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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사 벚꽃10리길의 추억과 일제잔재(日帝殘在)로서의 벚꽃논란

글 | 김원율 안드레아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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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일본에서 근무하던 1993년 4월 초경 우연히 NHK방송을 보다가 한국특파원이 쌍계사 벚꽃10리길에서 방송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특파원은 화사하게 만발하여 하늘을 뒤덮고 있는 벚꽃 길을 배경으로 마이크를 들고 이 길이 세계에서 가장 긴 사쿠라길이라고 소개하였다. 사실 필자는 그때까지도 쌍계사 벚꽃십리길에 대하여 잘 몰랐을 뿐 아니라 이 길이 세계에서 가장 긴 벚꽃 길이라는 것은 더더욱 몰랐었다. 그리하여 귀국하면 시간을 내어 꼭 쌍계사 벚꽃 길을 가보겠다고 마음먹었으나 차일피일 하다가 몇년전 처음으로 벚꽃이 만발한 쌍계사 길을 아내와 함께 갔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세계적인 벚꽃 길이 해방 이후 일제의 잔재라 하여 없어질 뻔한 적이 있었다. 쌍계사 벚꽃 길 뿐 아니라 진해의 벚꽃도 같은 운명에 처해질 뻔하였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창경궁에서 사람들이 밤 벚꽃 구경을 즐긴 적이 있었으나 일제의 잔재인 벚꽃을 없애야 한다는 국수주의자들의 주장으로 애꿎은 수난을 당하였다.

그러나 국내에서 원래 벚꽃의 원산지는 한국의 제주도라는 주장이 대두되면서 쌍계사 뿐만 아니라 진해의 벚꽃도 모두 베어질 뻔한 운명을 면하였다. 지금은 전주 군산 간 벚꽃터널, 경주 보문단지의 벚꽃등도 유명하여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우선 벚꽃은 일본의 나라꽃이 아니다. 일본의 평화헌법에는 일본의 국화(國花), 국기(國旗), 수도(首都)에 관한 규정이 없다. 이는 일본을 하나로 끌어 모을 수 있는 전제주의적 요소를 배제한 데에 원인이 있다. 다만 일본의 중심에는 천황이 있으므로, 천황이 거주하는 동경이 일본의 수도가 되는 것이며 태양을 상징하는 일본의 국기(國旗)도 일본 황실의 조상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神)가 태양의 여신인 것과 관계가 있다.

일본 황실의 문장(紋章)은 국화(菊花)꽃이다. 그러므로 굳이 일본의 나라꽃을 규정한다면 황실의 문장인 국화가 일본의 나라꽃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다만 일본사람들이 관습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꽃을 말한다면 이는 사쿠라라고 해야 맞다. 그러나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꽃이므로 우리가 싫어해야 한다면, 일본 사람이 베토벤의 교향곡을 좋아한다면 한국 사람은 베토벤의 교향곡을 들어서는 안 된다는 이상한 논리도 성립할 수 있다.

그리고 벚꽃의 원산지는 원래 제주도의 한라산이다. 1908년 프랑스인 에밀 타케 신부가 한라산 북쪽 관음사 뒷산 해발 600미터 지점에서 왕벚꽃나무를 채집하여 식물의 세계적 권위자인 베를린 대학의 괴네 교수에게 보내 조사한 결과, 괴네 교수는 제주도 한라산이 왕벚꽃나무의 자생지라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한 군데서도 벚꽃나무의 자생지를 발견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타케 신부가 발견한 한라산이외에도 전남 대흥사 등 10군데 가까운 곳에서 왕벚꽃나무 등이 계속 발견되어 벚꽃의 고향은 한국이라는 주장이 유력하게 되었다.

일본의 사쿠라는 한국의 벚꽃이 6세기 경 불교가 일본에 포교될 때 건너간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요시노 산은 일본 사쿠라의 총본산으로 알려져 있고 나라 땅에 있다. 538년 백제 성왕에 의해 백제 불교가 일본에 전해질 때 불교를 받아들인 중심이 바로 일본의 천황이 있었던 나라이다. 1933년 일본 식물학자 코이즈미 켄이치 씨는 일본 벚꽃의 원산지는 한국의 제주도라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일본 사쿠라회 회원인 타카키 키요코 교수는 1955년 중앙공론사가 펴낸 ‘사쿠라’에서 일본의 최고 왕벚꽃 품종인 소메이 요시노 사쿠라의 원산지는 제주도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관제(官制) 민족주의’ 논란이 일고 있다. 그래서 일본 것이라는 딱지만 붙이면 무조건 배척해야 한다는 국수적(國粹的) 배일논란도 뜨겁다. 어느 얼빠진 지방의회에서 일본 전범기업 스티커를 일본 미쓰비시, 니콘 제품 등에 붙이겠다고 나서서 외교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백치 의정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해방되고 74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친일파 운운하는 이 정부를 보고 있으면 이들이 무엇 때문에 이러는지 알 것 같기도 하지만 다 부질없는 정치적 책략에 불과하다.

꽃은 그냥 꽃으로 보고 즐기면 된다. 이제 몇일 있으면 여의도 윤중제, 석촌호수 등에도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것이다. 꽃은 진정 우리의 삶에 기쁨을 주고 행복한 마음을 전해주는 전도사이다. 그냥 평범한 일상의 마음으로 활짝 피었다가 눈처럼 쏟아지며 지는 벚꽃의 장관(壯觀)을 즐기도록 하자.

(2019년 3월 29일 벚꽃 피는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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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9-03-29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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