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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의 동방박사

글 | 김원율 안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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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6일 오늘은 주님의 공현(公顯) 대축일로서 오늘의 복음(마태오 2,1-12)은 동방박사 세 사람이 별을 보고 베들레헴을 찾아 유대인의 왕으로 태어나신 아기예수에게 경배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들이 아기예수에게 바친 세 가지 선물, 황금·유향·몰약은 그리스도인의 삼중직무인 왕직, 사제직, 예언직을 뜻합니다. 

동방박사 세 사람 이외에 교회에는 ‘알타반’이라는 제4의 동방박사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제4의 동방박사는 성경에 의한 기록이 아니며 중세에 한 영성학자의 묵상에 의하여 생겨난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동방박사 알타반은 페르시아에서 청옥과 루비와 진주를 가지고 주님을 찾아갔습니다. 그는 당시 페르시아의 배화교(拜火敎) 교회의 제사장이었습니다. 어느 날 별을 보고 그는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청옥과 루비와 진주를 들고 2천리 길을 떠나게 됩니다. 길을 떠난 지 10일째 되는 날, 3명의 동방 박사와 만나기로 약속한 자리에 도착했지만 그는 3시간이 늦어서 3명의 박사들이 떠난 빈터에 도착했습니다.

그는 다시 길을 떠나지만 도중에 전염병으로 폐허가 되다 시피한 마을에서 병자를 만나러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돌보아 줍니다. 알타반은 떠나기 전에 이 병자에게 마을 사람들을 돌보라고 부탁하면서 주님께 드리려고 했던 진주를 주었습니다. 이 병자가 당신은 누구냐고 묻자 그는 자신은 알타반이라는 페르시아의 사람으로 예루살렘에서 태어난 새 왕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말합니다. 그때 이 히브리인은 하느님의 은혜가 그대와 함께 하기를 바란다고 축복하면서 새 왕이 나신 곳은 예루살렘이 아니라 베들레헴이라고 가르쳐 줍니다.

병자를 돌보느라고 지체한 그는 홀로 베들레헴으로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베들레헴에 도착한 그는 3명의 박사가 3일 전에 이미 경배를 마치고 떠났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한 없이 고요한 베들레헴...그 곳에서 그는 애기를 안고 있는 한 여인을 만나서 그 여인에게 묻습니다. "베들레헴에서 나신 새 아기 왕이 어디에 있습니까?" 이 여인은 새 아기 왕은 이집트로 떠났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여인은 자기 품에서 아기를 재우기 시작합니다. 그 때 조용하던 방문이 와자작 열리면서 해로데의 군인 장교 한 사람이 들어왔습니다. 그 장교는 들어오면서 아기를 빼앗으려고 합니다. 다급해진 알타반이 자기의 보물인 청옥을 주면서 이 아기를 살려 달라고 사정하였습니다. 눈부시게 빛나는 청옥을 움켜진 장교는 "이 집에는 아무도 없어!"라고 소리 지르며 집을 나갔습니다.

그는 또 홀로 이집트로 내려갑니다. 이집트로 내려간 그는 방방곡곡, 빈민촌, 노예시장, 피난민 촌을 뒤지면서 베들레헴에서 내려온 새 아기 왕을 찾습니다. 하루는 그가 노예 시장을 지날 때, 젖 먹이는 아이와 떨어지는 한 젊은 여인의 절규를 듣습니다. 이 여인은 노예인데 병이 들어서 더 이상 쓸 수가 없으니 그 젖먹이 아기를 품에서 떼어 내어서 팔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 여인의 절규를 들으면서 알타반은 루비를 주고 그 여인과 아기를 삽니다. 그리고 그 여인과 아이를 자유인으로 풀어주었고 이들을 고향으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알타반은 새로운 왕을 찾지 못하고 세월은 점점 덧없이 흘러만 갑니다.

어느 날 해변가를 거닐던 알타반은 딸과 함께 자살하려는 한 남자를 만납니다. 그는 막대한 빚을 져서 노예선으로 팔려갈 운명에 처했고 자신이 노예선으로 팔려가면 어린 딸은 필연적으로 굶어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그러자 알타반은 자신이 그 남자를 대신하여 노예선에서 일하겠다고 약속하고 그 남자는 풀려납니다. 알타반은 노예선에서 수많은 고난의 세월을 보내지만 새로 오신 구세주를 뵈올 수 있으리라는 희망은 버리지 않았습니다. 노예선에서 20년의 세월을 보낸 후 알타반은 늙고 병든 몸으로 노예선에서 풀려나 사해 부근의 어느 도시에 도착합니다. 그가 새롭게 태어나신 왕을 찾아 길을 떠난 지 어언 33년이 지난 후였습니다.

40세에 집을 떠난 그의 나이는 어느덧 70 중반이 되어서 연약한 육체가 되어있습니다. 힘없는 몸으로 예루살렘에 모인 유월절 인파를 헤치면서 알타반이 거리에 들어섭니다. 그 때 사람들이 술렁거리며 뛰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여기저기서 고함 소리와 여인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알타반이 묻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 거요?" “오늘 한 분의 예언자가 두 강도와 함께 십자가에서 사형을 당합니다. 그 예언자는 나사렛 예수라는 사람인데 그는 광야에서 이적을 행하고, 눈먼 자가 눈을 뜨게 하였으며, 앉은뱅이를 일으켜 세우고, 문둥병자를 낫게 하였습니다. 세리와 창녀들과 함께 앉아서 그들과 식사하며 그들에게 사랑을 베풀었던 사람이 오늘 십자가에 못박히고 있소!”

알타반은 가슴속에 이 분이 그 때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새로운 왕이리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오후 3시가 되자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알타반은 서둘러 골고타 산의 정상을 향해서 걸어갑니다. 온 땅이 어두어지는 가운데 십자가 위에 유대인의 왕이라는 명패가 그의 눈에 보였습니다. 그 아래에는 십자가의 죽음 아래서도 전혀 원망이나 증오의 기색이 없이 평온한 주님의 얼굴이, 골고다 바위에 몸을 겨우 의탁하는 지친 알타반의 얼굴을 보고 있습니다.

주님의 눈과 알타반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알타반은 이 분이 바로 그때 베들레헴에 나셨던 이스라엘의 새로운 왕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게 됩니다. 그는 십자가의 주님 앞에서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주님! 당신에게 드려야 될 것을 나는 하나도 지키지 못하고 빈 손, 이제 죽어가는 몸뚱이 하나로 당신에게 왔습니다.’

그 때 알타반의 심령 속에 주님의 음성이 들렸습니다. ‘알타반이여, 그대는 이미 나에게 더할 수 없는 사랑을 주었소. 베들레헴에서 해로데의 마수에서 한 아기의 생명을 구하였고 이집트에서 노예 모자를 구출하였으며 또한 죽음 직전에 있는 아버지와 딸을 구해주었습니다. 그대는 넘치는 사랑을 나에게 주었습니다.’ 알타반은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바로 주님에게 한 것이라는 심령의 음성을 듣습니다. 이웃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 드려진 보물이 진정으로 하느님께 드려진 보물이라는 것을 제4의 동방박사는 우리에게 깨우쳐주고 있습니다.

알타반은 새 왕을 찾아 헤메며 겪었던 그 수많은 좌절에도 불구하고 평생에 느끼지 못했던 신비스러운 평화가 그의 온 몸을 감싸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제는 안식을 누릴 수 있다는 마음이 그의 전신을 사로잡으면서 그는 십자가 아래에서 평화롭게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가 찔린 것은 우리의 악행 때문이요, 그가 으스러진 것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다. 우리의 평화를 위하여 그가 징벌을 받았고 그의 상처로 우리가 나았다.” (이사야서 53, 5)

(2019. 1. 6. 주님의 공현축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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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9-01-0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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