공정한 활동을 펼친 덕분에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었고, 그 바탕 위에 나름대로의 권위가 형성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공직사회의 고질병인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對국민행정서비스를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옴부즈만'제도를 도입하겠다면, 그것은 마다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옴부즈만은 의회에 의해 선출되고, 의회의 감사를 받으면서, 의회나 행정부 등 일체의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본래 의미의 '옴부즈만'이어야 한다. 만일 '시민옴부즈만'이 '국민참여'라는 허울 아래 집권자의 지지세력 내에서 충원되고, 집권자에 의해 동원된다면, 그것은 '옴부즈만'이 아니라 '홍위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