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샛별(조갑제닷컴)
서울시가 서울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분향소’를 자진 철거해달라며 통보한 시간인 15일 오후 1시, 서울시가 행정대집행에 나서지 않으면서 철거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유가족 단체는 시의 행정대집행이 위법하다며 분향소를 지키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고, 시 역시 소통 노력을 해 왔다면서 행정대집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대책회의)는 15일 오후 1시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더는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이태원 참사에 대한 기억과 추모를 지우려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서울광장 분향소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집회 신고 의무가 없는 ‘관혼상제’에 해당한다며 적법한 집회라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또한 서울시가 유가족 측에 계고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언론에 공개해 행정대집행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시는 앞서 지난 6일 '분향소를 8일 오후 1시까지 철거하라'는 내용의 2차 계고서를 전달한 뒤 7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15일 오후 1시까지로 기한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서울광장 분향소 철거를 전제로 한 대화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정민 부대표 역시 “서울시의 진정성 있는 사과나 대화 요구가 없다면 더는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분향소 철거를 시도한다면) 모두가 병원에 실려 가는 일이 있더라도 무조건 몸으로 막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유족 측 기자회견 직후 낸 입장문에서 “유가족이 15일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 없이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 매우 유감”이라면서 “추모의 취지는 백분 공감하지만, 추모 또한 법과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부득이 행정대집행 절차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해달라”면서 “서울광장의 불법 시설물 철거를 전제로 합법적인 어떤 제안도 상호 논의할 수 있다는 시의 입장은 변함없다. 마지막 순간까지 유가족 측의 답변을 열린 마음으로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구체적인 철거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서울시 허락없이 지난 4일 기습 설치된 분향소는 ‘불법 시설물’이라는 입장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관혼상제를 이유로 광장에 분향소 설치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해석하기 시작하면 수천, 수만 명이 참사가 반복될 때마다 분향소를 설치하려 할 것”이라며 “법리에 따라 분향소는 불법이고 철거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도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광장은 지방자치단체의 땅이고 다른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는 시설인데, 서울시가 허용한 게 아니기 때문에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설치한 분향소는 불법시설물”이라며 “원칙적으로 행정대집행을 집행하고 불법시설물 설치를 한 기간만큼 변상금까지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안전상의 이유로 분향소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지난 7일 외신기자와의 기자회견에서 오세훈 시장은 관련 질문을 받고 “저희는 광장 운영에 대한 원칙이 있다”며 “원칙에 반하기 때문에 허용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모든 시민이 이용하는 개방된 휴게 공간에 고정물을 설치하는 것은 안전 등의 문제로 어렵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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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21일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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