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에게 부치는 편지
  
  무학산
  
  요사이 유승민이 대통령과 자당을 향해 연일 악담을 퍼붓고 있다 이에 권성동이가 유승민을 향해《"유 전 의원은 경기지사 패배 직후 SNS에 '바보처럼 또 졌습니다'고 심경을 밝혔다. 왜 계속 지는 줄 아나"며 "정치를 이토록 무지하고 무도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는 기사가 있다-뉴데일리-
  
  “무도”라니? 권의원. 자네도 ‘무도’를 아시는가? 무도는 無道로서 언행이 인간의 도리에서 어긋나는 것을 이르는 말이네. 달리 말하자면 권성동이 자네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일세. 자네가 무도를 입에 담았으니 자네도 무도를 알겠다만, 아는 자네가 박근혜에게 어째서 그렇게나 무도했더란 말이냐.
  
  권의원 자네가, 박근혜의 은애(恩愛)를 남달리 입었으면서도 탄핵에 찬성한 것을 용서할 수는 없지만, 찬성은 그냥 그렇다 치더라도, 헌재가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선고하자 자네가 어쨌느냐? 기뻐서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놀란 듯이 서 있는 민주당 의원에게 가서 먼저 악수를 청하지 않았느냐. 차마 참혹한 이 장면을 잊으려 애써도 잊히지 않는다 자네가 정해진 날수를 채우고 죽든지 내가 그리하여 죽든지 해야 망각의 강을 건널 수 있을 것같다
  
  자네나 유승민이나 똑같다 두 사람이 서로 “너가 못났네. 내가 잘났네” 한들 도토리 키재기에 지나지 않는다 자네들을 상대로 내가 정색을 하고 꾸짖는 것이 부질없기는 하다 그러나 감히 자네가 다른 것도 아닌 “무도”를 가지고 남을 호령하는데 어떻게 이 꼴을 그냥 두고 보겠느냐. 나도 낫살 꽤나 먹은 사람으로서 자네의 참람함을 보고도 침묵하면 이 또한 無道이지 않겠나. 그래서 붓을 들었으니 이해하게나.
  
  나는 유승민을 역성들 마음이 눈꼽 만큼도 없다 하지만 유승민은 자네에게, 인간을 평가하는 무도란 말을 쓴 적이 없다 그럼에도 자네는 유승민에게 무도하다고 말했다 이를 본 구경꾼이 자네를 어떻다 말하겠는가.
  
  자네는, 유승민이가 무도하게 정치를 하니까 자꾸 선거에 진다고 말했는데 자네는 아직 선거에 져본 적이 없지? 그렇다면 더 큰 패배가 기다리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하늘은 백성들이 보는 것을 통해서 보고, 백성들이 듣는 것을 통해서 듣는다(天視自我民視 天聽自我民聽)”다고 했다 자네가 무도란 말을 어지럽게 쓴 것을 보고 십원짜리에 지나지 않는 나도 분개했거늘 하늘의 뜻은 어디에 있고 유권자의 생각은 또 어떠하겠나.
  
  권성동이 자네와 유승민이는 똑같네. 하는 짓이 똑같고, 추구하는 바가 똑같고, 주군을 모시는 자세가 동일하네. 박근혜에게 가했던 자네들의 흉심(兇心)은 한 자 한 치도 다르지 않았다 그랬던 자네들이 또다시 의논이나 한 듯이 똑같이 윤 대통령을 욕보이고 있다 유승민은 못된 발언으로 터놓고 욕을 보이고, 자네는 숨어서 욕을 보이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자네는 국회에 앉아서 윤 대통령이 자네에게 사적으로 보낸 문자를 노출시켜 대통령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만든 적도 있었다. 이런 무안을 몇 번 당하게 했지 않았느냐. 윤 대통령이 이제 겨우 출발선에 선 지금도 너희들이 대통령을 함부로 하는데, 박근혜처럼 임기말이 되면 너희들이 했던 짓을 또 할까봐 나는 미리 겁이 나네.
  
  자네와 유승민이가 다른 점이 있다면, 자네는 윤 대통령 앞에서 줄을 잘 섰고 유승민은 그러지 않다는 것뿐이다. 지난 일을 상기하여 헤아려 보다 보면 자네나 유승민이나 참새의 마음이다는 생각이 드네. 돌 하나가 날아오면 서둘러 주군을 버리고 날아가겠지.
  
  윤 대통령에게 도전적으로 거칠게 대드는 유승민이가 밉네. 자네는 느닷없이 나와서 본인은 무도하지 않은 척, 무도론(無道論)을 교설(敎說)했네. 내 마음은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밉다”는 그 마음이네. 이만 총총
  
  날이 차니 건강에 유의하시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