注-이 글은 토론방에서 가져 온 것이다.
  
   이름:시백 (21song@hanmir.com) (32 여 전직기자)
   2003/2/2(일) 14:17 (MSIE6.0,Windows98,Win9x4.90) 12.233.248.99 1024x768
  
   신기한 나라
  
   나는 누구보다도 진보적이라고 스스로 자부하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그렇게 자부하고 있다. 보수에 반대되는 의미의 진보가 아닌 편향되지 않은 넓은 시각으로 좀 더 나은세계,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의미의 진보..
  
   하지만, 사적이 욕심들이 진보로 위장되고, 건국이념과 국가 존재 자체의 기본 원칙마져 무시되고 무너져가는 상황에서도 국민들은 부추기는 세력에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기 보다는, 그 단순한 부추김에 신나하며 자신들의 비굴함과 열등감에 대한 분노를 보수와 수구세렉에 대해 칼을 들이대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최근의 우리사회의 혼동을 보면서, 그들이 욕하는 수구아닌 수구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가장 보수적인 언론이라고 비판받는 월간조선만이 그 언론으로서의 지조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
  
   국가 존재의 너무나 기본적이고 명백한 원칙들 조차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인 오년 남짓에 모두 뒤집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자신의 사욕을 위해서 나라를 적에게 팔아먹은 위정자들과 순간의 감정을 발산하는 통쾌함으로 냉정하게 생각할 의무를 유기한 국민들은 언젠가 그 댓가를 혹독하게 치루어야 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미 치루고 있는데도 마치 약기운에 취해있는 것처럼 그 고통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듯 하다.
  
   전직 국정원 직원이 현 정부와 현대의 대북 15억달러 지원설을 공표한 것은 우리 모두가 지레짐작으로 알고 있던 것이 구체적인 사실로 드러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마치 예전에 전적 대통령의 비자금이 구체적으로 들어났을 때 국민들이 당연한 것으로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음에도 새삼 분노했던 것처럼.. 그런데, 신기한 사실은 이번에는 아무도 분노하지 않고, 그 일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염두에 두려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조선일보와 같은 특이한 수구^^ 언론만 빼고는...
  
   우리나라 재벌의 기형적인 채무구조는 차지하고라도, 그 규모와 현금 동원력에서 대한민국 최고였던, 대한 민국의 기간산업을 한 손에 쥐고 있던 현대가 대북지원 일이년만에 쌀독의 바닥을 긁으며 북한은 선처?(개성공단의 이른 활성화와 금강산 육로 개방등)만을 바라보는 신세가 되었다. 그 현대라는 대기업 하나를 만들기 위해, 조국의 근대화를 위해 지난 삼십년간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희생을 하고, 국민들이 허리를 졸라가며 낸 세금이 그 기업을 위해 지원되었는지를 생각할 때, 또 IMF라는 국난의 상황에서 국민들이 결혼반지나 돌반지를 팔아가며 나라경제 회생을 힘쓴 것을 생각할 때, 그 국가 경제의 위기 상황에서 벌어진 희한한 정부, 현대와 북한과의 뒷거래에 국민이 분노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다.
  
   지난 30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금호의 KEDO경수로 프로젝트에 사용된 막대한 지원이 결국은 최근의 위기 상황하에서 북한 핵무기 개발에 대한 자원으로 변형될 수 있다는 우려의 기사가 1면 톱기사로 크게 실렸다. 1994년 협정 당시에도 한미전문가들은 북한은 경수로 건설하는 것은 돼지 목에 진주를 다는 격으로 북한은 경수로를 운용할 기술도 돈도 없으므로 경수로 건설은 북한의 에너지 부족현상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며 기존의 수력이나 화력발전소의 수리, 건설 및 효율적 운영이 오히려 지원되어야 함을 주장하였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의 밀어부침으로 경수로 건설 지원이 결정되었다고 한다.
   이미 KEDO가 경수로 건설에 1억달러라는 엄청난 돈이 사용되었고, 그 돈의 70%가 한전을 통해 공급되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와 같은 기막힌 상황하에서 국가와 언론이 북한의 눈치만을 보며 침묵하고 국민이 분노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다.
  
   지난 94년 북한의 NPT 탈퇴를 둘러싼 위기가 한창일 때에,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 공격을 결정하고, 주한 미국대사관에 주한미국인 철수를 지시한 적이 잇엇다. 주한 미국인의 철수는 전쟁의 실질 발발 여부와는 상관없이 외국자본의 철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한국 경제의 파탄을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실행 직전에 한국정부의 중재와 카터의 방북들으로 타결 무드가 고조되면서 철회되기는 했지만, 당시 기자였던 본인은 그 사실을 알고 밤에 한 잠도 자지 못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런 엄청난 사실을 최근 클린턴 전대통령이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내간 만난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작금의 북한 핵 위기를 마치 미국과 북한의 싸움 구경쯤으로 무덤덤해 하며, 김정일을 옆집 친구쯤으로 여기며, '북한이 설마 우리를 공격하겠어?' 하는 태도로, 오히려 북한이 그 오만한 미국에 반기를 드는 것에 쾌감을 느끼며 편들기를 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신기하기만 하다.
  
   우리국민이 성낼 줄 모르는 순한 국민이어서일까? 일본의 각료나 과거사나 한국관게에 있어서 조금만 부정적으로 말해도 모든 언론가 국민이 울분울 토하고, 스포츠 경기에서 흔히 있는 반칙에도 국민이 일치단결하여 분노하는 것을 볼 때, (우리가 지원한)북한과의 교전으로 인해 숭고한 국군의 생명이 희생당하는 것에 대해서 분노하지 않는 것은 신기하다.
  
   나는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인터넷이지만 두렵다. 왜냐하면 북한을 비난하는 글이기 때문이다. 한 친구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사는 김정일인 듯 하며 김정일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김정일을 비난하는 것이 현 대통령인 김대중을 비난하는 것보다 더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정부가, 언론이 북한 눈치를 보고, 나라를 위한 국군의 희생에 대한 심각한 추모가 없는 나라에서, 국민 개개인이 미국에 대해 갖고 있는 열등감을 북한이 미국에 대항하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대리 만족의 쾌감을 느끼는 비 이성적인 국가에서 익명의 인터넷이라도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쓸데없는 내 에너지의 낭비는 아닐까하는 잔인한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나의 조국 어디로 가고 있는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