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무역회사 조직의 대대적 통폐합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후반부터 권력기관과 무역회사 산하에 수출품 생산과 관리를 담당하는 '외화벌이 기지'(이하 '기지')라 불리는 조직이 많이 만들어졌는데, 그 폐쇄와 통합이 지난해 말부터 계속되고 있다. '반사회주의적 행위'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북부 지역에 사는 여러 취재협력자가 조사해 전해왔다. 2회에 걸쳐 보고한다. 

◆ 무역회사는 권력기관 산하에 만들어진 특권 조직이었다

북한의 무역회사는, 노동당과 군, 부처, 경찰 등 권력기관의 산하에 다수 설립돼 대부분 평양에 본사를 두고 지방 도시에는 지사와 물류 거점을 설치해두고 있다.

무역회사는, 지하자원과 수산자원, 한약재와 말린 산나물, 과실 등의 1차 산품과 가발과 속눈썹 등 '임가공'품을 주로 중국에 수출했다. 또한 중국에서 일반 소비물자와 식량, 차량과 기계부품 등을 수입해 국내에 판매, 유통해 이익을 얻고 상부 기관에 상납해 왔다.

수출하는 물품의 종류와 양은, 중앙이 무역회사마다 '와쿠'라 불리는 할당을 결정한다(일본어 유래로 여겨진다). 중국에서의 수입은 무역회사가 독자 재량으로 국내 수요에 맞춰 수입해, 그것을 '돈주(신흥부유층)'와 결탁해 각지에 유통해 왔다.

무역회사에 대한 통제가 심해진 것은 2019년경부터다. 내각 대외경제성의 권한이 크게 강해졌고, 반대로 각 무역회사의 재량은 축소해 갔다. 2020년 1월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하자 국경은 차단되고 무역량은 격감했다. 대외경제성이 승인한, 극히 한정된 품목만이 서해안의 남포에서 중국으로 수출입 됐다.

코로나 방역을 구실로 북한의 무역 시스템은, 국가가 주도해 관리하는 '국가무역'이라 불리는 체제로 단숨에 옮겨갔다.

◆ 지방의 무역회사 거점인 '기지'를 과감히 정리

여기서 '기지'에 대해 조금 설명하고자 한다. 외화를 벌기 위한 수출품과 '임가공'품의 생산과 집약의 거점을 '기지'라고 한다. 북한 외화벌이의 최말단 기관으로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전술했듯, 중국에는 한약재료와 산채, 수산물 등이 많이 수출됐다(수산물은 2017년 안보리 경제제재로 수출이 금지됐다). 이것은 일반 주민들이 야산과 바다에서 채취한 것으로 '원천'이라 불린다. 이 '원천'을 생산하거나 매입해 관리하는 거점이 '기지'다. '기지'는 중국에서 수입된 물자를 국내 각지로 유통시키는 거점이 됐다.

2023년 코로나에 의한 방역통제가 완화돼 북중무역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무역회사에 대한 통제를 풀어줄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기지'의 통폐합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 목적은 무엇일까? 노동당원이자 함경북도에 사는 취재협력자는 상부에서 내려온 설명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간부에 따르면, 무역회사가 식량과 지역 물자를 고가로 유통해 폭리를 취해왔기 때문에 인민의 피해가 크다. 이제 무역회사는 반사회주의 행위의 온상이다. 더 이상 돈벌이를 위한 조직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라는 것이다"

이 취재협력자에게, 무역회사 조직의 재편통합 현황에 대해 물었다.

◆ 군 계열 무역회사 조직까지 폐지

―― 언제부터 '기지'의 정리가 시작됐나?
작년 11월 말부터 무역회사를 조사하라는 지시가 나왔다. 함경북도에서는 올해 1월 들어 '기지'가 몇 개나 해산됐고, 일하던 사람들은 인민위원회(지방정부) 노동과에 의해 다른 공장과 기업에 분산 배치됐다. 

―― 구체적 예를 알려 달라.
예를 들면 회령시에 있는 동양회사, 신발공장, 금은산회사 등의 '기지'가 해산됐다. 그래서 '원천'을 관리하는 지도원과 일하고 있던 노동자들은 일반 공장에 배치됐다.

(注)
금은산회사는 군수동원총국 산하의 무역회사로, 평양에 본사를 두고 있다. 원유 수입과 연유의 국내 판매, 식품업을 다루어 왔다고 한다. 동양회사는 군 계열로, 호위사령부 산하 회사라는 정보가 있지만 상세는 불명.

―― 이런 '기지'에서는 어떤 사업을 하고 있었나?
원래는 중국에서 들어오는 물자를 다른 지역으로 보내거나, 중국 수출용 약초와 산채 등의 수매(매입)를 하거나 했는데, 코로나 때 중단됐다. 그래서 '기지' 종업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식당 경영 등 다양한 장사로 진출했다. '기지'는 장사를 하는 허가증을 갖고 있었기에 할 수 있었다.

◆ 국내 유통 업무는 반사회주의의 원천이라고 비판

―― 그렇다 치더라도 무역회사에게는 엄격한 조치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식량 등 국내 제품과 자원까지 유통해 돈을 벌고 있었다는 점이다. 반사회주의의 근원이라고. 회사도 엄격히 조사하고 있다. '기지' 종업원들이 출근해서 무엇을 했는지, 어떤 장사를 했는지 모두 조사하고 있다. 부정이 많이 적발됐다고 한다.

―― 국내에서의 유통 업무가 두들겨 맞는 것 같은데
무역회사는 고정판매권이 없는데 개인과 상인을 대상으로 물자를 팔고 있었다. 지금, 개인(민간이라는 뜻)으로의 유통은 완전히 금지됐다. 과거에는 돈만 되면 이것저것 마음대로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국가가 결정해 승인한 업무만 하고 있다. 무역회사가 유통해도 되는 대상은 국영 유통망으로 한정됐다. 

―― '기지'가 없어지면 수출 업무에 지장이 생기지 않는가?
자금에 여유가 있는 무역회사의 '기지'도 많이 폐지돼 버렸다. 대체 나라에서('원천' 확보를) 잘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계속)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