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 재조명(2)
  
   요사이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높은 「로마인 이야기」를 쓰고 있는 시오노 나나미란 일본인 작가는 마키아벨리의 전기와 「마키아벨리 어록」을 쓴 적도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마키아벨리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책을 쓴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이란 대표작을 실직상태에서 썼다. 北이탈리아 피렌체 공화국의 관료로 일하다가 권력투쟁으로 쫓겨난 그는 자신의 포부를 현실정치에서 펴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던지 미래의 권력자들을 염두에 두고 영원한 고전이 된 군주론을 썼던 것이다.
  
  사마천(司馬遷)이 한무제(漢武帝)의 미움을 사서 형벌을 당하고 불구의 몸이 된 뒤 먼 미래를 향해서 사기(史記)를 집필한 것과 같은 심리였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책을 쓰는 행위가 바로 자신의 삶 그 자체였다. 삶을 책과 바꾼 경우이다. 그런 책에는 무엇인가 다른 의미, 즉 시공(時空)을 초원한 진리가 담겨 있을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이렇게 말했다.
   <역사에 남을 정도의 나라는 반드시 다음 두 가지에 기반을 둔 여러 정책을 실시하였다. 그것은 正義와 힘이다. 정의는 국내에서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필요하고 힘은 국외의 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필요하다>
  
  힘있는 정의, 이것을 강조하고 있는 마키아벨리는 이 말을 할 때 서양 역사상 남을 만한 두 국가를 상상했을 것이다. 하나는 로마이고 다른 하나는 베니스였다. 로마와 베니스는 공평한 법치와 강력한 군사력을 함께 가진 나라였다. 정의를 구현하는 것은 법이고 나라를 외부로부터 지키는 힘은 군사력이다. 정의만 강조하는 나라는 군사력이 약해서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다. 조선조가 그런 나라였다.
  
  힘만 강조하는 나라는 정의가 없어서 국민들을 고생시킨다. 북한정권이 바로 그런 존재이다. 대한민국은 그러나 민주화를 통해서 나라 안으로는 정의를 구현하려고 애쓰고 있으며 자주국방을 통해서 바깥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려고 노력중이다. 이 두 가지 일에서 성공한다면 대한민국은 역사에 남을 정도의 나라가 될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또 이렇게 말했다.
   <개인 사이엔 법률이나 계약서나 협정이 신의를 지키는 데 쓸모가 있다. 그러나 권력자들 사이에서 신의를 지키기 위해선 힘에 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마키아벨리가 한 말은 국가와 국가 사이의 신의에도 적용될 수 있다. 역사상 수많은 나라들이 불가침조약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약한 나라를 침략하여 먹어버렸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1939년 불가침 조약을 맺었던 독일과 소련의 경우였다. 이 불가침 조약은 히틀러가 폴란드와 서유럽으로 쳐들어가기 위해서 우선 소련의 손발을 묶어놓겠다는 계산에 따라서 맺어졌다. 1941년 히틀러는 다른 판단을 한다.
  
  서유럽을 대부분 점령한 독일로서는 이제 여세를 몰아 소련까지 먹어치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그래서 1941년6월 아무런 경고 없이 소련을 침공한다. 그 직전 소련의 스탈린은 히틀러의 환심을 사 침공을 막아보려고 애썼지만 국가간의 관계에서 이런 제스처가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조선과 일본은 여러 가지 근사한 상호우호 조약을 많이 맺었지만 이 약속이 조선의 독립을 지켜주지 못했다. 일본이 특별히 나빠서라기보다는 강국 옆에 있는 약소국은 항상 먹음직한 과일처럼 보이기 때문에 국가의 생리상 온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의 말대로 정치와 외교의 세계에서 나도 약속을 지키고 상대방도 약속을 지키도록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힘을 길러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다. 나라가 힘이 약하다는 것은 상대방을 침략으로 유도하여 나쁜 나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죄를 짓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