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甲濟
작년 터키 정부가 국호의 영문표기를 Turkey에서 Türkiye로 해줄 것을 각국에 요청했다. 원래 터키의 국명은 튀르키예 공화국(Türkiye Cumhuriyeti)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걸 바꾼 것은 아니고 영어로 표기할 때만 Turkey가 아닌 Türkiye로 해줄 것을 희망한 것이다. 한국은 영문으로 이 나라의 국호를 적지 않으므로 이를 받아들일 필요가 없는데 외교부가 국립국어원과 협의, 튀르키예라고 표기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언론이나 학자들이 이를 따를 필요는 없다. 좀 웃기는 것은 여러 외국에서 터키 정부의 부탁대로 터키 대신 튀르키예라고 표기를 바꾼 경우는 아제르바이젠뿐이라고 한다. 일본도 종전대로 토루코, 영어권도 Turkey라고 계속 쓴다. 한국 정부의 이런 과잉친절은 국민들을 불편하게 만드는데 그 배경엔 주체성이 결여된 사대주의적 근성이 숨어 있다.
오래 써온 고유명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바꾸지 않아야 하는데, 한글專用이 강화되면서 일본이나 중국의 地名과 人名을 일본과 중국사람들이 발음하는 대로 따라하는 바람에 지금도 여간 혼란이 큰 것이 아이다. 上海(상해)라고 하면 되는데 굳이 샹하이, 하남성(河南省)이라고 표기하면 좋은데 굳이 허난성이라고 하여 지명에 스며 있는 정보까지 지운다. 黃河의 남쪽 지방이란 의미가 달아난 것이다. 湖北省(호북성)이라 표기하면 洞庭湖(동정호) 북쪽 지방이라는 정보가 읽히는데 후베이성이라고 하면 그런 정보가 사라진 소리일 뿐이다.
동정호를 퉁팅호라고 표기하면 마을의 정원처럼 고요한 호수라는 의미가 그냥 소리로 바뀐다. 너무나 익숙한 모택동을 마오쩌둥, 장개석을 장세스라고 친절하게 불러줄 이유가 무엇인가? 동경이라고 하면 되지 도쿄라고 불러야 할 이유가 없는 것과 같다.
이런 식의 지명 인명 표기는 한자 문화권에서 한자어를 통해서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유대감을 끊어버리고 일본 중국에 대한 이해를 차단한다. 그런 지명과 인명으로 적힌 책을 읽는 일은 매우 피곤하고 이는 결국 지식 축적에 방해가 된다.
외국어나 외래어는 한국인이 편리한대로 표기하거나 발음하면 된다. 이게 주체성이다. 더구나 수십년간 사용하여 관습이 된 표기법을 바꾸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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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21일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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