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이 80시간씩 일한다니까 의사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니 증원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거꾸로 이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2022년 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 사건이 의사가 부족해 발생한 일이라며 의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죠.

▲ 국민들의 인과관계 해석 : 

의사 부족 → 신경외과 지원 부족 → 신경외과 전문의 부족 → 간호사 진료 못 받아 사망 → 그런데 의사 증원에 반대해? → 의사 집단이기주의. 나쁜 놈들!

OECD 평균 신경외과 의사는 인구 10만 명당 1.3명인 반면, 우리나라의 신경외과 의사는 인구 10만 명당 4.75명, 즉 우리나라의 신경외과 의사가 인구대비 3.66배 많습니다. 신경외과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넘쳐납니다.

이 사건 이후 보건복지부는 아산병원을 조사하고 문제 있으면 처벌하겠다고 했으나, 행정처분을 할 만한 잘못이 없었다고 결론났죠. 

우리나라에는 국가가 지정한 심뇌혈관센터가 있으나, 그 기준에 따르면 신경외과 의사 1명이 24시간 365일 커버하게 만들어 놨습니다. 정상적이라면 개두술이 가능한 의사 4-5명은 있어야 서로 교대로 일하고 쉴 수 있는데 말이죠.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재정지원이 많이 필요하니 그렇게 안 한 것입니다. 복지부가 개두술이 가능한 신경외과 의사 4-5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했다면 이런 일이 안 벌어졌을 것입니다. 

뇌수술은 응급이고 뇌혈관 수술은 리스크가 매우 크나 수가는 바닥입니다. 두개내 종양적출술에 대해 일본은 1천 5백 8십 만원을 보상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2백 4십만원을 보상 밖에 안 합니다. 일본 수가의 15.5% 수준이고, 미국이나 영국과 비교하면 훨씬 차이가 클 것입니다. 

개두술의 의료이익은 -4%. 10시간 이상 수술하고 수십 일을 입원하는 환자에게 수많은 검사 등의 의료행위를 한 결과는 적자죠. 이런 상황에서 병원이 개두술을 하는 신경외과 의사를 많이 고용할 수 없습니다.

▲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의 정확한 인과관계 이해

리스크 대비 뇌혈관 수술에 대한 극심한 저수가와 민형사 소송 위험 노출 → 뇌혈관 수술 지원 의사 격감 →그 자리를 지키는 신경외과 의사의 격무 → 점점 더 뇌혈관 수술의사 줄어 듦 → 그런데 정부와 언론은 의사가 부족하다, 의사의 이기심 때문에 간호사가 사망했다고 비난 → 대다수 국민들은 정부가 의사를 잘 때려 잡는다고 환호성

우리 국민들이 저비용으로 OECD 국가들보다 훨씬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바이탈(필수)의료의 저수가와 의사, 간호사들의 희생 때문입니다. 

저수가 때문에 상급 대학병원들은 전문의를 고용하지 못하고 전공의들을 갈아넣어 유지하고 있구요. 주 80시간 이상, 36시간 연속 근무에 주 3~4회의 당직을 서면서 3~4백만원의 월급을 받는 전공의들과 식사 제 때 못하고 환자들에게 시달리며 3 교대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희생이 지금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를 그나마 지탱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전공의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것은 의사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저수가 때문입니다. 당장 필수의료의 수가를 일본 수준 정도로 인상해 주면 대학병원들은 전문의들을 더 고용하고 전공의들의 근무시간을 단축해 줄 수 있죠. 

소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의 필수의료(바이탈과) 전문의들은 대학병원들이 고용하고 싶은 만큼 고용하고도 넘쳐 납니다. 그들이 저수가 때문에 피부/미용 등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거나, 비급여에 민형사상 의료소송 발생 가능성이 낮은 해당 과의 수술이나 시술을 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을 뿐이죠.

* 이 글은 의사 허대석 님의 글을 인용하고 가첨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