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국적자가 국회의원이 될 수 있나?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국민의힘 위성 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다고 한다. 오늘 비례대표 후보 신청서를 낼 예정이다.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측 관계자는 언론에 "인 위원장이 혁신위 종료 후 출마에 뜻을 접었지만 당의 지속적인 출마 권유로 비례대표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인요한 전 위원장에게 비례대표 출마를 요청한 이유는 이번 총선 비례대표 후보 가운데 호남 인사를 전진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조배숙 전 전북도당위원장과 광주 출신인 김가람 전 최고위원, 호남·민주당 출신의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도 공천 신청 서류를 제출한 바 있다.
  
  문제는 인요한 씨가 미국과 한국 국적을 보유한 점이다. 2012년 4대째 한국을 위하여 일한 공로를 인정 받아 미국 국적을 보유한 상태에서 특별귀화를 허가 받아 한국 국적도 취득하게 되었다. 국적법은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제11조의2(복수국적자의 법적 지위 등) ① 출생이나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과 외국 국적을 함께 가지게 된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이하 "복수국적자"(複數國籍者)라 한다]은 대한민국의 법령 적용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만 처우한다. <개정 2016. 12. 20.>
  
  ② 복수국적자가 관계 법령에 따라 외국 국적을 보유한 상태에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분야에 종사하려는 경우에는 외국 국적을 포기하여야 한다.
  
  ③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복수국적자를 외국인과 동일하게 처우하는 내용으로 법령을 제정 또는 개정하려는 경우에는 미리 법무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
  
  "외국 국적을 보유한 상태에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분야"에 대한 규정이 국가공무원 법에 포괄적으로만 적혀 있고 구체적 직종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 인요한 씨의 출마를 막을 방법은 없지만 상식적으로 미국 국적자가 국회의원이나 장관 대통령이 되는 것은 국익 충돌 사태를 빚을 수 있고 미국이 고위공직에 외국인 취임을 허용하지 않아 상호주의에도 맞지 않았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이런 문제에서 주장한 내용을 소개한다. 박근혜 정부 때 일이다. 복수 국적자가 고위 공직에 취임하면 "이해충돌로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요지이다.
  
  
  <우리나라는 세계화 조류에의 부합이라든지 복수국적 허용이 가져다줄 여러 편익 등을 이유로 2011년 1월부터 국적법 개정을 통해 복수국적을 허용하고 있다. 필자는 복수국적 허용의 큰 흐름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다만 복수국적 허용 여부와 복수국적자의 고위 공직 취임 여부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가공무원법 제26조의 3은 원칙적으로 복수국적자와 외국인의 공무원 임용을 허용하면서도 제2항에서 예외 규정을 두고 국가의 존립과 헌법 기본 질서 유지를 위한 국가안보 분야,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이익을 해하게 되는 보안ㆍ기밀 분야, 외교, 국가 간 이해관계와 관련된 정책결정 및 집행 등 복수국적자의 임용이 부적합한 분야에서는 복수국적자의 공무원 임용을 제한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과거 교육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 업무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기존 업무들 중 비규제 업무들, 지식경제부의 일부 업무가 이관되어 정보통신기술과 그 연구개발에 대한 업무를 총괄하게 되어 있는 막강한 부서다. 과학 기술개발을 통해 국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관련 일자리도 늘리겠다는 새 정부의 야심 찬 정책들을 총괄할 부서인 것이다. 따라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국익과 관련된 중요한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특히 국가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보안과 기밀을 유지해야 할 경우가 빈번히 발생할 수밖에 없다.
  
  김종훈 장관 내정자의 경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업무가 위의 국가공무원법 제26조의 3 제2항이 규정하는 분야에 해당되어 복수국적자의 신분을 유지하는 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더욱이 복수국적자의 고위 공직 취임은 김 내정자의 또 다른 국적국인 미국에서도 금지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중국적을 사실상 허용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고위 공무원 임용에서는 연방법률에 따라 복수국적자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그 이유도 '이익 충돌 방지'다. 이처럼 복수국적자의 고위공직 임용 금지는 세계 많은 나라들이 법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민족주의적 감성이 아니라 '이익 충돌을 통한 국익 훼손 방지'라는 철저히 실리적인 이유에 뿌리를 두고 있음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거론된 김종훈 씨의 경우는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다고 약속하고 내정자가 되었는데 다른 문제로 사퇴했다.
  
  인요한 씨가 여당 국회의원이 된다는 것은 국가안보 관련 정보에 접근할 수 있으며 미국과 관련된 정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장관도 될 수 있으니(야망이 크면 대통령 출마도 가능) 미국 국적을 보유한다는 것은 국익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미국이 우방국이라고 해도 국익까지 전부 일치하지는 않는다. 미국 수사 기관은 한국이나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이 정보원을 보내 기밀수집을 하면 체포, 장기형을 살린다. 한국은 적국을 제외한 외국을 위한 정보제공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어 형법개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국가안보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보수당인 국민의힘은 인요한 씨에게 미국 국적 포기를 조건부로 출마 신청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국가의 존재 의미와 관련된 중요 사안이다. 미국 국적 보유를 허용하면 "친미 사대주의 정당"이란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