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17-23일자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표지엔 김정일이 경례하는 사진을 싣고 'Greetings, earthlings'라고 썼습니다. 독자들은 earthlings가 무슨 뜻인지 사전을 찾아보았는데 작은 사전인 경우엔 나오지 않았습니다. earthlings는 공상과학 소설에서 새로 쓰이기 시작한 최근의 造語(조어)니까요.
  
  earthlings는 earth+lings인데 ling이 뒤에 붙으면 俗語로서 장사꾼의 꾼, 또는 장사치의 치 같은 뜻을 지닙니다. 우주인의 시각에서 본 '인간들' 또는 '인종들'이란 뜻입니다. 따라서 'Greetings, earthlings'를 번역하면 '잘 있었나, 인간들아'쯤 되겠지요.
  
  그동안 바깥으로 잘 나타나지 않았던 김정일을 외계인으로 취급하고 평양공항에 나타난 그를 지구에 상륙한 외계인에 비유한 제목이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평양의 환영인파를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Some 600,000 North Koreans were mobilised along the route from the airport, many dressed in national costume and waving pink plastic flowers. However carefully orchestrated, the welcome left many South Koreans in a state of shock.'
  '약 60만 명의 동원된 북한 사람들은 공항으로부터의 도로를 따라 배치되었는데, 명절 옷차림에다가 분홍색 플라스틱 造花를 흔들고 있었다. 치밀하게 조직된 환영이었지만 이것은 많은 남한사람들을 충격상태에 빠뜨렸다.'
  
  이코노미스트의 기사문장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것은 '동원된 60만 북한사람들'이란 표현과 '치밀하게 조직된 환영'이란 대목입니다. 우리 언론이 '열렬한 환영' 일색으로 표현한 것과는 대비되는 아주 냉정하고 정확한 기사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동원되고 조직된 환영'과 '열렬한 환영'은 같을 수가 없지요.
  
  이코노미스트는 가장 표준적인 영국식 영어를 쓰는 잡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미국의 하바드 대학에서 1년간 연수를 받을 때 보니, 교수들이 강의시간에 나누어주는 참고자료 가운에 이코노미스트에서 뽑은 기사가 가장 많더군요. 전문가들이 알아주는 잡지가 가장 좋은 잡지라고도 할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