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최근 한국 국회에서 개고기 식용 금지법이 통과됐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오히려 개고기 식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선 개고기 식당을 ‘단고기집’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평양단고기집’을 소개하면서 개고기 요리 종류만 70가지가 넘는다고 자랑했습니다. 북한 현지 소식통들도 “개고기 요리는 민족전통음식으로 널리 장려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9일 “해마다 삼복철이면 신문과 방송에서 개고기의 효능과 요리 방법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며 “평양과 지방에 개고기만 전문으로 하는 단고기집도 많지만 일반 식당들도 개고기 요리를 많이 만들어 팔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청진시 포항구역엔 김정일이 직접 이름을 지어준 경성단고기집이 있는데 입구엔 ‘전국 단고기 요리경연’에서 1등을 한 (주방장의) 사진과 상장이 크게 붙어있다”며 “하지만 돈 없는 사람들은 경성단고기집처럼 이름난 개고기 식당들에 발조차 들이밀 수 없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또 “경성단고집은 두 명 이상부터 손님으로 받는데, 개고기 탕과 밥이 전부인 2인분의 일반 요리가 내화 3만 원(미화 3.52달러)”이라면서 “술 두 병이 따라 나오는 2인분의 종합 요리는 8만 원(미화 9.41달러)에 이른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개고기 요리가 이렇게 비싼 이유는 개고기 값이 워낙 비싸기 때문”이라며 “장마당에서 몰래 파는 개고기 1kg 가격은 3만2천 원(미화 3.76달러)”이라고 말했습니다. “돼지고기 1kg이 2만7천 원(미화 3.17달러)이어서 개고기 값이 비싼 건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청진시 일반 식당들에서 파는 개고기 요리의 가격도 경성단고기집과 마찬가지입니다. 소식통은 “’삼복철에는 개고기 국물이 발등에 떨어져도 보약이 된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여서 나도 지난해 초복에 개고기 요리를 파는 식당을 찾아갔는데 고깃국 한 그릇이 2만 원(미화 2.35달러)이었다”며 “개고기 음식은 어디를 가나 값이 비슷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11일 “개는 주로 가난한 가정에서 키우는 생계용 가축이지만 개고기는 돈 많은 사람들만 먹을 수 있다”며 “개를 잡아 가족과 이웃끼리 나누며 즐기던 음식문화는 이젠 아득한 옛날 이야기”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가난한 가정에서 개는 식량이나 재산을 보탤 수 있는 값 나가는 가축”이라며 “다 큰 개 한 마리는 보통 12kg에서 15kg까지 나가는데 개고기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에 팔면 42만 원(미화 49달러)에서 48만 원(미화 56달러)까지 받을 수 있어 가정살림에 큰 보탬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개고기가 특별히 비싼 이유에 대해 소식통은 “김정은이 집권한 후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도시에서는 (식용)개를 키우지 못하도록 통제했다”며 “농촌 집에서 개를 키울 수 있는데 가난한 농촌주민들은 먹이를 해결할 수 없어 많이 키우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도시의 경우 애완용 개를 키우는 것을 허용하는데 도시 주민들은 애완용 개도 키우다가 팔아먹는다”면서 “최근엔 팔아먹기 위한 목적으로 애완용 개를 여러 마리씩 키우는 주민들도 많고, 애완용 개만 전문으로 사가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일부 개고기 요리를 파는 식당들에서 애완용 개를 통째로 푹 고아 몸보신 용으로 팔고 있다”며 “애완용 개 한 마리를 넣어 만든 곰(탕)은10만 원이라고 하는데 돈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음식으로 이름이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소식통은 “해마다 평양단고기국집을 비롯해 평양의 여러 단고기국집들에서 직접 지방이나 농촌까지 찾아다니며 쌀을 가지고 와 개와 맞바꾸고 있다”며 “개고기도 모두 평양에만 집중되다 보니 지방의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맛보기 어려운 음식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의 개고기 식용 금지법안 제정 소식을 접한 일부 한국 내 탈북민들은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과 대비되는 상황에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2017년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 강경철(가명) 씨는 1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열흘만 굶겨보면 개가 아니라 쥐고기도 먹을 것”이라며 “배가 부르니까 이런 법도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법 제정과 관련해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BBC 등 세계 주요 언론들은 9일 한국이 수십년 간 이어져온 개고기 취식 관행을 끝냈다며 주목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한국이 홍콩, 대만, 태국 등 개고기 거래를 금지하는 다른 아시아 국가에 합류했다면서 개 식용은 궁핍하고 고기가 부족했던 한국전 이래 계속됐지만, 20세기 후반 반려동물과 동물 복지 등에 관한 관심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점점 기피됐다고 소개했습니다.
  
  한편, 앞서 한국 국회 본회의에서는 지난 9일 ‘개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이 법에 따라 2027년부터는 한국 내에서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거나 사육·증식하면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미화 2만2834달러) 이하 벌금에 처해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