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종교 경전과 각종 傳說(전설)에는 慈善(자선), 喜捨(희사)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新約성경》‘마가복음’에는 한 과부가 헌금함에 돈을 넣는 이야기가 나온다. 돈이 많은 사람들이 큰 돈을 헌금함에 넣는데 그 과부는 가난해 렙톤 두 닢을 넣었다. 렙톤 한 닢은 당시 근로자 하루 품삯의 144분의 1이었다. 두 닢이면 오늘 날 우리 돈으로 치면 5백 원짜리 동전 한 개쯤 될 것이다.

이를 본 예수님은 “저 가난한 과부가, 헌금함에 돈을 넣은 다른 모든 사람 보다 더 많이 넣었다.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 넣었지만, 저 여인은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곧 생활비를 모두 다 넣었기 때문이다”고 했다.
 
불교 경전과 寺刹(사찰) 주변의 傳說에서도 慈善, 布施(보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釜山(부산) 東萊(동래)에서 살다 간 조선시대의 高僧(고승), 樂安禪師(낙안선사) 이야기도 그런 것이다. 그 스님은 東萊 譏察(기찰) 길가에 우물을 파, 오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갈증을 면하게 해 주고, 機張(기장) 칼치재(刀魚嶺)에 오두막 짓고 살면서 짚신을 엮어 신발이 해어진 행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한다.· 스님은 또 溫泉川(온천천) 가에 밭을 일구고 참외를 가꾸어 허기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年老(연로)해져 자신의 몸을 가누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자 梵魚寺(범어사) 뒷산으로 올라가 굶주린 호랑이에게 먹혀 人身供養(인신공양)으로 마지막 布施를 했다 한다. 

‘貧女一燈((빈녀일등)’ 이야기는 민간에는 잘 알려져 있는 慈善 일화다. 부처님이 舍衛國(사위국)의 기원정사에 있을 때 국왕과 많은 귀족들이 燈供養(등공양)을 했다. 그때 佛心(불심)은 깊었으나 가진 것이 없는 여인 難陀(난타)는 종일 먹지도 않고 구걸해 돈 한 푼을 마련, 기름을 사 작은 등 하나를 켜 공양을 했다.

밤이 깊자 부처님의 숙면에 방해가 될까봐 侍者(시자) 아난이 등불을 끄기 시작했다. 다른 등은 다 껐는데 難陀의 등 만은 아무리 해도 꺼지지 않았다 한다. 그것을 본 부처님이 아난에게 ‘그 등은 가난한 여인이 간절한 정성으로 켠 것이라 끌 수 없다’며 불 끄는 일을 그만두라고 했다 한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에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공통점 하나는 慈善을 한 사람이 하나 같이 아주 가난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헌금함에 두 푼을 넣은 ‘마태복음’에서의 여인, 樂安禪師, 難陀가 모두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자신은 가난에 시달리면서 善行(선행)을 하니 그것이 더욱 값지고 빛이 나는 것이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공직자가 부정한 돈을 받아 구속되고, 징역형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강도사건類(류)는 이제 뉴스거리도 안 된다. 사람을 죽이고 돈을 빼앗은 사건도 무심히 들어 넘길만큼 일상적인 것이 되었다. 이런 世態(세태)를 보니 요즘 세상은 物慾(물욕)에 광분하는 무서운 세상인 것 같다.

그러던 중 며칠 전 참으로 오랜만에 가뭄 끝에 내린 소나기 같은, 시원한 이야기를 들었다.

李연수(57)라는 한 여인의 喜捨(희사) 이야기가 그것이다. 수당까지 합해 月 1백 20만원을 받으며 새벽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병원에서 청소 일을 하는 李 여인은, 가난한 환자의 병원비에 보태달라며 1천만 원을 내놓았다 한다.

그녀는 개인택시 운전을 하는 남편과 근근히 살고 있는데 ‘좋은 일 한 번 해 보고 싶다’는 이유로 1998년부터 15년 동안 생활비를 아끼고 아껴 모은 돈을 내놓았다고 한다. 나는, 李 여인이야말로 貧女 難陀가 還生(환생)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佛家(불가)에서는 善行(선행)은 ‘바보가 물건 잃어버린 것’처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善行은 자랑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자기가 좋은 일을 했다는 사실을 의식하는 것도 ‘진정한 善行이 아니다’라고도 가르친다.

李 여인은 자신이 한 일을 세상에 알리고자 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李 여인의 마음이 어쨌든, 언론이 그녀의 善行을 세상에 알린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기사는 많은 사람에게 세상은 따뜻한 곳이라는 것, 짜증스럽고 각박하고 고달프지만 그래도 한 번쯤 살만한 곳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기 때문이다.

故 千祥炳(천상병) 시인은 그의 絶唱(절창) <歸天(귀천)>에서 ‘저 하늘로가면 이 세상이 아름답다고 말하겠다’고 했다 한다. 그의 절절한 심정이 가슴에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