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을 사적으로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1심에서 벌금 1500만 원형을 선고받았다. 윤 의원이 기소된 2020년 9월 이후 2년 5개월 만의 판결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문병찬)는 10일 보조금 관리법 및 기부금품법 위반, 사기, 업무상 횡령, 배임 등 8개 혐의 중 횡령 혐의에 대해서만 일부 유죄로 인정하고, 나머지 7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윤 의원은 일단 의원직 상실형은 피했다. 현행법상 집행유예를 포함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될 경우 국회의원직을 상실한다.
  
  재판부는 윤 의원을 도와 보조금 수령과 각종 후원금 모금의 실무를 담당했던 정의연 이사 A씨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윤 의원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정의연(당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법인 계좌 자금을 개인 용도로 지출했고, 개인 계좌로 모금한 자금을 사용하는 등 200여 차례에 거쳐 1억35만 원을 빼돌렸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총 68회에 걸쳐서 1700만 원 상당의 업무상 횡령만 인정했다. 정대협 활동과 관련해 모금을 하면서 수입과 지출에 대해 회계처리 및 증빙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정대협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통상 횡령죄에 있어 ‘사용을 한 주체’가 ‘업무용’임을 증명해야 하는데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윤미향 의원의 소명을 대부분 인정해 논란을 남겼다. 예를 들어 ‘영수증’이나 ‘지출결의서’ 등의 자료가 없지만, 이체한 계좌 내역에 ‘00할머니 옷값’과 같은 형식의 기록이 남았고, 이에 대해 윤 의원이 당시 SNS 등에 기재했다는 사실 등을 ‘업무용 사용’으로 인정한 것이다.
  
  정의연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운영하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이 법률상 등록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학예사가 근무하는 것처럼 허위 신청해 보조금을 부정 수령했다는 혐의(보조금관리법 및 지방재정법 위반)도 무죄 선고됐다.
  
  재판부는 "일부 정당하지 못한 수단을 사용했더라도, 보조금 사업을 수행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고 사업 수행의 대가로 보조금을 지급받았다"며 "실제 사업을 제대로 수행했다고 보는 이상 달리 기망·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교부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윤 의원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92) 할머니가 치매에 걸렸다는 점을 이용해 지난 2017년부터 2020년 1월까지 정의연에 7920만 원을 기부하거나 증여하게 했다는 혐의(준사기)도 길 할머니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기부행위를 했다고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관할관청에 등록하지 않고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단체계좌로와 개인계좌로 기부금을 모집했다는 혐의(기부금품법 위반), 안성쉼터를 고가매입해 업무상 배임을 저질렀다는 혐의 역시 모두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검찰은 즉각 항소할 방침이다. 서울서부지검은 입장문을 통해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한 부분은 윤 의원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균형을 잃은 것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하고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해 오직 증거와 법리에 따른 공정하고 상식적인 판단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