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만난 주한 미군 간부는 재미 있는 이야기를 했다. 요지는 한국의 反美운동과 김대중-노무현의 對北정책이 결국은 한국에 엄청난 금액의 손해와 안보상의 불이익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미국 부시 행정부의 주한미군 감축 개편 전략에 이용당했다는 것이었다.
  
  미국측은 오래 전부터 주한미군의 감축과 재편성을 계획하고 있었다. 새로운 정밀무기 체제가 개발되면서 기존의 군사제도가 개혁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그러나 역대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의 감축 이야기가 미국측으로부터 나올까봐 경계를 하고 이 논의를 피하려고 애써왔다.
  
  한국군측은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을 먼저 들고나오면 감축에 따른 여러 가지 요구사항을 준비하여 두었다가 이를 들이밀려고 했다.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1975-76년에 포드 행정부 시절에도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다. 25년만에 돌아와서 보고를 받아보니 주한미군이 병력수나 구조가 그동안 전혀 변함없이 그대로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라포테 신임 사령관에게 주한미군의 구조개편을 지시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라포테 사령관은 미군내에서 구조개편의 전문가로 꼽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작년 여름의 두 여중생 사망사건 이후 반미운동이 확산되고 김대중 정부가 이를 방관하자 미국에서는 反韓감정과 미군철수론이 일반 국민과 언론, 그리고 의회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金大中 대통령과 盧武鉉 당선자는 또 金正日의 핵개발을 저지하는 데 있어서 동맹국인 미국의 정책에 비판적이고 사실상 북한정권을 편드는 모습을 보였다. 한미 동맹 관계는 김정일 정권은 한국과 미국이 공동의 敵이란 인식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 전제가 흔들리면 한미동맹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미국의 여론이 反韓으로 바뀌자 미국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추진하고싶던 주한미군 개편과 감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그 방향은 지상군의 감축, 미 2사단 병력의 한강 이남 이동, 용산 미군 기지 이전 등이 될 것이다.
  
  휴전선 일부를 맡고 있는 미 2사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북한군이 전면 남침할 때 이 부대와 격전을 벌이게 되고 그렇게 되면 본토내 미군이 자동개입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를 인계철선(tripwire) 효과라고 부른다. 주한미군이 한강 이남으로 이동하면 그런 역할을 할 수 없어 북한군이 남침하더라도 과연 미국이 전면적인 지원에 나설 것인지가 주목된다.
  
  미국의 전문가들 사이에선 주한미군과 서울이 북한군의 공격거리 안에 있어 항상 인질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하고싶어도 어려웠다면서 이 문제도 2사단이 뒤로 빠지면 상당 부분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미군 간부는 최근의 반미 운동과 정부측의 되지도 않을 미북 중재론은 결국 미국측이 '그렇다면 우리도 생각이 있다'면서 감군과 재편성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낼 수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제는 우리 정부가 감군과 재편성을 말리기 어렵게 되었다. 미국은 김대중 대통령이 반미 감정의 배후 조종자란 시각까지 갖고 있다.
  
  정상적인 정부 같으면 주한미군이 이 시기에 감축하거나 재편성하는 것은 북한정권이 오판할 소지를 제공한다면서 반대하고 나서야 한다. 할 수 없이 감군 및 재편성과 관련하여 협상해야 할 때는 그 반대급부로서 한국군의 증강 등 많은 물질적 이득을 미국으로부터 얻어내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두 사람의 태도는 그럴 마음이 없는 것 같고 그렇게 나와도 말이 통하지 않게 되었다. 김대중-노무현 두 사람의 미북 중재론 같은 말장난과 김정일 똘마니들의 철부지 행동은 드디어 한국의 안보에 크나큰 구멍을 뚫은 것이다. 한미동맹관계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득 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김정일과 한국내 반역 세력 말고 또 있는가. 바보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