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국민의힘이 ‘反尹(반 윤석열)’을 기치로 내건 汎야권(더불어민주당ㆍ조국혁신당ㆍ개혁신당ㆍ새로운미래)에 고립된 형국”이란 평가가 나온다고 중앙일보가 분석했다. 여권이 이른바 ‘한동훈 효과’로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汎야권 전체 지지율이 여당 지지율을 웃돈다는 조사가 잇따라 나와서다. 국민의힘에서도 “총선 승리를 위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이후 여권 지지율은 상승세다. 한 위원장 취임 전 마지막 조사(12월 2주, 이하 한국갤럽 기준)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은 36% 대 34%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지만, 지난 2월 5주 조사에선 40% 대 33%로 국민의힘이 오차범위 밖인 7%포인트 차로 앞섰다. 29%(2월 1주)까지 떨어졌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도 39%(3월 1주)까지 올랐다.
  
  이런 여권의 상승 추세와 동시에 反尹 연합전선이 형성되었다. 지난 8일 발표된 ‘어느 정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하느냐’는 총선 결과 기대조사에선 국민의힘 39%, 더불어민주당 35%, 제3지대 16%로 나타났다. ‘여당 대 汎야권’으로 구도를 단순화하면 39% 대 51%로, 汎야권이 과반이었다. 1일 발표된 같은 조사에서도 38% 대 51%로 汎야권의 우위 흐름은 같았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중앙일보에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긍정 39%, 부정 54%)와 유사한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汎야권의 동질성은 떨어지지만 윤석열 비판엔 같다. 여권에 위협적인 이유는 이들이 반윤 성향이란 공통점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중앙일보는 지적했다. 총선 주요 고비마다 정권 심판론이 부각되면 이들이 한목소리로 여당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 대표적이다. 사건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 대사로 임명돼 출국하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국가의 모든 공권력을 활용해 범인을 도피시킨 국기 문란 사건”이라며 윤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다른 3지대 정당도 “런(run) 종섭”(개혁신당), “범인 은닉”(새로운미래)이란 기본 입장은 같았다.
  
  양당 구도가 선명했던 21대 국회와 달리 이번 총선에선 여러 갈래로 나뉘며 야권 지지층의 선택지가 넓어진 것도 국민의힘엔 불리하다. 8일 한국갤럽의 비례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조국혁신당은 15% 지지를 받아 국민의힘 비례정당(37%), 민주당 비례연합정당(25%)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개혁신당은 5%, 새로운미래는 2%였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비명횡사’ 공천에 실망해 민주당을 등진 지지층이 여당이 아닌 다른 범야권 정당을 선택하는 교차투표 흐름이 명확하다”며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 출현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의 선택지도 다변화됐다”고 분석했다고 한다.
  
  이에 국민의힘에서도 “‘反이재명’이나 ‘운동권 청산’ 등의 구호만으론 한계가 있다”(수도권 의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콘크리트 지지층은 최소 35%, 범야권 지지층은 최대 55%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한동훈 효과가 임계치에 도달해 가용 자원을 더 투입해도 지지가 늘긴 쉽지 않다”며 “20% 전후인 중도ㆍ무당층을 잡기 위한 선거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선 한 위원장의 메시지는 ‘反 이재명’, ‘反 종북’에 머물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한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부패 세력, 종북 세력이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을 숙주로 대한민국을 장악하는 것을 막겠다”고 했는데, 이를 두고 당 고위 당직자는 “총선 전략이 여전히 집토끼 결집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중앙일보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야권 지지층의 분노와 불신이 다른 汎야권 정당이란 피난처를 찾은 것”이라며 “여당이 이기려면 이념이 아닌, 중도 유권자의 관심이 큰 먹고사는 문제 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가 언급하지 않는 또 다른 변수는 의료대란이다. 전공의 병원 이탈에 대하여는 부정적인 여론이 높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식 정치로 밀어붙인다는 비판도 거세다. 의사들이 조직적으로 반발, 이 사태가 오래 가면 윤석열 정부의 무능으로 비치게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니 상대적으로 한동훈의 존재감이 약해지고 윤석열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조국혁신당을 도와주는 형국이다.
  
  한동훈 식 공천은 공무원 발령식으로 이뤄져 조용하긴 했지만 감동이 없었다. 무연고 지역구에 꽂은 후보들이 토착 민주당 후보에 밀린다는 여론조사가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