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히 높은 벼슬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不正(부정)을 저질러, 수갑 차고 감옥에 가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직자 재산 공개 때 그들의 재산 내역을 보면, 특별한 예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모두 먹을 만큼은 가지고 있는 것 같던데… 나는 신세 망치고 국민들에게 분노와 허탈을 안겨주는 이런 일을 볼 때마다 ‘사람의 욕심이란 限(한)이 없구나’라고 생각한다.

자꾸 그런 생각만 하면 더 우울해질 것 같아 기분 전환을 할 겸, 갈증 날 때 청량음료 마시는 마음으로 우리 역사상 맑은 물처럼 산 淸白吏(청백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우리의 역사서를 읽어보면 가난하면서도 깨끗한 삶을 산 사람들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삼국사기》「열전」에 실려 있는 ‘百結 先生(백결 선생)’ 이야기가 그렇다. 4세기 初(초), 신라 慈悲王(자비왕) 때 사람으로 거문고의 名人(명인)이었던 그는, 하도 가난해 헤어진 옷을 수 없이 기워 입어 마치 옷이 메추리를 달아 놓은 것 같았다 한다. 그는 '백 번 기운(百結) 옷'을 입었다고 해 그런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한 이름없는 음악인의 청빈한 삶을 높이 사 그것을 한 나라의 正史(정사)에 싣고 있다면, 우리 조상들이 그런 면을 크게 기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 초만 해도 관리들이 비교적 깨끗하게 살았던 것 같다. 아마도 조선이 國敎(국교)로 삼다시피 한 儒敎(유교)의 영향 때문인 것 같다. 儒敎의 경전이라 할,《論語(논어)》에서는 청빈한 삶을 가르치고 있다.「述而(술이)」편의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낙(樂․행복)은 역시 그 가운데 있더라(飯蔬食 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 반소사 음수 곡굉이침지 낙역재기중의)’라고 한 구절이 대표적인 예이다.

깨끗한 高官(고관)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사람은 조선왕조에서 20년 가까이 政丞(정승)을 지낸 黃喜(황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집은 하도 낡아 비가 오가 오면 천장에서 빗물이 새 방안에서 삿갓을 쓰고 앉아 있었다 한다. 바지가 하나뿐이라 화장실에 갈 때는 가족들이 그것을 돌려가며 입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것은 지나치게 과장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야기와는 걸맞지 않게, 그가 金品(금품)을 받고 인사 청탁을 들어 주었다는 기록도 보인다. 그러나 그가 심하게 부패한 사람은 아니었고, 비교적 청빈한 삶을 산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어느 날 世宗(세종)이 평복 차림으로 宮(궁)을 나갔을 때(微服潛行․미복잠행), 불시에 그의 집에 들렀다. 당시 웬만한 고관집에는 화문석 자리, 비단 보료가 으레 있었다. 그러나 黃喜는 멍석을 깔고 앉아 있었고 밥상에는 보리밥과 된장과 고추가 전부였다고 하니 그의 검소함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간다. 왕의 微行(미행)이 경호상의 문제로 極秘(극비)에 이루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평소 그의 청빈한 생활태도는 사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의 名官(명관) 奇虔(기건)도 깨끗한 관리로 이름이 나 있다. 그는 延安(연안) 군수로 있을 때 백성들이 進上(진상)할 잉어를 잡느라고 심한 고생을 하는 것을 보고, 그 후 그 생선은 입에 대려 하지 않았다 한다. 그가 濟州 牧使(제주 목사)로 있을 때에는 백성들이 전복을 가져와 맛을 보라고 했는데 그는 체질상 그것을 못 먹는다며 돌려보냈다 한다. 백성들로부터 한 번 받아 먹게 되면 환심을 사려는 사람들이 계속 갖다 바칠 것을 알고, 그런 핑계를 댄 것이라 한다.

退溪(퇴계) 李滉(이황)의 결벽성도 유명하다. 그가 벼슬살이를 하고 있을 때, 그의 집으로 뻗어 들어온 이웃집 밤나무에서 밤이 떨어지면 그것을 일일이 주워 그 집으로 던져 넘겼다 한다. 자신의 자녀들에게 무엇이든지 내 것이 아니면 손에 넣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치려는 의도에서 그리했다고 한다.

근래의 인물로는 초대 경상남도 지사를 지낸 김철수라는 분이 그런 축에 든다. 그는 출근할 때 도시락을 두 개 싸, 한 개는 점심 때 먹고, 다른 한 개는 밤늦게까지 일할 때 저녁으로 먹었다 한다. 그 무렵, 경남도청의 한 局長(국장)이 島嶼(도서)지방의 한 군수가 土産(토산)이라고 보내온 생선 한 상자를 김 씨에게 전해줬다고 한다. 그러자 그는 그것을 받아 먹을 수 없고 돌려보내자니 그 동안 고기가 상할 것 같아, 소금간을 해 돌려주었다 한다.

지금은 몇 명인지 알 수 없지만, 자기 양심을 속이지 않고 나라를 위해 묵묵히 땀 흘려 일하고 있는 공직자들이 많을 것이다. 이 글은 그런 분들에게 바치는 獻辭(헌사) 쯤으로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