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초대 總理(총리)에 내정된「행정의 達人(달인)」 高 建
  
   趙南俊ㆍ月刊朝鮮 부국장대우
  
   본인은 가만히 있어도 四方에서 찾는 사람
  
   새 정부 첫 총리로 내정된 高建(65)은 이상한 존재다.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항상 그의 이름이 거론된다. 권력과의 관계, 家門과 지역적 배경,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 없고 오히려 불리하다면 불리한 쪽이다. 그래도 그는 후보로 거론되고 최소한 예비후보 群에는 든다. 나서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그런 스타일도 못된다. 그는 조용히 앉아서 기다리는 쪽이다.
   그런데도 서울시장 감이 없으면, 서울시장 후보로, 국무총리가 궐위되면 국무총리로, 대통령 감이 아쉬우면 대통령 후보로 언론에 擧名(거명)되곤 했다.
   민주당 競選 이후, 盧武鉉 대통령 후보의 인기가 추락하자, 한때 그 代案(대안)으로 몇 사람과 함께 그의 이름이 오르내린 바 있다. 만일 한나라당에서 무슨 문제가 생겼다면 아마도 그 쪽의 代案으로도 떠올랐을지 모른다.
   高建의 이력을 살펴보면 그런 예는 여러 번 감지된다. 제3공화국 시절, 그는 朴正熙 대통령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새마을담당관과 대한민국 「3大 局長」 자리라는 내무부 지방국장을 거쳐37세에 전남지사로 발탁됐다. 역대 최연소 道伯(도백)이었다. 당시 야당이던 民政黨 국회의원과 사무총장을 지낸 高亨坤씨(전북 옥구)가 부친인데도 말이다.
   5ㆍ17에 반대해, 사표를 내고 칩거한 그를 5공화국은 여러 번 설득하여 불러내 장관을 시켰고, 盧泰愚 정권은 서울시장에 임명했다. 한보철강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金泳三 대통령은 국무총리를 맡아달라고 간청했다. 金大中 정권은 사양하는 그를 설득해 民選(민선)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해갔다.
   본인은 조용히 책이나 읽으며 살고싶을지 모르지만,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그는 여지 없이 차출당한다.
   그 이유는 뻔하다. 그에게 일을 맡기면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高建은 호쾌함, 사내다움, 보스기질, 비장함, 화려함, 이런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조용하고, 사색적이며, 文人 기질이 있다. 그는 경기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고등고시 행정과에 합격,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엘리트다. 대부분의 엘리트는 유능하면 부정직하고, 정직하면 근면치 못하고, 근면하면 교만하기 쉽다. 그러나 高建은 그런 경계를 넘은 인물이다.
   그는 청렴하다. 청렴하면 인정이 없다. 그도 인정이 없다. 그러나 인정이 없는 것이 공무원에게는 장점일 수 있다. 공무원에게 인정이 있으면 인사가 공정치 못할 위험이 있다. 그는 공직 재임 중, 100%는 아니지만 비교적 엄정한 인사를 해서 부하들로부터 큰 불만을 사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앉아서 기다렸다가 「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盧武鉉 대통령 당선자는 처음부터 그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듯 하다. 「개혁 대통령」,「안정 총리」라는 그의 통치구도에 高建 만한 적임자는 없다고 판단했던 듯 하다.
   후보 단일화 이후, 盧당선자는 그의 도움을 받기 위해 상당한 功을 들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앞에 나서지 않는 특유의 기질 때문에 완곡하게 그 청을 거절했다고 들린다. 그런데도 盧당선자는 高建 카드를 내버리지 않고 꺼내 들었다. 그만큼 그가 필요한 인물이라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선거기간 중, 高 총리 내정자를 만난 적이 있는 필자는 그의 언행으로부터 盧당선자의 당선을 확신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 그의 태도는 아직 지지자를 정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高建의 총리 내정을 보며 많은 사람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는지 모른다. 새 정부가 최소한 「엉터리 행정」으로 시행착오를 겪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그는 믿음을 주는 인물임에 틀림없다.
   高 총리 내정자는 高亨坤(97)-張貞子씨(작고) 부부의 2남1녀중 둘째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경성제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기자, 연희전문ㆍ연세대교수, 서울대 철학과 교수(1947~1959), 전북대총장(1960)을 거쳐 1963년 전북 옥구에서 6대 국회의원(民政黨)에 당선됐다. 학술원회원.
   형 錫尹(75)은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으로 2회 고시 행정과와 3회 고시사법과 합격했다. 상공부에서 공업국장, 무역국장을 지내고 1964년 변호사를 개업, 현재 세일합동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 밑으로 李敭河 수필에 나오는 「경이와 건이」의 경이 있었느나 어려서 사망했다.
   高 내정자는 趙賢淑(65ㆍ이화여대)과 연애결혼, 晋(42ㆍ서울공대 전자공학과, 시라큐스大 공학박사, 인터넷 소프트개발업체 바로비전 사장), 煇(41ㆍ서울공대 전산과학과 SKT 연구실 연구원), 偉(35ㆍ국민대 자영업) 등 3형제를 뒀다.
   高 내정자의 여동생 高惠蓮(54ㆍ숙명여대)은 수필가겸 서양화가. 남편 魏英仁(60ㆍ서울공대)은 대우중공업 부사장을 거쳐 현재 프레스토라이트아시아 사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