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에서 야생 들꽃을 보면 어느 것이든 반갑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런데 그 중 어떤 꽃들은 서로 너무 닮아 헷갈릴 때가 있다. 때로는, 나를 향해 반겨 피어난 저 사랑스런 꽃의 이름을 제대로 모른다는 게 어떤 무례를 범한 듯한 기분이 들어 미안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식물도감을 들추고 인터넷을 검색해, 그 이름을 정확히 알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진다. 혹시 나처럼, 그런 마음으로 애태우신 분이 있지 않을까 해 몇 가지 혼동하기 쉬운 꽃 가려 보는 법을, 아는 범위 내에서 이야기 해볼까 한다.

6~7월, 산에 피는 참나리와 원추리를 잘 구별해 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두 꽃 다 백합과에 속한다. 그런데 참나리는 꽃잎이 뒤로 360도 젖혀져 마치 공(球)을 뒤집어 놓은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또 꽃잎에는 자잘한 검은 점이 많이 찍혀 있고 특히 줄기에 일종의 種子(종자)인 珠芽(주아)가 촘촘히 달려 있다. 한편 원추리는 참나리와 같은 점이 없는, 진노랑 꽃을 피우는데 꽃잎이 뒤로 젖혀지지 않고 나팔 모양을 하고 있어 생김새에서 차이가 난다.

참나리(左) 원추리

홀아비꽃대와 옥녀꽃대도 꽃 모양이 많이 닮았다. 둘 다 多年草(다년초)에, 키도 20~30센티미터로 거의 같고 피는 시기도 4월로 같다. 그런데 홀아비꽃대의 꽃이 옥녀꽃대의 그것 보다 상당히 굵다. 또 옥녀꽃대는 꽃대와 잎의 키가 같아 꽃이 잎에 감싸여 있는 것 같은데, 홀아비꽃대의 꽃은 키가 커 잎 위로 쑤욱 올라와 있다.

옥녀꽃대(左)와 홀아비꽃대

꽃만 보아서는 구별해 보기가 아주 어려운 꽃이 金鷄菊(금계국)과 노랑코스모스다. 둘 다 국화과로 꽃이 노랗고 꽃잎도 8장으로 같다. 꽃의 크기도 직경이 4~6센티미터로 꼭 같다. 다만, 그 피는 시기가 金鷄菊은 6월부터이고 노랑코스모스는 7월부터인데, 같이 피어 있는 기간도 상당히 있으므로 그것 가지고는 가려 볼 수 없다. 두 꽃의 결정적인 차이는 그 잎에서 난다. 金鷄菊의 잎은 톱니가 없고, 폭이 좁고 길어 洋蘭(양난)의 잎을 연상하게 하는 반면, 노랑코스모스의 그것은 뚜렷한 톱니가 있어 쑥하고 비슷하다.

금계국(左)과 노란코스모스

한여름에 피는 까마중과 같은 시기에 피는 외래종, 도깨비가지도 꽃만 보아서는 가려 보기가 어렵다. 꽃 모양은 거의 같은데 까마중 쪽의 꽃잎이 상대적으로, 뒤로 젖혀져 있다. 그래도 그것만 가지고는 구별이 어렵고 도깨비가지에는 까마중에 없는 가시가 잎과 줄기에 많이 나 있다는 데서 분명한 차이가 난다.    

까마중(左)과 도깨비가지

옥잠화와 비비추도 비슷한데, 전자의 줄기(40~50센티미터)가 후자(30~40센티미터)보다 길고 잎도 전자가 후자보다 훨씬 더 넓다. 또 하나 분명한 차이는, 전자의 꽃은 순백색인데 후자의 그것은 보라색이라는 것이다.

비비추(左)와 옥잠화

櫻草(앵초)와 동자꽃도 많이 닮았다. 그런데 키가 櫻草(20센티미터) 보다 동자꽃(40~100센티미터)이 훨씬 더 크다. 또 동자꽃은 櫻草에 비해, 5장의 꽃잎 사이가 더 깊이 패여 있고 잎의 폭이 보다 좁다.

동자꽃(左)과 앵초

가려 보기가 아주 힘든 것 중에는 붓꽃과 꽃창포도 있다. 두 꽃은 다 6월에 핀다. 키는 60센티미터에서 1미터쯤으로 비슷하다. 붓꽃은 푸른빛이 도는 紫色(자색)이고 꽃창포는 赤紫色(적자색)인데 그것만으로는 구별하기 힘들다. 두 꽃을 가려 보려면 꽃잎 안에 있는 무늬를 잘 보아야 한다. 붓꽃 꽃잎의 무늬는 꽃잎 저 안쪽에서 바깥으로 부채를 편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고 흰색과 노란색이 섞인 것이다. 그에 반해 꽃창포의 그것은 역시 노란색이기는 하지만 거꾸로 세운 삼각형 모양으로,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쐐기처럼 뾰족하게 나 있다.

꽃창포(左)와 붓꽃

꽃향유와 배초향은 요령만 알면 쉽게 가려 볼 수 있는데 그것을 모르면 어느 꽃인지 분간하기 아주 어렵다. 두 꽃이 다 꿀풀과로 보라색이고 같은 둘 다 가을에 핀다. 두 꽃은 두 가지 점에서 뚜렷하게 다르다. 꽃향유는 꽃차례(花序ㆍ화서)에 달린 꽃 하나하나가 일시에 피어 촘촘하다. 그런데 배초향은 하나하나의 꽃이 피는 시기가 달라 어떤 것은 피고 있고 어떤 것은 이미 져 이가 빠진 것처럼 숭숭한 모양을 하고 있다. 또 한 가지, 배초향은 꽃차례 전체에 둥그렇게 꽃이 피는데 꽃향유는 한 面(면)이 칼로 베어낸 듯한 혹은 밀어버린 듯 하다.

꽃향유(左)와 배초향

여름부터 가을까지 피는, ‘들국화’라 부르는 꽃 하나하나를 가려 보는 것 역시 쉽지않다. 흔히 ‘들국화’라고 하나 식물도감에 그런 이름의 꽃은 없다. ‘들국화’란, 山菊(산국)·甘菊(감국)쑥부쟁이·개미취·九節草(구절초) 등을 뭉뚱그려 부르는 속칭이다. 여기서는 그 중 혼동하기 쉬운 쑥부쟁이와 개미취와 九節草를 가려 보는 요령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세 꽃 모두 국화과로 가을에 피는데다 꽃의 가운데에 동그랗고 노란 꽃술이 있는, 모양이 비슷해 쉽게 구별이 안 간다.

개미취, 구절초, 쑥부쟁이(左로부터)

쑥부쟁이는 흰빛이 도는 연한 보라색, 개미취는 紫色(자색) 꽃을 피우는데 두 꽃의 지름이 2~3센티미터로 거의 같다. 이 두 꽃을 가려 보려면 먼저, 그 잎에 주목해야 한다. 쑥부쟁이의 잎은 길이가 개미취의 그것 보다 훨씬 짧은 대신 폭은 넓다. 그리고 잎의 가장자리에 굵고 선명한 톱니들이 나 있다. 그런데 개미취는 잎이 긴 타원형으로 쑥부쟁이 보다 훨씬 길다. 개미취의 잎은 洋蘭(양란) 잎 비슷한데 톱니가 있기는 하나 아주 작아 겨우 보일 정도다. 한 편 九節草는 처음 필 때에는 연한 분홍색이다가 나중에는 흰색으로 변하는데, 잎이 쑥하고 거의 같다. 그리고 꽃이 쑥부쟁이나 개미취에 비해 두 배 가까이 크다. 

갈대(左)와 억새

갈대와 억새를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도 간혹 있다. 갈대는 주로 물가에, 억새는 산에 산다. 자세히 보면 갈대는 본래 갈색인데 그을음이 앉은 것처럼 약간 검게 보이고 모양이 부스스하며 뭉툭하고 크다. 그에 비해 억새꽃은 깨끗한, 윤기가 나는 흰색이며 상대적으로 가늘고 귀공자를 연상시키는 풍모를 지니고 있다.

<사진출처>

옥녀꽃대, 도깨비가지: http://cafe.naver.com/wildfiower/
갈대: http://www.victorianflora.com/
그외 모든 사진: http://blog.naver.com/handemin?Redirect=Log&logNo=40108887441&from=post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