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월 15일 저녁 한양대병원은 화장을 잠시 모면한 박종철의 주검과 경찰, 검사, 부검의와  정체모를 관계자들로 부산했다.  원래 경찰병원에서 부검할 계획이었지만 부검결과의 왜곡 우려로 한양대병원으로 부검병원이 바뀌었다.

박종철고문치사사건의 피해자인 박종철이 간 지 30년이 흘렀지만 그 아픔은 여전히 남아있다. 당시 경찰은 부검을 막았고 박종철의 부친도 막았으나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요구까지 막지는 못했다.  사인은 질식사였다. 온 몸에 남겨진 피멍자국은 당시의 상황을 여실히 외치고 있었다.

정리하자면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 는 경찰의 주장은 심장쇼크사이고 부검결과는 물고문 과 폭행으로 인한 질식사였던 것이다.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은 박종철 사망사건과 닮았지만 그 입장은 정반대이다. 박종철의 경우에는 경찰이 부검을 막았고 백남기의 경우에는 이른바 '민주화 세력'이 부검을 막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본 환자(백남기)는 경찰 살수차에서 분사된 물에 의한 압력으로 넘어지면서 출혈로 인한 뇌탈출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 외상 부위는 수술 등으로 변형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사망 선언 후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하는 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왜 그럴까.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살수차에서 뿜어댄 살수(撒水)의 압력 때문에 사망한 것인지 정체불명의 주변인의 폭력에 의한 사망인지 밝히려면 부검이 이루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희한한 일은 박종철 사망사건의 경우에는 정의구현사제단이 나섰지만 백남기의 경우에는 정의구현사제단이 조용하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