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수령지배체제는 안정된 것 같지만 이를 떠받치고 있는 사회주의식 경제구조는 붕괴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물질적 기반의 변화가 권력체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이냐이다.
  
  최근 탈북자 지원단체 좋은 벗들(대표 법륜 스님)이 1027명의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재미있는 통계가 있었다. 북한에서 장사로서 생계를 유지하는 세대가 약80%나 된다는 응답, '나도 장사를 해본 경험이 있다'가 92.5%란 응답, '장마당이 생활에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100%란 통계가 그것이다.
  
  1995년 이후 식량배급이 평양과 군대를 제외하곤 사실상 마비된 이후 배급체제를 대신하여 나타난 장마당은 이제 북한주민들을 먹여살리는 존재가 되었다. 노동당이 아니라 바로 시장이 북한주민들을 먹여살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정보에 따르면 공장노동자들은 공장이 돌아가지 않는데도 일단 출근하여 기록을 남긴 다음엔 공장이 소유한 농토로 가서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일부 공장에선 노동자들에게 공장 소유 농토를 나누어 주어 농사를 개별적으로 짓도록 한다고 한다. 당국에서도 이를 묵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각 공장에게 노동자들을 먹여살릴 책임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묵인하에서 일어나고 있는 농업의 개인화 추세가 앞으로 확대된다면 중국식의 농업개혁과 식량증산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북한의 사회주의 경제체제는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그만큼 중앙의 통제도 약화되었다. 배급을 해줄 수 없는 노동당은 아무리 탄압을 강화하더라도 주민들에 대한 통제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들이 결국에 가서는 수령절대주의 권력집중의 완화로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