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토론방에서 퍼온 것이다. 제목은 바꾸었다.
  
   이름:강화도
   2003년 2월 9일 일요일
  
   말로 입을 화가 어디까지 갈지
  
  YS가 외교 비례를 생각하지 않고 일본인에게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는 말을 했다가 외환 부족으로 쩔쩔 맬 때 일본이 한국에서 돈을 뽑아가서 나라 재정이 파탄 상태에 몰렸던 것이 불과 몇년 전이다.
  미국과의 동맹 외교가 가장 큰 문제인 지금 또다시 함부로 말하는 인사들이 나라의 안전을 얼마나 해칠까 걱정스럽다. 노당선자가 과거에 했던 '반미면 어떠냐'는 식의 생각없는 말이 미국 정부인사들에게 어떻게 각인되었을까.
  이번에 노당선자의 특사로 미국에 갔던 사람들이 북한의 핵을 언급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특사가 그 중요한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하고 무슨 말을 하지 말아야 할지 몰랐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의 말을 전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변명일 뿐이다. 9.11테러 이후 미국사람들이 얼마나 대량파괴무기의 확산 문제에 긴장하고 있는지 모르거나, 한국 안의 반미 분위기에 얼마나 주목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특사로 갔다면 인선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국내에서 국제정세를 모르고 우물안 개구리처럼 마구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새 정권에 기여했다는 사람들이 쏟아내는 말은 정말 걱정스럽다. 이런 걱정이 미국에 매여있는 고지식한 생각에서 나온 것으로 비난해서는 안된다. 심지어 지금 인수위처럼 중요한 일을 맡고 있는 사람들 속에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갖는 의미조차 모르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IMF사태처럼 하루 아침에 경제가 거덜나야지만 정신을 차릴 것인가.
  지금까지 광복 이후의 현대사를 부정하고, 경제건설 과정의 문제점만 부각시켜서 현재의 자본축적 전체를 비도덕적인 것으로만 보던 사람들 일부가 새정부의 얼굴로 나서고 있다. 오늘날도 반외세를 나라의 목표로 삼는 것이 정당하다고 보는 사람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부정 부패같은 부조리와 사회 전반에 고착된 구조적인 문제의 개혁은 중요하다. 고치고 개혁해야 한다. 나라 간의 상호 존중도 중요하다. 미국도 과거와 같은 일방적인 자세를 바꾸도록 요구해야 한다. 국민은 오년간 새롭게 정치와 외교를 맡도록 권한을 위임하였다. 아주 적은 수가 더 동조했으나 책임을 지고 정치를 담당할 힘을 얻지 않았는가.
  하지만 일부는 아직도 험한 말로 반대운동을 펴던 예전의 관성을 버리지 못한 듯하다. 지금 언론의 주목을 받는 사람들이 마구 말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국민 분열을 어떻게 가속화시키고, 우방의 반감을 어떻게 살지 모르고 있다.
  소수파 정권은 개혁을 위해서라도 통합과 협력을 앞세워야 한다. 국내에선 국가경영을 두고 경쟁했던 상대방을 몹쓸 말로 매도해서 상처를 주고, 우방에겐 배은망덕한 말만 골라 해서 나라이익에 해를 미친다면 그 개혁이 제대로 되겠는가.
  말은 평소의 생각을 전해주는 매개체이다. 말을 고치려면 생각을 다듬어야 한다. 정치와 외교의 일선에 나서려고 한다면 과거 비판 일변도의 아마추어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마추어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반세기 동안 우리가 땀 흘려 건설한 경제와 사회 기반을 사시로 보지 말고 직시해보라. 그 위에서 살아갈 모든 사람들의 삶에 책임을 느낀다면 뒷탈이 클 말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