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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20일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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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서기1492년은 서양사(西洋史)에 획을 긋는 세 사건이 일어난 해이다. 이탈리아 제노아 출신 탐험가 콜럼버스에 의한 신대륙 발견, 스페인에서 이슬람 세력의 완전한 축출, 그리고 스페인에서 유태인 추방. 스페인의 두 왕국 - 카스틸라의 여왕 이사벨라 1세와 아라곤의 페르난도 2세는 1469년에 결혼하여 공동전선을 형성한 다음 남부 그라나다에 근거하고 있던 최후의 이슬람 왕국을 공격하여 1492년에 환상적인 궁전 알함브라를 점령함으로써 스페인을 7백년간의 이슬람 지배로부터 완전히 해방시켰다. 정복자들은 약30만 명에 달하던 이슬람 사람들에게 1502년까지 기독교로 개종을 하든지 북(北)아프리카로 돌아가라고 명령한다. 스페인을 떠날 때는 세금을 내도록 했다. 대부분의 이슬람 교도들은 스페인에 머물기로 했다. 이슬람 사람들은 정복지에서 기독교도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허용했고 선진(先進)된 과학과 철학을 전파하여 문예부흥(르네상스)의 씨앗을 뿌렸었다. 개종(改宗)을 거부하고 스페인을 떠난 이슬람 사람들 가운데는 기술자들이 많아 스페인으로서는 일종의 「두뇌유출」이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란 기타곡으로 유명한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은 마지막 이슬람 왕조의 거점이었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이 궁전을 옛 중앙청 건물을 부수듯이 하지 않고 잘 보존하여 지금은 후손들에게 많은 관광수입을 선사해주고 있다. 나는 6년 전 이곳을 구경했다. 이슬람 사람들의 건축기술과 미적(美的)감각을 잘 보여주는 금강석 같은 궁전이다. 완벽한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을 말하는구나 하는 감상(感想)이 생겼다. 스페인을 지배한 이슬람 세력은 과학, 군사력, 문화, 포용력 등 모든 점에서 당대(代)의 유럽 기독교 문명보다도 앞서 있었다. 이슬람 문화가 절정기에 있을 때 스페인이 그들의 지배를 받은 것은 다행이었다. 이슬람 세력을 축출한 카스틸라 - 아라곤 연합세력은 대중영합적인 정책을 추구한다. 종교재판소의 설치가 그것이다. 그라나다를 점령한 기독교 세력은 이슬람 치하에서는 평화롭게 살던 유태인들에게 4개월 안에 스페인을 떠나든지 기독교로 改宗하든지 택일하라고 명령한다. 약7만 명의 유태인들이 스페인을 떠났다. 이들은 주로 기술자, 금융가, 법률가, 관리들로서 스페인 사회의 중견이었다. 이 유태인들의 추방은 이슬람 사람들의 추방과 함께 스페인의 국력(力)에 타격을 주는 것이었다. 스페인이 16세기의 전성기를 거친 후 빠르게 쇠락의 길을 걷게 된 데는 종교탄압으로 두뇌집단을 쫒아내버린 것이 한 원인이라고 관광 안내자가 말할 정도였다. 관용과 자신감에 바탕을 둔 개방정책은 국내외의 자원을 널리 이용하도록 하는 데 반해 열등감과 옹졸함의 반영인 폐쇄정책은 있는 자원도 없애버리는 것이다. 우리 역사에도 국력이 충실했던 통일신라와 대한민국은 개방정책, 국력이 쪼그러들었던 조선조와 북한은 폐쇄정책을 추구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
조갑제
| 출처 : | |
| [ 2003-01-28, 19: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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