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을 기획하려면

여기서 세월호 사건을 기획하려면 어떤 요소를 검토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꼭 세월호여야 할 이유는 없다. 세월호와 비슷한 규모를 가진 여객선을 침몰시켜 어린 생명들을 잃게 하는 작업이면 검토 대상이 된다. 세월호와 비슷한 여객선이 좋은 이유는 화물(주로 차량)이 한 쪽으로 무너지듯 쏠려 선박 중심을 잃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단 로로선이 제격이다.

다만 그 로로선이 항상 탑재차량을 매우 견고하게 고박(賈舶-anchoring)하는 우량기업의 소유면 곤란하다. 돈벌이에 눈이 먼 엉성한 선박회사가 대충 賈舶 흉내만 낸다면 그 선박이 이 기획의 대상이 된다. 더구나 늘 그렇다면 더 좋다. 그래야 결정적 실행일자에도 역시 엉성한 고박을 할 터이니 말이다.

또 불법이건 합법이건 약간 증축된 선박이면 더 좋다. 왜냐하면 무게 중심이 위로 올라와 있기 때문에 전복할 때 쉽게 전복한다. 그리고 꽤 중요한 요소로는 연료를 얼마나 아끼려 기를 쓰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어떤 선박회사는 연료를 아끼려고 선박평형수(船舶平衡水-ballast water)를 조금 넣는다.

평형수를 조금 넣으면 배가 수면으로 더 많이 떠오른다. 즉 무게중심도 위로 오른다. 전복에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선박이 물속 깊게 운항하면 연료가 더 소모된다. 그래서 일부러 평형수를 조금 넣어 선박을 위로 뜨게 해 연료를 절약한다. 연료를 절약하라는 명령을 수행하려면 항상 평형수를 조금 넣어야 한다.

누가 평형수의 적정량을 결정할까? 그야 선장이다. 또 물론 선박에 이미 실려 있는 구조용 보트도 탈착되지 않아야 승객이 탈출하지 못한다. 현재 장착된 구명보트 중에 몇 개가 탈착되지 못하는지는 이미 선박회사 직원들도 다 알고 있다. 평시에 손을 보지 않는다.

그 다음에는 또 어떤 결정적 요인을 검토해야 할까? 그야 당연하게 운항 중인 선박이 암초에 충돌하지도 않고 옆으로 드러눕게 만드는 기술이다. 이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별로 어렵지도 않다. 모든 선박에는 방향타(方向舵-rudder)가 있다. 진행방향을 결정해주는 장치다.

그 방향타가 고장 나면 선박은 어찌 될까? 물살이 가자는 데로 가야 한다. 물살을 이기지 못해 심지어 옆으로 갈 경우도 있다. 옆으로 진행하다 전복하기도 한다. 노련한 조타수는 거의 본능적으로 물살이 배를 이리 밀고 저리 미는 정황을 거의 동물적 감각으로 파악해서 물결을 제어한다.

그런데 방향타가 고장 나면 제아무리 노련한 조타수도 어쩔 도리가 없다. 그래서 방향타의 신뢰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마침 전에 방향타를 움직이게 하는 장치가 고장이 빈번해서 말썽을 부린 선박이라면 정말 좋다. 하긴 그런 장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전기니까 전력선을 끊기만 해도 목적이 달성된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바로 희생되어줄 어린이들을 누가 동원해서 언제 승선하게 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중요하다. 그런 요소야 아무 것도 아니다. 몇 사람만 매수하면 작업 끝이다. 마지막으로 과연 어떤 선장이 이런 막중한 작업을 소리 없이 수행할지를 미리 잘 파악해야 한다.

마침 어떤 선장이 그런 일, 전력을 차단해서 방향타를 무력화(無力化)시키는 작업이라면 별 것 아니라고 장담한다거나, 오히려 선박 침몰사고 중에 선내방송을 계속해서 아이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해준다면 그는 합격자가 된다. 다만 그는 자신을 구조해줄 문제를 따로 요구할 터이다.

근무복을 입고 구조되건 잠옷을 입고 구조되건 구조되기만 하면 기꺼이 작업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한다면 구조계획을 보여주어 확신을 주면 그만이다.

혹시 그런 선박이 갈지자(之) 해류가 엄청난 맹골水路를 통과해 운항한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이런 기획을 하는 바에는 침몰시켜 인명을 살상하는 이 작업의 “目的”이 가장 중요하다. 기껏 어렵게 침몰시켜주었는데 덜렁 모두 구조해버린다면 공연히 애만 쓰고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된다. 목적은 살인이요, 구조하지 못한 책임을 대통령에게 물어야 할 터이니 그 점이 정말 중요하다.

대통령은 人民의 목숨을 보호해주어야 할 “헌법적 책임”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바로 거기를 공격해야 대통령을 몰아낼 수 있다. 아주 간단하다.

기획해보니 세월호 경우와 온전히 일치하네.

거참 신기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